1988년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 그리고 2018년 평창올림픽은 한국이 세계를 대상으로 문화 및 정치·경제적 교류를 이어 가게 된 관문이 되어 왔다. 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행사 때마다 국가 브랜드의 가치 상승과 경제의 긍정적 효과 그리고 각국과의 실제적인 협력과 연대를 이루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문화 교류의 측면에 있어서 올림픽과 같은 세계적인 행사는 한국 문화가 해외로 다가가고 나아가 타국 내에서 새로운 공감을 만들어 내고,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교류가 이루어지게 하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해왔다. 올해 치러진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보여준 남북 선수단이 화합하는 모습이 최근 급속도로 발전한 남북 간 정치·외교·문화 교류로 이어졌다는 사실에서도 징검다리로서의 스포츠 교류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스포츠를 통해 타문화와의 실제적이고 효과적인 교류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캐나다 왕립사관학교 교정 풍경 - 출처 : 캐나다 왕립사관학교 홈페이지>
지난 11월 3일 캐나다 수도 오타와의 캐나다 왕립사관학교(Royal Military College)를 방문한 한국 국기원 시범공연은 그런 점에서 더욱 의미 있고,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육군, 해군 그리고 공군 사관생도를 동일한 교육기관에서 교육하는 캐나다 왕립사관학교는 1876년에 개교하여 142년의 전통을 자랑하며, 군사훈련과 군사 관련 지식뿐 아니라 이중 언어인 불어를 기본으로 인문, 과학 및 공학 분야의 학위를 부여하는 연구 중심의 최우수대학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캐나다 내 최고 리더들을 양성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한 캐나다 왕립사관학교에서 한국 전통 무예인 태권도 시범공연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고 여겨졌다. 서둘러 들어간 캐나다 왕립사관학교의 고딕 스타일의 빌딩에는 사물놀이와 한국 국기원의 태권도 시범단의 공연 소리로 가득하였다. 정교한 품새, 발차기를 비롯하여, 화려한 격파는 관객들을 사로잡았고, 특히 높이 있는 두꺼운 송판을 날아올라 격파할 때는 탄성과 박수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웅장한 음악에 맞춰 박진감 있게 진행되는 절도 있는 스무 명의 군무는 케이팝 아이돌 만큼이나 강렬했고, 고난도 공중 동작과 격파에는 모두 입을 다물지 못할 만큼 집중되기도 했다.
<고난도 동작을 선보이고 있는 국기원 시범팀 - 출처 : 캐나다 왕립사관학교 홈페이지>
<시범공연을 보이는 국기원 – 출처 : 통신원 촬영>
<행사의 이모저모 - 출처 : 통신원 촬영>
이번 행사는 캐나다 왕립사관학교와 한국 대사관 측이 처음으로 가지는 스포츠 교류행사인 만큼 사관학교장(Commandant)과 신맹호 주캐나다 한국대사의 면담으로 시작되었다. 그 후에 공식일정을 소화하면서 한국 전통 사물놀이 공연에 이어, 국기원시범공연이 진행되었다. 40년간 태권도를 하면서, 13년째 RMC 태권도팀 코치를 맡고 있는 조엘 리들레이(Joel Ridley)는 “세계 최고의 태권도팀의 공연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흥분했다. 공연 자체도 너무 멋지고, 이곳에 대사님과 한국문화원장님, 국기원 단장님께서 직접 와주셔서 자리를 빛내주신 것도 너무 감사하다. 또한 이번 행사가 단지 국기원 팀의 공연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RMC 팀원들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워크샵이 마련되어 있어서 이를 통해 우리 팀이 많이 자라나고 배울 기회가 됐고, 우리 팀에 큰 격려도 됐다. 킹스턴 지역인들에게도 오픈이 되어 있어서 함께 한국 전통 음악과 한국 음식을 맛볼 기회가 되어 좋았다.”고 언급했다.
또한 한국의 수천 년을 내려온 무예, 태권도는 총과 칼이 아니라 중요한 기술을 손으로 직접 겨루며 연마한다는 점에서 군사 학교인 RMC에 적합한 스포츠라고 강조하였다. 몇 년 전에 RMC의 전체 스포츠팀에 대한 점검과 구조조정이 있었는데, 이러한 무예로서의 특징 때문에 태권도는 RMC 내 스포츠 팀으로 지속되어 오고 있다고 한다. 캐나다 태권도 대표를 배출하는 명문 태권도팀인 RMC 태권도팀은 매년 초 공개선발을 거쳐 16명의 핵심 선수를 뽑고 있는데, 20년 전에는 RMC 전체에 한국 사람이 한 명밖에 없었는데, 현재는 많은 한국 학생들이 있고, 태권도팀 내에도 몇 명의 한국선수들이 있다고 한다.
<국기원의 시범단 관련 보도 – 출처 : 킹스턴 지역 신문>
이번 공연 현장에서는 취재 경쟁을 방불케 하는 지역 언론 매체들을 다수 볼 수 있었는데, 이들은 캐나다의 첫 수도 킹스턴을 방문한 한국무예가들의 소식을 앞다투어 전하고 있다. 캐나다 내에서도 주로 토론토와 밴쿠버, 그리고 최근에는 오타와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한국문화 교류가 점차 크고 작은 도시로 확대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캐나다 왕립사관학교가 있는 작은 도시 킹스턴에서 만난 국기원의 시범공연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캐나다 내 군사뿐 아니라 정치, 경제, 학문 부분의 최고 리더가 될 사관생도들에게 한국 전통 무예인 태권도를 선보임으로써, 한국에 우호적인 잠재적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또한 양국 스포츠 교류의 문을 여는 관문의 역할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군사적인 부분과 외교적인 부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기를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