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내에 부는 기타 한류 열풍에 비해 아직까지 한식열풍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음은 지난 글에서도 밝힌 바 있다. 특히 케이팝이나 한국드라마가 전적으로 현지의 젊은 로컬인, 그리고 이곳에 거주하는(숫자적으로 적지 않은) 동남아시아 및 중국의 여성들을 중심으로 번져간 것에 비해 한국음식은 아직 그 자체에 대한 홍보도 부족하거니와, 접근이 쉽거나 잘 알려진 UAE 내 한국 마켓이나 한국 레스토랑 또한 많지 않아, 이미 품질, 컨셉, 접근성면에서 다양화되고 대중화된 중국, 일본음식에 비해 아직까지 널리 알려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UAE 현지에서 한류열풍에 관심이 많은 현지인이나 동남아인들을 제외한 외국인들 중, 실제적으로 한식을 좋아하거나 한국음식에 관심이 많은 경우라도, UAE 내에 이렇다 할 대표적인 한식 레스토랑을 찾지 못하거나(홍보의 부재와 더불어 파인다이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한식 레스토랑의 부재), 혹은 한식을 요리하고자 해도 영어로 된 적절한 레시피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더 나아가 한식 자체의 소스나 재료 등을 살 수 있는 루트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큰 장애물이기도 했다. 이러한 와중에 최근 UAE 내에서 한식을 소개하고 그들에게 우리의 요리법과 음식을 알리며, 그 식자재를 구입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지난 20일 중동 내에 아시아 최대 고메마켓을 표방하며 오픈한 ‘1004 Gourmet’ 마트는 대단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일, 올드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새로운 네임과 새로움 CI로 탄생한 1004 Gourmet의 오픈 소식 - 출처 : 1004 Gourmet 페이스북 페이지>
1004 Gourmet는 사실 1004 Mart라는 이름으로 이미 5년 넘게 두바이에 있어왔던 한국 식자재 마트 중 하나였으나, 그 위치가 접근성이 떨어지고, 또 좁고 쾌적하지 못한 환경으로 인해 외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곳은 아니었다. 2년 전, 이 1004 Mart가 드래곤마트를 포함해 중국정부가 투자한 지역인 ‘두바이 속의 차이나’ 인터내셔널 시티의 큰 중국 마트 안에 일부 입점하고, 또 ‘Lamise’라는 이름으로 뷰티브랜드를 오픈해 한국 화장품들을 판매하기 시작할 때부터 이들의 행보가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리고 1년 여 간의 준비 끝에 드디어 지난주에 오픈한 매장은 큰 도로변에 신축한 빌딩 안에 자리 잡고 있어서 접근이 쉽고, 매우 넓고 쾌적하며 정돈된 모습이었으며, 프리미엄 커피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카페와 Lamise 화장품 코너, 그리고 프리미엄(와규) 정육코너, 그리고 한국도자기를 판매하는 스페셜 코너까지 겸비해 그야말로 UAE 내 한국마트를 넘어서서 중동 최고의 아시아 마켓, 더 나아가 스페셜티 아이템과 아시안 푸드에 초점을 맞춘 ‘토털푸드컬쳐 제공형 그로서리 마켓’으로서의 포지션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한국식품점들 중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토탈푸드컬쳐’ 샵을 지향하는 컨셉으로 재탄생한 1004 Gourmet의 새로운 매장 모습
- 출처 : 1004 gourmet, 통신원 촬영>
무엇보다도 한국 소스와 식자재, 음식뿐 아니라, 한국 화장품과 한국 도자기까지 갖추고 있어, 한국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이 음식을 쇼핑하며 다른 한국의 아이템들까지 함께 접할 수 있다는 점은 무엇보다도 큰 장점으로 보였다. 또한, 한국음식을 요리하고자 하는 많은 외국인(한류 팬이 아닌)들이 한국식자재를 구입하고자 할 때, 한국 소스와 식자재뿐 아니라 요리에 필요한 기타 재료들(야채, 고기, 생선, 과일 등)까지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확장성면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마트 내의 카페는 고객들이 좀 더 많은 시간을 마트 내에서 머물면서 다양한 품목을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전략이기도 하다.
이렇게 잘 짜여진 전략으로 야심차게 중동 내 최고의 아시아마트를 표방하며 오픈한 1004 Gourmet가 현지에서 성공한 그로서란트(그로서리와 레스토랑의 합친 말)인 ‘Jones the Grocer’(호주 브랜드)나 ‘Ikea Café’(가구매장 Ikea 안의 레스토랑으로, 레스토랑 자체의 실용적이면서도 새로운 컨셉으로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처럼, 또 하나의 새로운 컨셉을 앞세워 한국음식뿐 아니라 한국음식을 앞세운 새로운 한국의 컨텐츠들을 중동 내에 알리는 중심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