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국문화원(원장 김낙중)이 지난 6월에 마련했던 1회 <한식 강좌 시리즈>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실시한 <한식 강좌 시리즈(2018 K-Cuisine Lecture Series)가 현지인 수강생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 중이다. 지난 6월의 1회 <한식 강좌 시리즈>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했던 것과는 달리, ‘약이 되는 궁중요리(Medicinal Joseon Dynasty Royal Cuisine)’를 주제로 한 두 번째 <한식 강좌 시리즈>는 한식 문화에 관심이 있는 미국 현지의 요리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한식 문화의 확산과 체계적인 한식 문화 소개를 목적으로 강좌가 마련된 것은 1회 때와 마찬가지이지만 2회 때는 보다 특화된 정보와 고급 요리 팁들이 소개됐다. 지난 11월 9일(금), 첫 강좌가 시작됐고 12월 7일(금)까지 총 4주 동안 주 1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클래스가 열린 곳은 오렌지카운티에 위치한 요리 전문학교, 캘리포니아 아트 인스티튜트(The Art Institute of California – 3601 W. Sunflower Ave. Room 245, Santa Ana, CA 92704)이다.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에 시작돼 오후 3시 30분까지 무려 4시간 30분 동안 계속되는 궁중요리 한식 강좌에서는 미국 현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한식 전문 강사들이 초빙됐다. 캘리포니아 아트 인스티튜트의 이명숙 원장(셰프)은 전통 궁중요리이수자 한복진 교수(전주대학)의 제자로 이번 강좌에서 궁중요리와 관련된 한식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고 관련 주제에 맞는 메뉴를 직접 만들며 시범을 보였다. 셰프 경력만 40년이 넘는 이명숙 원장은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2005년 일본에서 촬영된 <아이언 셰프(Iron Chef)>에 출연해 중국인 ‘첸 케네치(Chen Kenichi)’와 경합을 벌였던 바로 그 주인공이다. 첫날 클래스에서 이명숙 원장은 ‘약이 되는 궁중요리’라는 주제에 걸맞게 궁중 한복을 멋지게 차려입고 나와 강의를 해 학생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또한 캘리포니아 아트 인스티튜트의 강지연 교수도 이번 강좌의 강사로 참여해 궁중요리에 어울리는 후식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 캘리포니아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현재 요리를 배우고 있는 수강생들로 구성된 25여 명의 현지인 학생들은 행여 한 가지 내용이라도 놓칠까봐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첫 번째 주인 11월 9일에는 구절판(주안상)과 매작과를, 두 번째 주인 11월 16일에는 오색골동면(면상)과 호두 곶감말이를 만들었고, 셋째 주인 11월 30일에는 궁중복쌈(복쌈 정식)과 약식 그리고 오미자차를, 마지막 주인 12월 7일에는 야식으로 사랑받는 메밀총떡과 한과를 만들어보게 된다. 이로써 4주간의 프로그램을 마친 학생들은 궁중요리의 주식뿐만 아니라 후식까지 배우고 만들어보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LA한국문화원 김낙중원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한식에 대한 현지인들의 반응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했다”면서 “그동안 진행했던 일반인 대상 한식 강좌를 보다 확대하여 전문 요리학교 학생들에게 한국 음식의 역사 및 문화에 대한 강의를 바탕으로 한식에 대한 체계적인 문화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LA 한국문화원에서 한식 강좌를 담당하고 있는 해나 조(Hanna Cho) 씨는 “이번 강좌를 통해 평소 아시안 요리와 한식 요리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현지의 요리학교 학생들에게 이론과 실기를 바탕으로 한, 전문화된 한식 교육과정을 제공하여 깊이 있는 한식 문화를 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한식 강좌의 참가자들은 요리학교 학생들이니만큼, 이미 요리에 대한 열정이 검증된 이들이고 어느 정도 요리에 대한 기본 소양을 갖추고 있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마리아 힌클(Maria Hinkle, 46세) 씨도 캘리포니아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제과제빵 과정을 공부하던 중 한식 궁중 음식 강좌 포스터를 보고 이번 강좌에 등록을 했다. 현재 레스토랑 겸 페이스트리 숍(Pastry Shop)에서 보조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1년 전에 캘리포니아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실시하는 2년짜리 제과제빵 과정에 등록했다. 이제 1년을 마치고 앞으로 1년을 더 다녀야 한다. 일하고 공부하느라 친구들과 전화 한 통화 나눌 시간이 없지만 그런 가운데 짬을 내어 이번 한식 강좌에 참석하게 된 것을 크나큰 행운이라 생각한단다.
“한국의 요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정말 귀한 기회였어요. 이번 코스 전체, 그리고 이 클래스를 가르치는 셰프들은 모두 정말 환상적입니다. 셰프 리는 유머 감각도 뛰어나고 클래스 전체를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있게 이끌어가셨어요.”
그녀는 이번 <한식 강좌 시리즈>의 궁중요리 과정을 통해 한식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지식을 얻게 되었다고 말한다.
“한국 궁중 요리의 상차림에서 색깔 배합이 그렇게 중요한 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오방색이 우리의 다섯 가지 장기는 물론, 그 장기에 기를 더해주는 에너지, 그리고 다섯 개의 방향 즉 이 세상 전체를 상징한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매혹됐어요. 궁중 리에는 작은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저희가 두 번째 시간에 만들었던 오색골동면의 경우, 기다란 국수 가락에 장수의 의미를 담아 먹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 전에는 무심코 지나쳤지만 이제 한국 음식을 보면 색깔도 주의 깊게 보고 식재료를 자른 형태도 다시 한번 살펴봐요. 모두 숨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에요.”
마리아는 이번 한식 강좌에 등록하기 이전에 이미 한국 음식을 여러 차례 맛봤었다고 한다. 주로 식당에서였단다. 그녀는 특히 한국식 바비큐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상업용 음식과 클래스에서 만들었던 궁중 음식의 미묘한 차이를 그녀는 과연 알아차렸을까.
“이번 클래스에서 맛본 음식들은 식당에서 먹었던 음식보다 훨씬 더 맛이 깔끔하고 세련되었다는 느낌이었어요.”
확실히 요리학교 학생들이어서인지 이처럼 미묘한 맛의 차이도 구별할 줄 아는 것 같다. 그녀는 아직까지는 집에서 한식을 만들어본 적이 없지만 앞으로는 레시피도 가지고 있으니 집에서 한국 음식 만드는 것에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고 주먹을 불끈 쥔다.
“한식은 너무 세세하고 정확하고 주의집중이 필요한 음식이에요. 요리 한 가지에 대해 그만큼이나 많은 재료가 들어가고 그처럼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지, 처음 봤습니다. 많이 놀랐어요. 언젠가는 한국에 가서 맛있는 한국 음식들을 다 맛보고 싶어요. 특히 한국의 여러 지역을 다 다니며 각기 다른 지방 별 전통 음식들을 맛보는 것은 제 로망입니다.”
요리학교를 졸업하면 페이스트리 셰프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는 마리아. 그런 만큼 궁중요리 강좌에서 마련한 후식 종류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배웠다. 매작과를 만들기 위해 밀가루를 반죽하고 반죽을 잘라 한번 뒤집는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그녀는 작은 부분에까지 이처럼 멋을 내는 한식의 세계에 대해 경이감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페이스트리 셰프의 꿈이 이뤄지는 날, 2018년 깊은 가을에 수강했던 한식 궁중요리 코스가 그녀의 커리어에 많은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한식 강좌를 이끌고 있는 강사들. 좌측이 강지연 교수, 우측이 이명숙 원장>
<‘디테일이 중요해요’ 궁중 한복을 입고 열강을 펼친 이명숙 원장>
<구절판 담는 법을 강의하고 있는 강사들. 요리학교 학생으로 구성된 강좌라 집중의 정도가 남다르다>
<궁중 한식, 멋져요.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
<완성된 구절판>
<강좌 과정을 사진 찍는 마리아>
<다듬고 자르고 채 썰고 다지고... 열공 중인 마리아>
<구절판의 밀전병을 부치고 있는 마리아>
<상차림 중인 마리아(좌) 우측은 마리아의 자매인 페데리카(Federica)>
<완성이요>
<기다려온 시식 시간>
<개인별로 구절판을 먹을 수 있도록 프레젠테이션 중인 학생들>
<창의력을 발휘한 프레젠테이션. 한 가지 요리, 다양한 느낌>
<매작과를 만들고 있는 학생들>
<호두 곶감말이. 접시에 그려낸 그림>
<이렇게 차려 내는 것이 궁중 요리>
<이번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
※사진 출처: LA 한국문화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