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과 배우 까뜨린느 드뇌브 – 출처 : AAP, SBS Australia>
지난 5월 25일 세계 최고의 영화제인 프랑스의 칸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Parasite)>으로 최고영화상인 황금종려상(Palme d’Or)을 수상했다. 2017년에 넷플렉스 영화 <옥자>가 경쟁 부문에 오른 이후 2년 만에 영화 <기생충>으로 경쟁 부문에 진출하여 수상한 봉준호 감독으로서는 더없는 영광이다. 아울러 그동안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을 비롯해 17편의 작품을 칸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올린 가운데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4년 심사위원대상) 등 다섯 편의 수상작을 배출한 한국 영화의 역사에서는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2017년 시드니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옥자>를 폐막작으로 선정하여 상영한 바가 있는 이곳 호주에서도 방송과 신문 등 주요 언론 매체에서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호주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인 《ABC》는 칸영화제를 총괄하는 기사에서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루트(Alejandro Gonzalez Iniarritu) 감독을 위원장으로 하는 9명의 심사위원이 만장일치로 최고영화상을 선정하였으며, 이번 수상이 경쟁 부문의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던 스페인의 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ovar) 감독의 자전적 픽션의 멜로드라마인 <페인 앤 글로리(Pain and Glory)>를 제치고 이뤄졌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인 제작자로서는 최초의 종려상 수상이지만, 2018년에 이어 연속적으로 아시아영화에 종려상이 수상된 것을 특기할 만한 일로 보도하고 있다. 2018년에는 일본의 히로카즈 고레에다 감독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가족드라마인 <어느가족(Shoplifters)>이 수상했다.
<'풍자가 넘치는 한국 영화가 칸영화제에 최고상을 수상하다'라는 제목의 현지 일간지 시드니모닝헤럴드 기사 – 출처 : 시드니모닝헤럴드>
유력 일간지인 《시드니모닝헤럴드(Sydney Morning Herald)》를 비롯한 패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 계열의 신문들은 ‘풍자 넘치는 한국 영화, 칸영화제에 최고상을 수상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는 “수상작으로 예상된 알모도바르 감독의 작품을 제치고 이루어진 예상 밖의 수상이지만 심사위원 만장일치의 결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어 “현실정치에 대해서 비판적이면서도 영화는 유의미하면서도 긴급한 지구적인 문제를 재미있는 방식으로, 또 효율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시상식에서의 심사위원장의 심사평을 소개했다. 가난한 가족이 부잣집에 스며들었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야말로 풍자적으로 잘 그려냈다는 평가다.
< 봉준호 감독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관련 현지 SBS 기사 – 출처 : 호주 SBS >
호주의 또 하나의 공영방송 《SBS》는 봉준호의 감독의 작가 정신을 살펴볼 수 있는 내용을 담은 TV 방송 보도를 하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가 ‘전성기의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in his prime)’라 비유한 봉준호 감독은 1980년대 후반에 달성한 한국 사회의 ‘전면적인 민주화(full democratisation)’ 이후에 꽃이 피게 된 첫 세대의 영화제작자 가운데 한 명이다.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도 이 황금세대에 속한다. 한국에서는 사회의 민주화로 계기로 ‘문화적인 르네상스(cultural renaissance)’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봉 감독은 1980년대 연세대학교 사회학전공 학생으로서 민주화운동을 위해 가두 시위에 참가하였으며, 화염병을 사용했다는 혐의로 구금된 적도 있다. 표현의 자유를 열렬히 지지하고 있으며, 박근혜 정부 하에서 당시 자행되고 있었던 예술가들에 대한 정치적 압력에 저항하는 행동가로서 그는 10,000명이 넘는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불합리한 시대와 사회에 대해서 겪은 분노가 영화 <기생충>의 전편에 걸쳐 포효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확대되는 빈부격차에 대한 도덕적인 이야기(morality tale)를 그야말로 재미있게 그린 영화 <기생충>의 수상으로 봉준호 감독은 이제 ‘세계의 가장 위대한 감독 가운데 한 명’으로서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하게 되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빈부격차라는 매우 무거운 사회적인 주제를 장르를 넘어서면서 재미있게 그려내는 데 성공한 작품이라는 점이 높이 평가되고 있는 것 같다. 가난한 가족의 구성원 4명이 모두 어느 한 부자 가정에 연루된 모습을 지극히 한국적인 감각으로 그리고 있지만, 이 감성은 세계적으로 통용된다. 사회적으로 볼 때 과연 어느 편이 ‘기생충’인가라는 정당한 문제 제기가 지구촌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사회를 바라보는 투철한 작가 정신과 장르를 넘어서는 전문가적 창조성이 칸영화제 최고상 수상의 영광을 봉준호 감독에게 가져다 준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오는 6월 5일부터 시작되는 제66회 시드니영화제(Sydney Film Festival)에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Pain and Glory)>와 함께 경쟁 부문에 초대되어 상영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호주 영화시장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길 기대한다.
※ 참고자료 《ABC》 (19. 5. 27.) , https://www.abc.net.au/news/2019-05-27/cannes-film-festival-best-films-prize-winners-australian-release/11150042 《The Sidney Morning Herald》 (19. 5. 26.) , https://www.smh.com.au/entertainment/movies/wacky-south-korean-film-takes-out-top-prize-at-cannes-20190526-p51r9m.html 《SBS News》 (19. 5. 26.) , https://www.sbs.com.au/news/south-korea-s-biting-satirist-bong-joon-ho-takes-palme-d-or-at-cannes
성명 : 김민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호주/시드니 통신원] 약력 : 현재) Community Relations Commission NSW 리포터 호주 동아일보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