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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펜테이지스 극장에서 만난 오페라의 유령

2019-06-20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의 새로운 프로덕션이 LA의 펜테이지스 극장(Pantages Theater)를 찾았다. LA는 런던이나 뉴욕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메트로폴리탄 도시 가운데 하나로 늘 오페라, 뮤지컬, 연극, 발레, 모던 댄스 등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아무리 그렇다 한들, 뉴욕의 브로드웨이, 런던의 웨스트엔드처럼 여러 개의 극장에서 동시에 각기 다른 뮤지컬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LA 할리우드에 위치한 펜테이지스 극장은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인기리에 공연되고 있는 작품들의 투어 팀을 유치해 안젤리노들에게 유명 뮤지컬들을 볼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올해에는 뮤지컬 <캣츠(Cats)>와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가 이미 펜테이지스 무대에 올랐고 현재 공연되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 이후에는 <렌트(Rent), <미스 사이공(Miss Saigon)>, <블루맨그룹(Blue Man Group)> 등의 작품들이 선보여질 예정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이미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공연된 유명 뮤지컬이니만큼 별다른 소개는 다시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초연이 1986년 10월, 웨스트엔드에서였으니 올해로 33주년을 맞는 클래식 뮤지컬이라 할 수 있겠다. 그 유명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작품으로 영화화 되기도 했었다. 통신원은 이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다섯 차례나 봤지만, 올해에는 새로운 프로덕션이 더해졌다고 해서 다시 한번 지난주 일요일(6월 9일) 오후 공연을 보기 위해 펜테이지스 극장을 찾았다.

경매장에서 파리 오페라 하우스에 걸려 있던 샹들리에를 소개하면서 연주되는 프롤로그는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가슴팍에 전율을 일으킨다. 이번 프로덕션에는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백 스테이지를 좀 더 세심하게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무대 장치를 더했다고 하는데 워낙 마지막 극장을 찾았던 때가 오래 전이어서일까.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달라진 것인지 알아차리기가 쉽잖았다. 안내 책자를 보니 2막을 여는 마스카레이드 장면의 장엄한 계단 무대를 없애고 거울이 가득한 넓은 홀로 대치했다고.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보다 실제적으로 묘사하기 위한 변화란다. 크리스틴이 오페라의 유령을 따라 도착한 장소 역시 살짝 바뀌었다.

이번 LA 투어 팀에서 히로인인 크리스틴 다에(Christine Daaé) 역은 에바 타바레스(Eva Tavares)가 맡았고 오페라의 유령 역은 데릭 데이비스(Derrick Davis)가 연기했다. 초연 시 유령 역을 맡았던 마이클 크로포드(Michael Crawford)가 코카시안이었고 팬들은 오랜 시간 동안 유령은 꼭 마이클 크로포드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다. 이미 그는 77세의 시니어인지라 더 이상 LA 등 여러 도시의 극장으로 투어를 다닐 수 없다. 이번에 유령 역을 맡은 데릭 데이비스는 반쯤 가린 흰 마스크 뒤에 보이는 모습으로 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뮤지컬인 <카루셀(Carousel)과 뮤지컬 <라이언 킹(Lion King)>의 미국 내 투어 팀 일원으로도 열연했었다. <오페라의 유령>의 프로듀서인 카메론 매킨토시(Cameron Mackintosh)는 “이 전설적인 뮤지컬이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공연되어 감격스럽다.”면서 “이미 <오페라의 유령>으로 관객들을 매혹시킨 데이빗 데이비스가 주연으로 무대에 서게 되어 더욱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근 미국의 문화 경향성에 대한 리포트에서 빠지지 않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다양성(Diversity)’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통적으로 코카시안이 담당하던 역할을 이제 아프리카계, 아시아계 미국인이 담당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이번 <오페라의 유령>의 캐스팅에서도 이런 다양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팬테이지스 극장 공연은 로렌스 코너(Laurence Connor)가 연출했고 스캇 앰블러(Scott Ambler)가 안무를 담당했으며 세트 디자인은 폴 브라운(Paul Brown), 의상 디자인은 토니상에 빛나는 마리아 비요르슨(Maria Björnson)이 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7월 7일까지 LA에서 공연된다. 지난 6년간 85개 도시를 다니며 2,450회의 공연을 통해 450만 관중을 만났었던 <오페라의 유령> 투어 팀은 LA 공연 이후, 오렌지카운티의 코스타 메사(Costa Mesa), 하와이의 호놀룰루(Honolulu), 플로리다의 포트 워스(Fort Worth) 등지로 공연을 이어간다.

한국의 창작 뮤지컬로 미국에서도 공연된 작품으로는 <명성황후>를 들 수 있다. 1995년 서울에서 초연된 후, 1997년과 1998년 뉴욕의 뉴욕 스테이트 극장(New York State Theater)과 링컨센터(Lincoln Center)에서 공연되었고 비평가들로부터 나쁘지 않은 평을 받았다. 2002년에는 뮤지컬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런던 웨스트엔드에도 진출했었고 2003년도에는 LA의 코닥 극장(Kodak Theater)에서, 2004년도에는 토론토의 허밍버드 센터(Hummingbird Centre) 무대에도 올랐다.

의상과 세트는 상당히 볼 만 했지만, 음악적으로는 그다지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고 가사 역시 지나치게 설명적이라 서정성이 부족했던 느낌이었다. 최근 한류는 케이팝, K-뷰티, 한국 영화와 드라마, 한국 음식 등 모든 분야에서 발전하고 있지만 어쩐 일인지 뮤지컬은 <명성황후> 이후 별다른 작품을 볼 수 없었다. 케이팝이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마당에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케이팝 노래들만을 모아 스토리를 엮어 뮤지컬로 만드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뮤지컬 <맘마미아(Mamma Mia)!>는 스웨덴 팝 그룹인 아바(Abba)의 노래들로 만들어낸 뮤지컬인데,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인기 케이팝 음악들, 아니면 현재 전 세계에서 문화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보이밴드 방탄소년단의 음악들을 엮어 스토리를 더한 뮤지컬을 제작해 무대에 올린다면 흥행 보장은 물론이요, 또 다른 문화산업의 문을 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본다.

<맘마미아>가 아바의 노래들로 만든 뮤지컬이라면 <위윌록유(We will Rock You)>는 그룹 퀸(Queen)의 음악들로 또 다른 스토리를 창조해낸 뮤지컬이다. 전설적인 그룹의 노래들이 가득한 뮤지컬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위윌록유>는 성공했다. 공연을 위한 극장이 있는 한, 쇼는 필요한 법이다. 미국 등 전 세계의 극장에서 미국산 또는 영국산 뮤지컬만 공연되란 법은 없다. 우리의 아름다운 의상과 뛰어난 음악,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을 만큼 뛰어난 연출력을 모두 한 작품에 녹여낸다면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10년 이상의 세월을 장기 공연하는 한국의 명작 뮤지컬 한 편쯤은 충분히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되고 있는 펜테이지스 극장 – 출처 : 통신원 촬영>

<극장 입구에 걸린 오페라의 유령 포스터 – 출처 : 통신원 촬영>

< LA의 역사 사적 가운데 하나인 펜테이지스 극장의 천장 – 출처 : 통신원 촬영 >

<펜테이지스 극장 내부. 공연을 보러 좌석으로 향하는 관객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티셔츠와 머그 등 다양한 기념품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 한 장면 – 출처 : Hollywood Pantages Theater, Photo Credit by Matthew Murphy>

<오페라의 유령이 크리스틴 다에를 자신의 거처로 이끌고 있다. 올해 오페라의 유령은 아프리칸 아메리칸이 캐스팅됐다. – 출처 : Hollywood Pantages Theater, Photo Credit by Matthew Murphy>

<크리스틴 다에와 그녀를 사랑하는 라울 – 출처 : Hollywood Pantages Theater, Matthew Murphy>

<크리스틴 다에를 열망하는 오페라의 유령 – 출처 : Hollywood Pantages Theater, Matthew Murphy>

<뮤지컬 중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새 오페라 연습 장면 – 출처 : Hollywood Pantages Theater, Matthew Murphy>

<오페라의 유령 새 프러덕션 포스터- 출처 : Hollywood Pantages Theater, Matthew Murphy>


통신원 정보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재)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