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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2019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 터키 예선전, '다섯 손가락'으로 이해하기

2019-07-17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지난 6월 22일, 이스탄불 국제 컨벤션 전시센터에서 2019 K-Pop World Festival 터키 예선전이 치러졌다. 외교부와 한국방송공사(KBS), 해외문화홍보원이 공동 주최하고 창원시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케이팝을 사랑하는 전 세계 외국인들이 참여하는 지구촌 행사로, 터키 예선전은 이스탄불에서 열렸다. 매년 열리고 있는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K-Pop World Festival)은 지난해 75개국 총 175개 팀이 최종 예선을 통과해서 이 가운데 12개국 팀(에티오피아,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방글라데시, 미국,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캐나다, 쿠바, 불가리아, 프랑스, 폴란드)이 최종 본선에 진출했다..

<2019 K-Pop World Festival이 열린 이스탄불 국제컨벤션 전시센터>

예선전이 치러지는 당일, 기자가 찾은 이스탄불 국제컨벤션 전시센터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K-Pop 경연에 오를 참석자들이 연습하는 열기로 시작 전부터 뜨거웠다. 참석자들은 그룹과 싱글 상관없이 음악이 나오면 현관에서부터 자기들의 열정을 아끼지 않고 보여줬다. 그리고 경연장으로 향하는 한편에서는 한국관광공사 이스탄불 지사에서 한국어 통역이 가능한 터키 여성들을 통해서 행사 안내를 돕고 있었다. 터키어가 가능한 한국인을 조직할 수도 있지만 케이팝 행사 안내를 위해서 한국어가 가능한 터키인을 편성한 데 터키 총영사관과 관광공사의 세심한 준비가 엿보였다.

<국제컨벤션 센터 현관에서 실전처럼 연습하는 참가자들(좌), 한국어 통역으로 행사 안내를 하는 한국관광공사 봉사자들(우)>

행사는 장연주 이스탄불 총영사의 축사로 시작됐다. 그 날의 행사에는 젊은 층들의 음악 전문 채널인 《드림 티비(Dream TV)》 관계자와 취재진도 참석해서 터키에서 케이팝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경연의 모든 영상을 카메라에 담아갔다. 일반인이 아닌 터키 방송관계자의 눈에 비친 K-Pop의 모습은 어땠을지 궁금했다. 행사 전체 분위기는 경연이라기보다 한류를 즐기는 세계인들의 축제였다. 통신원이 그렇게 느낀 이유는 젊은 터키인들 사이에서 귀빈으로 초대받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이 한국의 K-Pop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서였다. 올해로 이제 90세가 된 터키 노병들은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한국과 터키, 양국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전혀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행사는 6월 22일에 치러졌는데, 비슷한 시기 다른 국가 예선전도 진행됐다. 무엇보다 6.25 한국전쟁을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는 터키인들에게 동 경연대회는 다른 나라들에서와는 달리,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라 판단된다.

<터키 연예 채널 ‘드림 TV’ 관계자(좌), 한국전쟁 참전 터키용사(우)>

전체 167개 팀 가운데 사전 비디오 심사를 거쳐 선발된 20개 팀이 경연을 시작했다. 큰 틀로 경연 대회 전체를 분석해 보면 싱글보다는 그룹이, 보컬보다는 댄스가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준비한 아이돌 가수로는 BTS, BLACKPINK, TWICE, EXO였다. 그리고 경연에 참가한 거의 대부분은 여성들이었는데, 흥미로운 것은 여성 참가자 대부분 K-Pop 남자 아이돌 가수들의 격렬한 노래들을 과감한 의상과 함께 준비했다는 것이다.

<스무 번째 경연자 CHOS7N이 준비한 BTS의 'Boy With Love' 무대와 그 모습을 담는 드림TV 촬영기자>

필자가 경연 참가자들의 성을 언급하는 이유는 터키 내에서 K-Pop에 대한 냉소적인 지적들이 이번 경연 대회에서도 그대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터키 매스컴에서 K-Pop에 대해 대표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부정적인 영향은 동성애와 자기애에 표방한다는 것이다. 일간 신문 및 《채널 24》를 운영하는 언론사 《STAR》 K-Pop을 대표하는 BTS를 언급하면서 이 같은 ‘부정적인 행동 패턴을 가르치는 역할 모델에 대해서 가족들에게 경고를 받고 있다.’고 했다. 같은 지면에서 아동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인 굑쉰 카라만 박사는 ‘성 정체성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젊은이들에게는 충분히 혼란한 요소가 된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행사 주최국으로써 이 같은 터키 언론의 비평은 비판의 여지를 남기지만, 세계의 문화와 예술을 좀 더 성숙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성은 무시할 수 없다. 보수적인 관점을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우리의 시선으로 볼 때는 쉽게 이해가 어렵지만, 터키가 유럽과 맞닿은 국가이지만 국민 99% 이상이 무슬림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터키 언론의 이 같은 비평은 전혀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닐 것이다.

< K-Pop의 부정적인 영향을 지적한 매체 ‘STAR’의 보도 원문 >

경연이 열리던 그 날에도 K-Pop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을 터키 일부 언론들의 입장에서 보니, 흥미롭게도 참가자들의 모습이 그렇게 퍼즐로 맞춰지는 것 같았다. 여성 참가자들은 이들 종교에서 가르치는 지극히 여성다움을 포기하고 오히려 강인한 남성이 되려고 하는 것처럼 의상과 액션이 아주 강렬했다. 팬으로서 ‘Army’가 아니라 정말 군인이 된 것 같이 아주 강한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반면 남성 참가자들은 부드러운 멜로디로 경연에 참가했는데,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K-Pop이 이들 성 정체성에 혼란을 주었다는 지적도 틀린 것만은 아닐 것이다.

똑같은 한류라고 해도 터키인들에게 한류는 다른 나라들과는 같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열한 번째 경제 대국을 이루었지만, 과거 슬픔의 역사로 남아있는 한국전쟁 당시 우리나라를 위해서 피를 흘려준 이들의 희생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과 터키는 형제국가로서 영원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경연 대회를 취재하며, 통신원은 ‘다섯 손가락’으로 형제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됐다. 다섯 손가락은 한 손안에 있지만 모두 같지가 않은 것처럼 형제도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형제 가로서 터키라고는 하지만 종교적 틀 안에서 보면, K-Pop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또한 이들에게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다섯 손가락, 하나이지만 엄연히 다른 객체들이다. 보다 성숙한 관점에서 K-Pop을 바라봐야 할 이유다.
※ 참고자료
《STAR》 (2019.02.26) <'K-Pop'ta mesele sadece müzik değil> https://www.star.com.tr/yasam/kpopta-mesele-sadece-muzik-degil-haber-1436506/
《AA》 (2019.02.14) https://www.aa.com.tr/tr/yasam/uzak-dogudan-yayilan-k-pop-tehlikesi/139211

통신원 정보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터키/이스탄불 통신원]
약력 : 현) 한국정책방송원(KTV) 글로벌 기자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알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