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한국소설이 인기 있었던 때가 언제였던가. 생각도 잘 안 난다. 2005년 유학을 왔을 당시만 해도 한국 온라인 소설이나 감수성을 자극하는 소설이 중국에 소개되어 꽤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 한국소설은 크게 인기를 얻지 못했다. 중국에서 외국 소설 하면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일본 소설이다. 아마 그 시점이 아니었을까. 중국에서 우선 일본문화가 유행했고 이후 한국문화가 유행했다. 한국문화는 K-Pop, 드라마 등 대중문화에 기반을 두며 한류로 발전했다면, 일본 드라마나 음악이 인기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류에 밀려난 면이 적지 않다. 반면, 소설은 상당히 인기를 이어갔으며 소설 베스트셀러 일본 작가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본인이 오랫동안 통신원 생활을 하면서 관찰해왔지만, 한국소설이 베스트셀러 들어가는 것은 보지 못했다. 몇 년 전 학습용 도서가 꽤 인기를 얻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사드 여파가 지나가고 올해 들어 한국소설 몇 권이 출판됐다.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요』 등이다. 이들 작품은 한국소설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며 도우반과 같은 리뷰 사이트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지만, 좋은 판매 실적을 보이진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지명도의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출간되어 크게 화제가 되었고, 10월 23일 영화로 개봉되어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는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지난 9월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작품은 중국 본토에서 출판 번역되기 전 대만과 홍콩에서 출간이 되어 큰 관심을 끌었고, 중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중국 아마존 킨들 전자책 판매 순위 – 출처 : https://www.amazon.cn/gp/bestsellers/digital-text/116169071/ref=zg_bs_nav_kinc_1_kinc>
중국 3대 인터넷서점이라 할 수 있는 당당와, 아마존, 징동을 보면 이는 『82년생 김지영』의 인기는 더욱 명확해진다. 아마존은 종이책에 대한 순위는 집계하지 않지만, 킨들 전자책 순위를 집계하는데, 10월 25일 7시 기준으로 킨들 전자책 판매 순위 6위에 올랐다. 징동에서는 10월 25일 기준 일주일간 신서 판매 순위 62위에 올랐고, 소설 분야에서는 3위에 올랐다. 당당왕에서는 일주일간 신서 판매 순위 33위, 소설 부분 3위에 올랐다. 리뷰 전문 사이트인 도우반에서는 픽션 부문 주목도 분야에서 6위에 올랐다.(2019.10.25. 기준) 그리고 도우반에 이 책의 평점에 참여한 사람이 6,200명을 넘었으며, 댓글 평을 단 사람이 3,000명을 넘었고, 서평을 올린 사람만 해도 230여 명이다. 이 책이 얼마나 큰 관심을 받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 도우반 픽션 부문 주목도 순위 – 출처 : https://book.douban.com/chart?subcat=F >
책이 이토록 높은 관심을 받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공감대다. 한국보다 경제 활동 비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높은 중국에서도 당연히 남녀 불평등이 있으며, 높은 자리로 갈수록 여성이 겪는 불평등은 더욱 심각하다. 게다가 도시와 농촌의 남녀 인식에 대한 차이도 확연히 존재한다. 중국 독자도 이를 읽으며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 공감대에는 중국의 현실이 아니라는 ‘거리감’이 존재하기에 한국처럼 크게 논란이 되지 않는다. 즉, 중국 여성 독자는 강한 공감대를 느끼고, 중국 남성 독자는 이것이 한국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기에 거부감이 적다. 책의 스토리와 함께 책의 적극적인 선전도 주요했다. 징동, 당당왕, 아마존에 올라온 선전 문구를 보면, 근 10년 아시아에서 보기 드문 현상을 일으킨 베스트셀러, 한국 대통령 문재인, 국민 MC 유재석, 방탄소년단이 함께 읽는 책, 한국에서 불고 있는 김지영 열풍, 공유, 정유미 주연의 영화 개봉 예정 등 작품성보다 화제성을 강조하면서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여기에 책이 한국 영화 상영 한 달 전에 중국에서 출간되면서, 한류 팬들 사이에서는 영화에 관한 관심과 함께 소설에 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중국어판 '82년생 김지영' 광고 문구 – 출처 : https://www.amazon.cn/dp/B07X8FKFVG/ref=lp_658515051_1_1?s=books&ie=UTF8&qid=1571959857&sr=1-1>
통신원도 학생들에게 이 책을 적극적으로 소개해 주고 있다. 작품성을 떠나 한국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페미니즘 논란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걱정 아닌 걱정이라면, 주변 중국 지인들이 책을 읽으며 한국은 진짜 그런지 묻는 것이다. 실제 경험해 보지 않은 경우가 많기에 잘 모르겠다고 얘기하지만, 책 속의 내용이 중국인에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 책처럼 그런 문제가 화제가 되고 변화시키고자 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고 얘기한다. 『82년생 김지영』이 중국에서 보다 많이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명 : 손성욱[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북경)/북경 통신원] 약력 : 현) 산동대학 역사문화학원 조교수 북경대학교 역사학계 박사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