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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이란 청년들의 인스타그램 활동,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받을 수 있나

2019-11-08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인스타그램은 사진 및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한국에서도 전 국민의 10명 가운데 7명이 인스타그램을 공유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플랫폼이다. 이란에서도 마찬가지다. 인스타그램은 이란에서 유일하게 접속이 가능한 소셜미디어 채널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텔레그램 등 글로벌 플랫폼의 사용이 공식적으로 금지된 이란에서, 비록 앞서 언급한 기타 플랫폼을 VPN 우회를 통해 사용하고는 있지만, 인스타그램은 이란 청년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사용률을 자랑하고 있으며, 지인들과의 소통 창구로도 활용도가 높다. 이렇듯 사회적 제약이 많은 이란에서 인스타그램은 자신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들의 근황과 소식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최근, 이란 국적 22세 여성 인스타그램 스타 ‘사하르 타바르’ 씨의 체포 소식은 향후 이란인들의 인스타그램 양상에 어떤 영향을 줄지, 파장이 예상된다. 이란 당국은 다름 아닌 신성모독죄로 사하르 타바르 씨를 체포했기 때문이다.

사하르 타바르는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26,800여 명의 팔로우를 보유한 셀러브리티로, 할리우드 유명 배우 안젤리나 졸리를 여러 버전으로 게재해 이란뿐 아니라 다른 국가 팔로워도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그동안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게재하며 “사진은 나를 표현하는 예술이고 수단이며, 사진을 촬영할 때마다 얼굴을 더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력한다”라 밝힌 바 있는 그는 수척하고 홀쭉한 얼굴, 부르특 도톰한 입술, 뾰족한 코 사진을 올리는 것에 더불어 좀비 분장을 하고, 히잡을 쓰지 않은 채로 다양한 색상의 헤어스타일을 한 본인의 사진을 게재해왔다.또 여러 차례의 성형수술을 통해 변화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공개, ‘좀비 졸리’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문화적 범죄와 윤리적, 사회적 퇴폐에 대한 교정을 지도하는 테헤란 교정법원의 명령에 따라 사하르 타바르 씨는 신성모독, 퇴폐 조장, 문화적 범죄, 사회윤리적 부패 선동 혐의로 체포됐다. 인스타그램 계정은 현재 폐쇄된 상태이다.

사하르 타바르 씨의 체포 소식은 10월 22일 이란 국영방송을 통해 전해졌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문화적 범죄혐의를 시인했다. 이어 “인스타그램에 공개된 셀피(selfie)는 성형수술이 아닌, 화장 및 변장에 더불어 포토샵 등으로 변형된 모습”이라 밝혔으며 “과오를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과도한 성형수술과 그 부작용으로 얼굴이 변형됐다는 소문과는 달리, 방송에 출연한 사하르 타바르 씨의 얼굴은 소문과는 달랐다. 다만, 소문이 어떠하든지, 이란 내 합법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유일한 소셜미디어 채널 내 개인의 사진 검열 및 체포 소식은 현지 청년층에게 적잖은 파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 생활과 개인의 소신 표현이 침해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란 국영 TV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사하르 타바르의 인스타그램 활동 모습>

이에 이란 법원은 체포 사유를 “사하르 타바르의 계정은 수많은 그간 이용자들이 지속적으로 신고해왔기 때문”이라 밝혔다. 이처럼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따르는 이란에서는 소셜미디어 사용에 보수적인, 혹은 반대하는 입장을 드러내는 사람도 많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성형수술 논란을 그녀의 계정을 흉내 내는 모방자들에게까지 연관시켜 큰 사회적 문제라 인식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란에서 성형수술은 비판적으로만 간주되지 않는다. 거리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코 성형 수술한 표시로 코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성형에 대한 부담감은 낮다고 할 수 있다.

춤을 추는 영상을 게재함으로써 사회적 규범을 어겼다는 이유로 체포된 사례가 이미 여럿이다. 공공장소에서 여성이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것이 법으로 정해진 이란에서 당국은 소셜미디어 역시 공공장소로 간주, 규범에 어긋나는 행위는 단속의 대상이라 보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상,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가급적 사회 규범에 어긋나지 않는 사진 및 영상을 게재한다. 다만,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지, 어디까지가 규범에 어긋나는 것인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창구로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전 세계인들 공통의 관심사다. 다만, 유해 콘텐츠 규제와 보장받아야 할 표현의 자유 사이의 경계선은 늘 모호하다. 사회적 규범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이란에서는 특히 풀기 어려운 난제로 남아있다.
	
※ 사진 출처 : 이란 국영 TV

	

통신원 정보

성명 : 김남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란/테헤란 통신원]
약력 : 전) 테헤란세종학당 학당장, 테헤란한글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