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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역사 안에서 한류는 더 이상 우리 것이 아니다

2019-12-30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1453년 설립된 터키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국립 이스탄불 대학교에서 우리나라 전통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 대학 한국어 문학과는 지난 12월 13일에 우리나라 전통음악 공연을 개최했는데, 한국어 문학과는 2016년도에 개설된 가장 신생 학과다. 통신원은 이번 한국 전통음악공연 소식을 전하기 앞서, 터키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이스탄불 대학교의 역사를 소개하는 이유가 있다. 역사 속에서 한류가 가진 문화적 양면성이 이번 한국전통음악 공연을 통해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함께 살펴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한류’라는 이름의 한국 문화가 터키인들에게 전해진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화 자체가 지닌 특성을 생각하면 어떤 행사이든 순기능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역기능도 함께 나타나기에 한 번의 현상만을 가지고는 어떤 해석도 할 수 없다. 단지 서로 다른 문화와 문화가 만났을 때 공존과 충돌을 함께 하면서 나타난 새로운 공존은 무엇이었는지를 알 수 있을 뿐이다.

<터키 이스탄불 대학교 '아우름' 공연 현장>

6백 년의 역사를 지닌 터키 이스탄불 대학교에서 가장 최근에 개설된 신생 한국어 문학과가 우리나라 전통 예술단 ‘아우름’을 초청해 전통음악 공연을 주최했다. 아우름은 1995년 설립되어 보존과 계승, 발전을 목적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우리나라 한국전통예술단이다. 대표적으로 2012년에 국립국악원에 ‘풍류, 과거에서 현재를 만나다’ 공연 등 다양한 작품으로 선보여 왔다. 아우름은 우리나라 전통음악 국악의 세계화를 위해서 2007년 세계 풍류 여행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여러 해외 뮤지션들과 함께 글로벌 음악 투어 시리즈를 개최하고 있다. 보스턴, 뉴욕, 파리, 브룩셀, 도쿄, 칭다오, 인도네시아 자바 등에서 이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기획하고 추진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원,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공동 후원하는 행사였다.

<이스탄불 대학교 공연장 입구와 내부에서 안내 중인 한국어 문학과 재학생들>

통신원은 서두에서도 말한 것처럼 이번 행사의 취재 방향을 문화가 지닌 양면성으로 잡고 공연이 열리는 현장으로 갔다. 대학교 입구에 들어서면서 한국어 문학과 재학생 두 명이 가장 먼저 통신원을 맞아 주었다. 공연이 시작될 홀 안으로 들어서자 낯익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주터키 한국문화원이 주최한 ‘2019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했던 한 학생이 행사 안내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같은 대회에 참가했던 또 다른 한 학생은 한국어 문학과 손영은 교수와 함께 한국어와 터키어를 번갈아 가면서 공동 사회를 진행했다. 두 학생은 이스탄불 대학교 한국어 문학과 재학생들이었다. 학업 외에도 한국문화예술공연과 같은 대외 행사에 참여해 우리나라 문화를 지속적으로 눈으로 보고 배우고 있었다.

<왼쪽부터 이스탄불 대학교 한국어 문학과 손영은 교수와 정은경 교수>

공연 전 만난 손 교수는 이번 ‘아우름’ 공연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나라 문화와 예술을 알리는 일에 젊은이들의 감성에 맞춘 퓨전 한국전통음악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고유의 한국 전통음악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아우름 공연단을 초청해서 이 행사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이어 손영은 교수는 2016년 본 대학교에 한국어학과가 개설되고 나서 처음으로 준비한 행사라서 터키 관람객들이 어떤 느낌을 받게 될지 많이 기대가 된다고 했다.

<공연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행사장>

통신원은 문화의 공존과 충돌의 시작은 현대인들의 감성에 맞춘 퓨전 문화가 아니라 원래 고유의 문화가 되어야 한다는 손 교수의 말에 공감하면서 이번 행사가 터키인들에게 가져다 줄 새로운 공감과 충돌은 또 어떤 것일지 궁금했다. 행사가 곧 시작되기 바로 전, 통신원의 눈에 비친 관람객들은 이제 대학 공연장에서는 처음 보게 될 한국 전통음악공연이 어떻게 들리게 될지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관람객들은 옆에 앉은 지인과 함께 이제 곧 시작할 아우름 공연단 음악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아우름 공연단 모습>

무대 불이 꺼지고 송영숙 대표를 비롯한 ‘아우름’ 단원들의 공연이 시작됐다. 첫 번째 곡은 옛 노래에 새로운 가락을 얹어 부른다는 뜻으로 ‘고가신조’를 선보였다. 다음으로는 조선 시대의 십이 가사의 하나로 백이, 숙제를 비롯한 중국 역대 영웅호걸들의 생애를 들어 인생의 허무함을 노래하고 사는 동안 풍류와 향락을 인생을 즐기자는 내용의 수양산가를 불렀다. 주로 케이팝에 익숙한 터키인들에게는 다소 난해하게 들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관객들은 진지한 무대 분위기 아래 공연 중반부로 갈수록 언제 환호를 해야 하고, 박수를 쳐야 할지를 몰라서 손을 연신 올렸다가 내리는 모습이 정겹게 보였다. 흥이 굉장히 많은 터키인들에게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아우름’이 가장 마지막에 부른 ‘옹해야’와 ‘아리랑’이었다. 관객들은 그제서야 참고 있었던 박수와 환호를 하면서 추임새를 따라 했다. 공연장의 분위기는 마지막 곡에 가서야 반전됐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컸다.

<관객 톨가(18세•이스탄불 대학교 한국어문학과 1학년) 씨(좌)와 뷰쉬라 씨(26세•타대학교 영문과 대학원생)(우)>

통신원은 ‘아우름’의 공연이 다 끝나고 어떻게 느꼈는지 관객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들 중에는 이스탄불 대학교 재학생도 있었고, 외부에서 공지를 보고 왔다는 관객도 있었다. 위의 사진 맨 왼쪽부터 인터뷰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맨 왼쪽 뷰쉬라(26세) 씨는 타 대학교 영문과 대학원생이다. 뷰쉬라는 아우름의 한국전통음악 공연이 케이팝처럼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조금 익숙하진 않았지만, 한국의 전통문화를 더 느낄 수 있게 하는 음악이라서 더 가치가 있었다고 했다. 중앙의 사진 남성은 이스탄불 대학교 한국어 문학과 1학년 재학생 톨가 씨로, “지금 터키에도 젊은 층들은 대중음악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우름 공연단의 한국전통음악을 들으면서 전통을 지키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통신원도 아우름 공연단의 행사를 취재하면서 생각을 정리해 본다. 6백 년의 역사를 지닌 이스탄불 대학교에서 지금까지 그곳을 지나쳐 간 문화와 예술들은 셀 수도 없이 많았을 것이다. 그 가운데는 터키인들의 문화와 충돌하면서 지금은 기억에서조차 남아지 않은 문화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서로 다른 문화와 예술이 오랫동안 공존과 충돌을 해 오면서 다시 새롭게 공존을 거듭하면서 아직도 기억되고 있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바라기는 터키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이스탄불 대학교에서 이제 최근에 생긴 한국어 문학과가 남기고 있는 우리나라 문화와 예술들도 이들의 기억 속에서 오랫동안 남겨져 있기를 바라본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터키/이스탄불 통신원]
약력 :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 현) 대한민국 정책방송원 KTV 글로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