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한국인이라고 소개를 하면, K-Pop 혹은 <김씨네 편의점>에 관한 이야기 중 하나는 반드시 듣게 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캐나다에서 한국과 한국 문화를 알리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는 드라마가 바로 <김씨네 편의점>이다. 또한 양국 간 문화 교류에 있어서도 중요한 지점이 되고 있는데, 지난 2019년 6월 일본에서 있었던 캐나다와 한국의 정상회담에서 캐나다 측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씨네 편의점> 기념 티셔츠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처럼 캐나다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한국 가정의 이야기, <김씨네 편의점>은 캐나다 전역에서 인기와 화제의 중심에 있을 뿐 아니라 넷플렉스(Netflix)를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되면서, 문화와 언어를 넘어 한국에 대한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케이팝 문화가 젊은 세대에 각광을 받고 있다면, <김씨네 편의점>은 가족애와 같은 소재로 남녀노소에게 사랑받고 있다. 케이팝과는 달리, <김씨네 편의점>에서는 풀뿌리 운동의 성격을 찾아볼 수 있다. 캐나다에 정착한 재외동포 2세들의 오랜 노력으로 백인들만의 무대였던, 캐나다의 프라임 시간 텔레비젼 스크린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연극 대본을 쓴 작가부터, 연기자들에 이르기까지 한국계 캐나다인들로 이루어진 <김씨네 편의점> 이야기는 그렇게 한국 문화의 새로운 도전을 넘어서서, 북미에서 비주류로 여겨지는 소수민족과 이주민들을 대표하며, 이때까지 터부시되어 온 다양한 이슈들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모국을 떠나 낯선 땅에 정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민가정에서 자라면서 보고 들은 부모세대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고스란히 새로운 시대를 향한 디딤돌이 되어 현재 전 세계 가정에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김씨네 편의점’ 촬영지에 비치된 방명록>
지난 2020년 1월 7일, 드디어 오랜 기다림 끝에 <김씨네 편의점> 시즌 4가 시작되었다. <김씨네 편의점>은 시즌 1부터 ‘엄마’, ‘아빠’, ‘여보’라는 단어뿐 아니라 ‘순두부찌개’, ‘꼬리 곰탕’, ‘국민체조’, ‘인삼’을 비롯한 다양한 한국어, ‘일본과 한국과의 관계’ 등 수 많은 문화적 이야기를 곁들여 왔다. 이번 시즌 4에서는 ‘아시안’ 혹은 ‘소수민족’ 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던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고, 이민 2세들의 이야기가 조명되면서 더 넓은 공감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원은 시즌 4가 시작된 다음 날, 토론토 다운타운 퀸 스트릿(Queen Street E)에 위치한 <김씨네 편의점> 촬영 장소를 찾아가 보았다. <김씨네 편의점> 촬영지로 알려진 이곳은 실제 운영되고 있는 편의점이다 보니, 내부 촬영은 할 수 없어 스튜디오에서 진행하고, 외부 촬영을 할 때 현장으로 사용된 곳이었다. 현장을 찾아가 시즌 1부터 진행된 CBC 시트콤의 촬영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시트콤 촬영지 ‘김씨네 편의점’ 외부 모습>
‘Kim’s Convenience’라 쓰여진 익숙한 간판과 함께 시트콤 관련 포스터가 외벽에 붙어 있는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녕하세요’라며 밝게 인사를 하신다. 혹시나 했는데, 주인 분은 정말 한국 사람이셨고, 편의점 내부도 시트콤에서 나오는 장면들과 흡사함을 알 수 있었다. 시트콤과 관련한 포스터, 사진, 기념품 그리고 팬들의 싸인들이 빼곡한 그곳은 토론토의 핫플레이스가 분명해 보였다. 캐나다 전역 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과 같이 전 세계 여행객들이 토론토에서 반드시 방문하는 곳이 되고 있었다. 손님들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편의점은 텔레비젼에서 보던 것과 같이 이웃들에 대한 관심과 환대가 넘쳐났다. 오랜 단골인 듯 보인 서로는 안부를 묻고, 건강을 걱정해주며, 조언해 주기도 했다.
<실제 편의점인 이 곳에는 시트콤 플랜카드가 곳곳에 붙어 있다>
<한국 편의점임을 쉽게 알 수 있는 곳곳의 상품들>
<세계 곳곳에서 온 팬들의 인사말로 가득한 방명록>
이미 캐나다 언론들을 비롯한 수많은 미디어들의 취재와 인터뷰를 경험한 <김씨네 편의점>의 실제 주인 K씨는 그동안 <김씨네 편의점> 촬영에 얽힌 많은 이야기를 흥겹게 들려주었다. 촬영지로서 문의가 처음 왔을 때, 어떤 내용인지 몰라 무척 망설였던 이유, 시트콤 방영일을 앞두고는 개봉을 앞둔 영화 관계자들처럼 걱정했던 일, 방문객들이 찾기 시작해 만든 기념품 가방, 처음 극본을 쓴 최인섭 작가의 오랜 노력 등 화려한 텔레비전에서는 들을 수 없는 노고와 수고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다문화적 특성이 한층 더 두터워지고 있는 토론토 및 다양한 도시들이 <김씨네 편의점>의 내용처럼 서로를 격려하고 보듬는 일이 많아졌음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인기 시트콤의 실제 촬영 장소이기에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와 사진을 찍고, 물어볼 것인데도, K씨는 싫은 내색 없이 “사진 찍어 드릴까요?”라며 먼저 다가왔다. 실제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과 팬들이 찾아오는지 비치된 방명록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 곳엔 전 세계에서 온 이들의 인사말들로 가득했다. <김씨네 편의점>을 통해 “바쁜 부모님에 대해 다시 이해하게 되어 고맙다”, “유머가 넘치고 유쾌한 가족상을 보여주어서 힘이 된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고맙다”, “우리 가족의 최애 드라마다” 등의 내용이 담긴 방명록은 더이상 쓸 자리가 없을 만큼 빼곡하게 팬들의 글들로 가득했다. 성공한 시트콤의 유명세를 넘어서서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한국인의 문화와 삶을 통해 전 세계의 공감을 얻어가고 있는 <김씨네 편의점> 이야기는 그렇게 캐나다의 아이콘으로, 한국의 아이콘으로 계속 성장하는 중이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