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 앤 글로리’와 ‘기생충’의 오스카를 향한 결투라는 제목으로 두 작품의 경합을 소개한 기사 - 출처 : 엘 파이스>
개봉 이후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칸 영화제, 골든 글러브 및 각종 해외 영화제나 시상식에서 잇단 낭보를 전하고 있는 가운데 스페인 영화 <페인 앤 글로리(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도 유력한 국제 영화제들에서 기생충과 함께 후보에 오르며 대결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제77회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과 칸에서 <기생충>에 트로피를 내주어야 했던 <페인 앤 글로리>.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두 작품이 오르면서 다시 한번 스페인 영화계는 들뜨고 있다. 스페인 많은 언론과 영화계는 국제 기생충을 가장 경쟁작으로 점 찍으며 다시 한번 ‘<기생충> 대 <페인 앤 글로리>’ 구도를 강조해오고 있다. 《타임》지가 <페인 앤 글로리>를 소개하고 극찬한 것에 힘입어 스페인 영화계는 올해를 ‘<페인 앤 글로리>의 해’라고 단언하기까지 했지만, 칸과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트로피는 <기생충>에게 향했다.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아카데미 6개 부문에서 후보로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스페인 여론은 “올해는 페드로 알바도르의 해가 될뻔 했지만, 봉준호 감독이란 복병을 만났다. 그가 모두 다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의 꿈에 쓴맛을 알려 줄 것이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페인 앤 글로리>는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영화에 포함되고,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수상,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에서도 수상하는 등 <기생충>과 마찬가지로 영광스런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아카데미 수상을 향한 기대는 쉽게 포기되지 않을 듯하다. 한편, <페인 앤 글로리>는 아카데미 여러 부문에서 기생충과 경합을 버릴 예정이며, 주연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후보 선정이 발표된 이후 로스엔젤레스에서 비평가 상을 수상하고 마드리드로 돌아오는 길에서 소식을 들은 알모도바르 감독은 “후보로 오른 것은 행복한 일이며, 영화 커리어에 영화 유종의 미다. 안토니오는 30년 전부터 내 영화 인생의 일부이자 내 인생의 일부이다. 그가 후보에 노미네이트 됐다는 것은 나를 자랑스럽게 한다”라고 전했다. <페인 앤 글로리>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거장이자 스페인들에게 긍지를 심어주는 감독 자신의 자선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 이 영화에 대한 스페인 현지인들의 애정도 남다르다. 동 영화는 스페인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는 작품들은 할리우드 영화 중에서 두각을 나타낸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 2019년, 스페인 영화관을 찾은 관객 총 1억 550만 명 중 자국 영화를 관람한 관객은 15%에 불과했다. 이렇게 자국의 영화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추세에서, 9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2019년 스페인 개봉 영화 중 5위를 기록한 <페인 앤 글로리>는 국민들의 문화적 자부심이기도 했다. <페인 앤 글로리>의 행보와 노미네이트 소식에 스페인 언론들은 감독의 작품 세계와 수상 이력 등을 재조명하며 ‘아카데미상은 꿈 같은 일만은 아닐 것’이라 전하며 이 영화가 다시 한번 스페인 영화의 건재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2월 9일에 있을 시상식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켜보는 가운데,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노미네이트 소식에 미국의 언론이 “(노미네이트 된 배우 중) 유일한 유색인 배우”라고 언급한 것이 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 소셜미디어상에서는 인종 차별이라며 분노하는 이들도 있고, 미국에서는 라틴계든 스페인인이든 히스패닉으로 묶인다는 의견도 있다.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해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아직은 감독과 배우는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관심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드리드 문화예술원 ‘시르쿨로 데 베야스 아르테스(CBA)’에서는 오는 17일부터 26일까지 ‘2019년 최고의 영화’ 프로그램을 통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페인 앤 글로리>와 <기생충>을 상영한다. 홍상수 감독의 <강변호텔>도 함께 상영될 예정이다. 현지 관객들은 두 영화를 직접 보고 즐기며 어떤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누가 트로피를 가져갈 지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올해의 최고의 영화 프로그램'에 상영되는 기생충 – 출처 : CBA >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