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후 스페인 배급사가 모두에게 감사를 전하는 트윗 - 출처 : @LaAventuraAV >
지난 10일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4관왕을 휩쓸며 돌풍을 일으킨 한국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에 대한 스페인 언론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10월 25일 스페인 전 지역 60여 개의 상영관에서 개봉한 동 영화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두 배 이상 늘어 아카데미 시상식 직전에는 140여 개의 상영관에서 상영되고 있었다. 개봉 16주를 넘기며 스페인 관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던 영화는(스페인 박스오피스 9위)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스페인 박스오피스 쟁쟁한 할리우드 작품들을 제치고 3위(10일 기준) 그리고 11일 기준에는 1위로 껑충 뛰어올랐고, 상영관이 300여 개로 늘었다. 스페인 배급사는 5명의 직원이 전부인 작은 독립영화들을 주로 배급하는 ‘아벤투라(Aventura)’로 거대한 자본의 할리우드 영화나 스페인 코미디 영화가 박스오피스를 차지하는 극장에 작품성 있는 세계 여러 나라의 영화들을 소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벤투라 배급사는 스페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치한 직후 SNS 공식 계정을 통해 “작은 독립 배급사가 배급한 한 한국영화가 미국 메이저 영화들을 누르고 1위를 차치했다. 기생충은 스페인에서 역사를 만들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한 모두에게 감사한다”라고 전하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 많은 이들이 “충분히 그럴 만했다”, “6천 명 인구의 작은 도시 ‘산 페드로’의 영화관 매표소까지 사람들이 한국영화 언제 개봉하냐고 묻고 있다. 축하한다”, “스페인에 좋은 영화들이 많이 소개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좋은 영화들 스페인에서 상영할 수 있게 해준 당신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라는 코멘트를 남기며 영화 <기생충>을 응원하는 동시에 독립 배급사의 활동을 독려했다. 아카데미 수상 직후 배급사의 공동 설립자 페란 헤라즈(Ferran herranz)는 스페인 일간지 《라 반과르디아(La vanguardia)》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생충>의 배급권을 취득한 이유와 과정에 대해 인터뷰했다. 그에 따르면, 이미 이 배급사는 <설국열차>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와 인연을 맺었으며, 감독이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 주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작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베르리날레에서 다른 스페인 경쟁사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배급권을 어렵지 않게 획득했다고도 첨언했다. 배급사는 기생충의 대본을 처음 보고는 걸작임을 의심하지 않았고, 스페인 상영관에서 상영되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회사의 몸집을 불리기 위해, 그저 돈 되는 영화가 아니라 세계 각국의 예술적인 가치가 있는 작품들을 소개해온 뚝심(그의 배급 영화 중 10%가 한국영화이다)이 <기생충>으로 인해 인정받은 배급사는 봉준호 감독이 앞으로도 모두를 놀라게 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기생충’에 등장한 스페인 북부에서 판매되는 감자칩. 언론의 주목도 감자칩에 향했다. - 출처 : 라 보즈 데 갈리시아(좌), RTVE 뉴스(우)>
한편,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기생충>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영화의 한 장면에서 잠시 스쳐 지나간 소재들에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데, 스페인 언론들을 사로잡은 것 스페인 북부 지방의 감자칩이었다. 다소 비싼 가격에도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 감자칩은 알루미늄 용기로 유명한데, 정작 스페인 다른 지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는 브랜드이고 구하기도 힘든 감자칩이다. 스페인 언론들은 놓치지 않고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영화에서 스페인 브랜드가 등장했다고 앞다투어 전했다. 주인집 가족이 외출한 틈을 타 기우네 가족이 파티하는 장면에서 스치듯 나온 이 한 장면으로 스페인 내 온라인 판매량만 150%가 늘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 회사의 창립자인 세사르 보니야는 봉준호 감독에게 감자칩을 선물하고 싶다고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기생충>에 잠깐 등장으로 스페인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브랜드는 단박에 스타가 되었고, 회사의 창립과 역사가 조명되기 시작했다. 영화 기생충의 효과인 것이다. 케이팝의 인기에 이어 <기생충>의 세계적인 돌풍은 한국 문화의 힘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까지 기생충은 스페인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고, 스페인 영화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오스카상 수상 이후 현재까지 스페인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생충 - 출처 : @cSMoviesSpain>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