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한지 벌써 2달이 지났다. 이미 프랑스 언론들은 <기생충>과 관련한 여러 기사를 보도하며 큰 관심을 보여 왔다. 그중 프랑스의 대표적인 일간지 《르몽드》는 <기생충>을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대변하는 가장 최근 대표작”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대중문화산업을 소개했다. 《르몽드》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은 무역과 관련해 우리를 죽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빌어먹을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탔습니다”라는 발언을 한 것을, “미국이 마치 한국 영화, 음악, 드라마 등 한국 문화산업을 높은 수준으로 인정하는 것처럼 들린다”라고 평했다. 영화 <기생충>은 한국 문화산업의 일면에 불과하며, 한국경제의 동력인 한류는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방탄소년단(BTS)과 같은 스타들을 필두로 아시아, 유럽, 미주를 휩쓸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샤넬은 2018년 최초로 한국 배우 이동욱을 자사의 남성 메이크업 라인 ‘보이 드 샤넬(Boy de CHANEL)’의 모델로 발탁했다.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축하하는 현수막 - 출처: 르몽드>
《르몽드》는 “한류의 성공이 그동안 1990년대부터 시행해 온 정책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대한민국은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었고, 김영삼 대통령(1993-1998)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쥐라기 공원>이 현대자동차 150만대를 판매한 것과 같은 이익을 낸 것에 주목했다고 밝혔다(2013년 《르몽드》 기사를 다룬 통신원 소식 참조). 또한,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남상현 팀장은 “이때부터 한국 정부가 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대한민국을 홍보하고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문화 지렛대를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한국 문화의 세계화는 TV 드라마가 아시아 국가에 전파되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송병준 GROUP 8 프로덕션 대표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아시아 시장은 일본이 지배하고 있었지만, 금융위기로 배급사들의 광고 수입이 급감하자, 대만의 한 TV 방송국이 한국 드라마를 방송했다. 일본 작품들보다 10배나 싼 이 한국 드라마는 대만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을 문화산업 분야의 5대 강국 중 하나로 만들기를 원했던, 김대중 대통령(1998-2003)과 노무현 대통령(2003-2008) 등 진보주의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아 민간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졌다. 음악 분야에서는 SM 엔터테인먼트가, 영화산업에서는 CJ 그룹이 진출하였으며, 《르몽드》는 특히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이 문화 콘텐츠 보급에 크게 이바지했다”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한류의 폭발적인 성장이 일본과의 갈등, 2017년 중국의 큰 반발을 샀던 한국 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이명박 대통령(2008-2013)과 박근혜 대통령(2013-2017) 집권 시기에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블랙리스트 사건 등과 같이 대내외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은 사실을 높게 샀다. 르 몽드는 한류를 “일제식민지 기간 억압되었던 문화 정체성을 재확인하려는 한국의 의지에 기반을 두고 있다”라는 인상적인 해석도 제시했다. 한류의 성장은 대한민국의 외교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재외한국문화원은 K-Pop 홍보에 크게 주력하고 있다. 이는 K-Pop의 인기가 주재국의 대중들에게 전통예술, 영화와 같은 다른 한국 문화에도 관심을 끌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한류의 영향은 한국 내 관광 산업의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단순히 K-Pop에 이끌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인지도가 상승효과를 가져왔다. 《르몽드》는 기사 말미에서 “한류는 한국 사회의 변화를 대변한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코리안 쿨(The Birth of Korean Cool)』의 저자 유니 홍(Euny HONG)의 말을 인용하여 “한국 사회는 멋질 줄 알게 됐으며, 풍자할 줄 알게 되었다”라고 전하며, 한국 대중문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자아낼 정도로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에까지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 참고자료 https://www.lemonde.fr/idees/article/2020/02/28/parasite-dernier-avatar-du-soft-power-sud-coreen_6031117_3232.html http://www.kofice.or.kr/c30correspondent/c30_correspondent_02_view.asp?seq=2203
성명 : 지영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프랑스/파리 통신원] 약력 : 현재) 파리3 소르본 누벨 대학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