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아르헨티나의 자가격리 기간이 연장되면서 경제는 물론 문화계까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박물관, 미술원, 공연장, 문화센터 등이 집중되어있는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경우 일주일째 확진자 수가 세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더 엄격한 격리규칙이 적용되었다. 올해 예정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재개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 속에, 주최기관은 물론 정부 측에서도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려 노력 중이다. 하지만 외출이나 여러 사람이 모이는 집단적인 활동은 여전히 금지되고 있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장려하는 정부의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 속에 문화계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한류 팬들도 공연이나 ‘스타와의 만남’ 같은 행사에 대한 기대는 일찍이 접고, 집에서 SNS나 온라인 스트리밍 매체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나 드라마, 영화 등을 관람하며 지루함을 달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이맘 때 쯤 왕성한 활동을 했던 한국문화원도 3월 20일 부터 벌써 두 달이 넘게 휴관에 들어가면서, 예정되어있던 전시와 강연, 강좌, 영화상영 일정 등에 많은 차질이 생겼다. 다행히 일부의 강연과 강좌 프로그램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진행되면서 현지인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요리 강좌의 경우 인스타그램(Instagram)과 줌(Zoom)을 통해 두 개의 강좌가 진행된다. 에스테반 호(Esteban Ho)는 사전신청을 한 등록자에 한에서 4월 22일부터 수업을 진행하고, 김범수(Pablo Kim)는 자가격리 기간인 4월 13일부터 매주 한번씩 한국문화원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실시간 강좌를 진행한다. 후자의 경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참여 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한층 더 낮아졌다. 외출이 줄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각 가정마다 새로운 메뉴나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류팬은 물론 이전에 한국음식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사람들도 이번 강좌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5월 15일 ‘버섯 탕수육’과 ‘김치볶음밥’ 요리수업 - 출처: 주아르헨티나 문화원 인스타그램 캡처>
이번 강좌 진행을 맡은 김범수는 “현지에서 이미 잘 알려져 있는 한식메뉴와는 조금 차별화된 메뉴와 레시피를 제안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뚝배기 불고기, 주물럭, 부대찌개, 버섯탕수육, 닭볶음탕 등이 요리강좌에 올라와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는 강좌 첫날에 비해서는 접속자 수가 조금 줄었지만, 한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꾸준히 접속해 요리 강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뿐 아니라, 질문도 주고받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햄과 같이 현지 사람들이 평소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활용하는 요리의 경우, 훨씬 더 좋은 반응을 얻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2020년 주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의 온라인 강좌, 특강, 각종 대회, 이벤트 등이 요약되어 있는 캘린더 - 출처: 문화원 트위터 (@CC_coreano)>
그 외에도 현재 <제1회 한국관광 사진 공모전>, <제1회 한국 영화 포스터 공모전>, 그리고 <한국 스타일의 크리에이티브 영상 공모전>까지 총 3개의 공모전을 열어 작품을 접수 받고 있다. 또한 <2020 중남미 K-pop 경연대회 예선>과 <한국어 말하기 대회> 도 각각 8월 말, 6월 초~7월 초까지 참가자를 받을 예정이다. 그 중에서도 격리 조치로 중단된 전시 <한국 전통탈>은 온라인 전시로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이 외에도 문화원이 매달 1회씩 진행하는 한국 관련 특강은 온라인을 통해 진행됐다. 건축가이자 큐레이터로 활동 중인 루이스 조(Luis Zo)와 사진가 다니엘 모레노(Daniel Moreno)는 온라인 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해 한옥을 주제로 한 강좌를 선보였다.
<'Corea Más Cerca', 5월에는 한옥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 출처 : 주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 공식 홈페이지>
이번 기사에서 통신원은 아르헨티나 정부의 자가 격리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이에 발맞춰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시한 문화원의 활동을 되짚어봤다. 자가 격리는 많은 아르헨티나 시민들의 삶에 큰 변화는 물론,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진화해나가는 문화원의 활동을 기대해본다.
성명 : 이정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약력 : 현)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 사회과학부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