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국열차’를 리메이크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10부작 시리즈 – 출처 : 유튜브(@TNT)>
봉준호 감독의 2013년 작품 <설국열차(영문명: Snowpiercer)>를 각색한 동명의 드라마가 영국에서 최근 넷플릭스와 블루레이를 통해 공개됐다. 영국 유력 일간지 《인디펜던트(Independent)》는 지난 5월 21일 자로 동 시리즈 리뷰를 남긴 데 이어 24일 “지금이 <설국열차>를 보기에 적합한 시기”라 언급하며 영화 <설국열차>의 출연진 틸다 스윈튼(Tilda Swinton), 에드 해리스(Ed Harris)와의 인터뷰 소식을 게재했다. 동 기사는 봉준호의 <설국열차>는 디스토피아의 고전이라 간주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한편, 앞서 언급한 5월 21일 자로 게재된 넷플릭스 시리즈 리뷰는 크리스 에반스(Chir Evans), 제이미 벨(Jamie Bell), 틸다 스윈튼이 주연을 맡았던 봉준호 감독의 2013년도 영화 작품과 새 드라마를 비교하는 글로 눈길을 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봉준호의 작품세계에 깔린 분노, 열정적 기세는 결여되어 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여행'”이라고 평하고 있다. 올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을 석권하기 이전, 봉 감독은 영국과 미국에서 아마 SF 장르인 <설국열차>로 잘 알려져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동 영화는 프랑스 그래픽 소설 원작을 각색한 작품으로, <기생충>과 마찬가지로 계급과 자본주의를 향한 메시지를 담았다. 서울에 위치하고 있는 장벽이 높은 고급 주택들과 반지하 아파트가 아닌, 지구상이지만 가상 현실인 기차가 주요 무대로 설정되어 있는데, 학자들이 지구 온난화와 불가피하게 생성된 냉동 시대를 막으려고 고군분투하다가 도달하게 되는 곳이다. 바깥의 온도는 마이너스 수 백도로 하강했고, 살아남은 수천여 명의 생존자들은 윌포트(Wilford) 씨라 불리는 배타적인 억만장자가 운영하는 지구를 우회하는 여행을 하게 된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수년째 여행 중인 승객들은 계급과 신분에 따라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다. 기차의 맨 앞칸에 있는 1등석에 탄 승객들은 스시를 먹고, 휴양 시설에서 휴식을 취하는 반면, 기차의 ‘꼬리칸’에 탑승한 승객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젤리에 질릴 만큼 지쳐있으며 줄을 벗어날 경우, 팔뚝이 얼어붙을 만큼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꼬리칸 사람들은 이러한 대우에 이미 신물이 나 있는 상태이다. 이는 콩나물처럼 승객들이 꽉꽉차는 영국 서던 레일(Southern Rail)과도 비유되고 있다. 영화는 계급을 뚜렷하게 구분하고, 그 탓에 선한 인물들은 꼬리칸에 머무르고 사기꾼들은 1등석을 차지하고 있으나 누구도 밖으로 나갈 수는 없다. 주인공인 커티스(크리스 에반스)가 이끄는 저항 운동에 가담하게 된다는 스토리로 암울하면서도 재미있고 폭력적이면서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지닌 <설국열차>는 평론가와 대중에게 이미 많은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어떤 좋은 콘텐츠라도 손해를 입을 확률이 높은 당대 TV 방송계에서 <설국열차>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10부작 시리즈로 리메이크됐다. 동 시리즈의 제작에는 봉준호 감독이 프로듀서 중 한 명으로 참여하였고, 동료 박찬욱 감독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인디펜던트》는 “넷플릭스 시리즈의 디자인과 편집은 대체로 영화와 비슷하지만, ‘SF 스릴러’라는 장르의 특성상 각색도 다소 필요하고, 영화보다는 긴 러닝타임에 오락적 요소를 더한 반면, 이야기 전개의 속도감은 높였다”고 평가했다. 배우 다비드 딕스(Daveed Diggs)는 주연으로 등장하는 형사 출신의 꼬리칸 승객 안드레 레이튼(Andre Layton) 역할을 맡았다. 영화 <더 헐크>에서 여주인공으로 활약했던 제니퍼 코넬리(Jennifer Connelly)는 동 시리즈에서 기차의 또 다른 끝 칸에서 ‘기차의 목소리’로, 윌포드의 공지사항을 전달하는 멜라니 카빌(Melanie Cavill) 역을 맡았다. 드라마는 윌포드의 대변인으로 보이는 멜라니가 실제 윌포드인지 여부에도 집중하는 한편, 3등석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 레이튼에게 사건을 의뢰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담았다.
<멜라니 카빌 역을 맡은 제니퍼 코넬리 – 출처 : Digitalspy>
《인디펜던트》는 “방영 분량이 많은 시리즈인 만큼, 넷플릭스 시리즈는 봉준호 감독이 만든 영화만큼 열광적인 기세를 따라잡지는 못하는 것이 놀랍진 않다. 그러나 이를 보상해주는 요소도 존재한다”며 지적하고 있다. 이어 “일례로 3등석 칸에 등장하는 오락적인 요소들인 농장, 어항, 나이트클럽, 소형 자동차, 정육점, 유치장 등이 그러하다”며 기차 안의 또 다른 기차가 등 많은 볼거리를 예로 들어 언급했다. 하지만 드라마 <설국열차>를 시청자들이 얼마나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지는 전적으로 그들이 그 핵심 아이디어를 좋아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이 리뷰의 골자다. 영화에서 드러나는 ‘분노’와 그 에너지보다는 훨씬 약하지만, 재치와 상상력, 무대 설정은 분명히 유사하다는 것이다. 시즌2가 이미 준비 중인데, 스타 숀 빈(Sean Bean)이 합류할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TV 드라마를 통해 영화적인 요소를 굳이 찾으려는 것은 이미 장르의 전제가 다른 만큼 무리한 요구일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잊고 ‘넷플릭스적’인 시리즈 드라마의 요소를 즐기는 것이 투자한 시간의 보상을 받는 현명한 방법일 듯싶다.
※ 참고자료 《Digitalspy》 (20. 5. 26.) , https://www.digitalspy.com/tv/ustv/a32639907/snowpiercer-twist-explained-wilford-ending-netflix/ 《Independent》 (20. 5. 21.) , https://www.independent.co.uk/arts-entertainment/tv/reviews/snowpiercer-season-1-netflix-bong-joon-ho-cast-jennifer-connelly-daveed-diggs-a9526106.html 《Independent》 (20. 5. 24.) <‘This is the right time for Snowpiercer’: Tilda Swinton and Ed Harris on the botched release of the dystopian classic>, https://www.independent.co.uk/arts-entertainment/films/features/snowpiercer-tilda-swinton-ed-harris-parasite-bong-joon-ho-release-harvey-weinstein-a9527536.html
성명 : 이현선[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영국/런던 통신원] 약력 : 현)SOAS, University of London 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