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터키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역 간 이동 제한은 물론 대형 쇼핑몰과 영화관, 상점, 학교와 사설학원 등에는 이례 없는 락다운 조치가 내려졌다. 이후 약 5개월 만에 영화관 문이 다시 열렸고, 상영 재개 한 달 후인, 지난 9월 10일, 방탄소년단의 월드 투어 공연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가 개봉됐다. 동 영화는 24일 막을 내릴 예정이다. 한류 관련 행사가 많지 않은 터키에서 올해는 코로나19로 계획된 행사마저 취소된 상황이라, 한류 팬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소식이었다. 터키에서는 방탄소년단이 출연하는 영화가 2018년부터 매년 상영돼왔다. 2018년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를 시작으로 2019년 <브링 더 소울: 더 무비>, 올해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는 세 번째 영화이다.
<터키 이즈미르 씨네 맥시멈 상영관 관리자 – 출처 : 통신원 촬영>
방탄소년단 팬들은 영화를 하루 더 빨리 보고 싶어하는 마음에 개봉 전부터 씨네 맥시멈(CJ CGV) 홈페이지에 들어가 자신들의 마음을 글로 남겼다. 통신원은 영화 개봉과 전반적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개봉 이후 두 번째 주 주말에 상영관을 찾았고, 영화 상영 전 관리자를 만나 몇 가지를 질문을 던졌다. 이즈미르 소재의 씨네 맥시멈은 코로나19 창궐 전에는 하루 관람객 수 6천 명을 돌파했던 영화관으로, 터키에서는 세 번째로 많은 관람객이 찾은 곳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일 관람객 수는 1백여 명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통신원이 방문했던 그 날에도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를 관람하기 위해 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상영관 하나 당 평균 10명을 넘지 않는다고 했다. 코로나19가 방탄소년단 팬들의 발걸음을 막은 셈이다.
<텅 빈 상영관,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를 보러 온 아버지와 딸 – 출처 : 통신원 촬영>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을 준수하며 관람객 몇 명과 인터뷰를 나눴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아버지와 중학생 딸로, 딸이 BTS 영화를 너무 보고 싶어해 함께 방문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귤제(딸, 16세)이 BTS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자신도 아미(Army)가 됐다면서 영화를 함께 볼 것”이라 언급했다. 귤제에게 코로나19로 상영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는데, 어떻게 왔는지 질문하니, “아미가 된 지 3년이 됐다”며 입을 뗐다. 이어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를 개봉일에 이미 봤다면서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아버지와 함께 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터키에서 개봉됐던 BTS의 영화 세 편을 다 봤는데, 개인적으로 첫 번째 영화가 가장 좋았다”고 덧붙였다. 그 이유는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 첫 번째 영화 때는 단 하루만 상영했고, 당시에는 관람객이 인산인해를 이루어 실제 콘서트홀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자신을 아미라고 밝힌 메르베와 친구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메르베가 팔로우 하고 있다는 터키 BTS 팬클럽 트위터 계정 – 출처 : 트위터(@BTSTurkey)>
두 번째 인터뷰이는 남자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러 온 고등학생 커플이었다. 메르베(17세)는 ‘자신을 사랑하라’는 BTS의 가사가 좋아서 아미가 됐다고 한다. 메르베는 “터키 아티스트들은 주로 연인 간 사랑과 이별에 대해서 노래하는데, BTS의 곡들은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서 자주 듣게 된다”고 전했다. 터키에서 케이팝 소식은 어떻게 접하는지 물어보니, “트위터를 통해 소식을 서로 공유하고 있고, 현재 팔로우하는 계정에는 방탄소년단의 앞으로의 스케쥴까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터키 BTS 팬들은 소셜 네트워크로 실시간으로 소식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이번 영화도 트위터를 보고 알게 된 것”이라 덧붙였다.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중간 집계 – 출처 : 박스오피스 터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도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가 개봉했으나, 더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지 못해서 못내 아쉬운 마음이 크다. 상영이 하루 남은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는 9월 10일 개봉 이후 첫 번째, 두 번째 주말 관객수 13,131명, 누적 평일 관객수 8,626명을 동원했다.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 리뷰 – 출처 : 씨네 맥시멈>
씨네 멕시멈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관람객들의 리뷰는 ‘무척 좋았다’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중 눈에 들어온 후기는 “정말 좋았다. 개봉 첫째 날 상영관에 혼자 앉아서 영화를 관람했다. 방탄소년단과 혼자여서 더 좋았다.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혼자서 춤을 췄다”는 리뷰였다. 짧은 평가를 보며 터키 시민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생각하게 됐다. 텅 빈 상영관 안에서 BTS가 전해주었을 따뜻한 메시지는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일찌감치 이동 제한, 상점 영업 중단, 학교 전면 휴교 등 락다운 조치가 내려진 터키에서는 공장과 비즈니스 등 업무 정지 상태를 뜻하는 셧다운 상황까지도 돌입한 바 있다.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급속도로 악화된 터키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영화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가 던진 메시지는 ‘흥행’이 아닌 ‘격려’, 두 글자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혼자였지만, BTS와 혼자여서 더 좋았다’는 어느 한 관람객의 댓글은 가슴에 크게 남는다.
※ 참고자료 터키 박스오피스, https://boxofficeturkiye.com 터키 BTS 트위터 팬 계정, https://twitter.com/btsturkey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터키/이스탄불 통신원] 약력 : 현) 대한민국 정책방송원 KTV 글로벌 기자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