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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금이의 꿈>에 반해 한식 팬이 된 터키인 뮤니레 씨

2020-10-05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코로나19 감염의 우려로 터키에서도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현저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터키 경제 일간지 《듄야 가제테시(Dunya Gazetesi)》에 따르면, 최근 두 달 동안 이즈미르 주에서만 문을 닫은 식당이 4백 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걱정과 스트레스 때문에 아예 편하게 집에서 먹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다. 인간의 기본 욕구인 미각을 유혹하는 그 어떤 맛있는 식당 음식이 있다고 해도 이제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식당으로 향하지 않는다.

<2020 주터키 한국문화원 한식경연대회에서 3등을 수상한 뮤니레 씨 – 출처 : 통신원 촬영>

집밥이라면 편안하고 안전함,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식재료에 영양이 가득한 이미지들이 떠오른다. 그런데 집밥에 대한 이 같은 편안한 이미지들을 애써 깨뜨려서 먹는 이가 있다. 스물한 살 대학생, 한식 팬 뮤니레 씨이다. 뮤니레 씨는 평소에도 터키 집 밥이 아닌, 한식을 직접 요리해서 먹을 정도로 한식 사랑이 남다르다. 그녀의 집에는 고추장과 된장, 참기름, 심지어는 미역까지 한식재료들이 항상 가득하다. 뮤니레 씨는 2020 주터키 한국문화원에서 주최한 한식경연대회에서 3등을 수상한 실력가이기도 하다.

<집에서 뮤니레 씨가 가족들을 위해 한식을 요리하는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은 지난 7월 한식경연대회에서 만났던 뮤니레 씨의 근황이 궁금해 인터뷰를 요청했고, 인터뷰차 뮤니레 씨의 집에 초대 받은 날에도 뮤니레씨는 한식을 요리하고 있었다. 가족들에게 한식의 맛을 전해주고 싶다면서, 비빔밥과 미역국을 준비하고 있었다. 비빔밥과 미역국을 준비한다는 뮤니레 씨의 모습을 보자 마자, 놀라운 마음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지금은 코로나로 할 수 없지만 통신원도 현지에 거주하면서 터키인들을 초대해서 한식을 대접할 때가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낯선 한식에 대해 어려워하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종교적으로 율법에서 금하는 식재료가 있을지 몰라서 심한 경우엔 수저도 못 드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이다.

터키인들이 한식에 대해 어려워하는 가장 큰 요인은 ‘강한 냄새’다. 마늘, 각종 향신료, 참기름이 모든 음식에 많이 사용되고, 발효된 음식은 썩은 음식을 먹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떡과 미역, 날생선 등의 질감은 터키인들이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매우 불쾌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한 면에서 뮤니레 씨의 한식 조리 모습은 더욱 흥미로웠다. 뮤니레 씨는 즐거운 표정으로 미역국을 준비했고, 야채를 얇게 썰고 다듬고 볶고, 발효된 고추장과 참기름을 두르며 비빔밥을 완성했다.

<비빔밥과 미역국을 시식하는 뮤니레 씨 가족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가족들이 한 식탁에 둘러 앉아 비빔밥과 미역국을 맛 볼 준비를 하자, 뮤니레 씨는 가족들에게 한식의 맛을 전해 주고자 하는 마음에 무척 설레어 했다. 부모님은 뮤니레 씨가 가족들을 위해서 한식을 해 온 3년 만에 처음으로 시도해 보는 거라며 비빔밥의 맛이 좋다고 소감을 얘기했다. 비록 미역국은 그 날에도 입에 대지 못했지만, 가족 모두 웃으면서 한식의 맛을 나누었다. 통신원은 평소에도 이렇게 한식을 집에서 직접 해서 먹고, 가족들에게도 다양한 한식의 맛을 전해주고 싶다는 뮤니레 씨가 신기했다. 마치 민간 외교관이 된 듯, 뮤니레 씨가 한식 한류 전파를 위해 스스로 앞장 서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래는 가족들의 식사가 다 끝나고, 뮤니레 씨와 인터뷰를 이어간 내용이다.


본인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저는 한국을 사랑하는 뮤니레 쉔입니다. 21세이고, 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3학년에 재학중입니다. 터키 이즈미르 지역에 있는 여러 대학 다국적 학생들(이탈리아, 프랑스,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및 14개국)이 참여하는 다양한 국제 행사를 기획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한국을 사랑하는 터키인들의 모임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주선했었습니다. 한국 대사관의 지원을 받아서 K-Pop과 한복 쇼, 윷놀이와 같은 전통 놀이도 기획했었습니다.

뮤니레 씨, 한식을 처음 접한 건 언제이고, 좋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9년 전 제가 열두 살 때, 터키에서 ‘장금이의 꿈’이라는 만화 영화를 했어요. 만화 영화를 통해서 한식을 접했는데요. 사람들에게 음식으로 행복을 주는 게 꿈이었던 장금이가 진정한 요리를 배우기 위해서 궁에 들어간 것부터 시작해서 여성으로서 너무 훌륭해 보였어요. 만화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나도 사람들에게 음식으로 행복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장금이처럼 따라서 요리를 연습하고 했던 게 계기가 되었던 거 같아요.

<애니메이션 '장금이의 꿈' - 출처 : Jang Geum 유튜브 채널(@Jang Geum)>

뮤니레 씨가 한식을 좋아하는 거에 대해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저는 평소에도 집에서 한식을 자주 요리해요. 떡볶이, 잡채, 비빔밥, 된장국, 미역국 등이요. 지난 번 주터키 한국문화원에서 한식경연대회를 위해서는 구절판을 연습했는데요. 2주 동안 정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날마다 연습을 했어요. 구절판은 야채와 고기를 얇게 썰어야 하는데, 정말 어려운 거 같아요. 터키 음식은 얇게 요리를 하는 게 없거든요. 부모님과 여동생은 제가 한식을 연습하는 거에 대해서는 반대를 하지 않으시는데요. 제가 만든 요리는 정말 한 입도 안 대셨어요. 오늘 제가 만든 비빔밥은 3년 만에 처음 드신 거예요. 앞으로도 부모님의 입맛에 맞도록 한식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이즈미르에는 한식 재료도 구할 수 없고, 한식을 배울 수 있는 학원도 없는데 어떻게 배우고 있는지요?

네, 맞아요. 이즈미르에는 한국 사람들도 많지 않아서 저 혼자 유튜브를 보고 배우고 있어요. 한국 사람들이 곁에 있으면 이게 맞는 맛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건데요. 인터넷을 보고 저 혼자 연습하고 요리를 하는 거라, 내가 만든 한식의 맛이 정말 맞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형부가 한국 회사에서 부품을 주문을 받고 납품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형부가 자주 한국을 왕래해요. 꼭 저를 위해서 한식을 사다주시고요.

이즈미르 지역 여러 대학교들과 연합해서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과도 문화행사를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한국과 터키 문화 교류에 있어서 한식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한식은 맛도 좋지만 재료도 건강에 아주 좋은 것들이에요. 저는 집에서 김치도 담그는데요. 김치가 코로나를 예방한다는 뉴스도 봤어요. 학생들에게 이런 정보들을 알려 주면 터키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는 한국어도 인터넷을 통해서 혼자서 배웠는데요. 한식은 배우지 않아도 맛만 보면 되니까 한식 경연대회와 같은 행사들을 많이 하면 한국과 터키 관계에 있어서 더 빨리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계획이 무엇인가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습니다. 채널을 통해 한식 소개할 거예요. 저와 같이 혼자서 한식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터키 사람들에게 알리는 거라 따로 번역을 하지 않아도 되고, 문의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더 쉽게 가르쳐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참고자료
《Dünya Gazetesi》 (20. 9. 14) , https://www.dunya.com/yurttan-haberler/izmirde-son-iki-ayda-400-lokanta-kapandi-haberi-481592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17.08.24) <터키인들의 한식에 대한 진심>, http://kofice.or.kr/c30correspondent/c30_correspondent_02_view.asp?seq=14440
https://www.youtube.com/watch?v=uThyuBM-JeQ
   

통신원 정보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터키/이스탄불 통신원]
약력 : 현) 대한민국 정책방송원 KTV 글로벌 기자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