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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감깍두기와 아보카도 김치 한 번 맛보실래요

2020-10-07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정은정(EJ Jeong, CEC - Certified Executive Chef by American Culinary Federation) 씨는 LA 국문화원(원장 박위진)의 ‘한국 음식 시리즈’에 자주 초대되는 셰프로, 작년에는 하버 컬리지 요리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발효음식에 대한 특강 및 요리 수업을 진행했다. 그녀가 이제껏 다루었던 한국 음식으로는 김치와 비빔밥이 있다. 올해엔 코로나로 인해 문화원의 모든 행사가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오는 10월에 있게 될 그녀의 클래스 역시 줌(Zoom)을 통한 가상공간의 수업(Virtual Class)으로 2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LA 한국문화원은 이 행사를 위해 이번 온라인 클래스에서 보여줄 요리들을 사전 촬영했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촬영은 6시간만인 오후 4시에서야 끝났다. 사전 촬영을 한 이유는 수업 당일에 요리를 하게 되면 학생들의 질문에 온전히 마음 다해 답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드는 법을 함께 비디오로 보면서 수업을 진행하면 학생들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어떤 것을 알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더 집중할 수 있을 터이다.

이번 가상공간 수업을 위해 정은정 셰프가 준비한 요리는 코로나 시대에 면역력을 높여주는 삼계탕, 나물, 그리고 쉽고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다양한 김치, 이렇게 3가지이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흔한 식재료인 아보카도와 가을이 제철인 감을 이용한 2가지 색다른 김치는 현지인들, 그리고 지구별 그 어느 나라 사람이라도 쉽게 만들 수 있고 입맛에도 잘 맞을 것 같다.


최근 몇 년 사이, 방탄소년단 덕에 미국인들이 한국 음식과 한국 문화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요. 특히 김치는 몸에 좋은 발효음식이라는 점 때문에 날이 갈수록 더 큰 인기를 끌고 있죠.


김치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느낄 수 있는 증언이다.


요즘은 한국인들도 집에서 김치를 담그지 않고 대개가 다 마트에서 사다 먹잖아요. 그러면서 외국인들에게는 배추 사다가 절여서 김치를 만들어 먹으라며 전통을 강조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김치 클래스에서는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오이소박이를 만들 예정입니다. 그리고 오이소박이용 속(부추와 양념 무친 것)을 넉넉히 만들어 이를 활용한 다양한 김치를 준비해봤습니다.


이렇게 탄생된 새로운 김치가 바로 아보카도 김치와 감 깍두기이다. 먼저 아보카도 김치는 오이소박이 속과 아보카도 슬라이스, 그리고 실란트로(고수)를 넣어 무친 것이다. 히스패닉 인구가 많은 LA에서는 아보카도로 만든 남미 스타일의 음식인 구아카몰레를 식당과 마켓 어느 곳에서든 쉽게 구할 수 있다. 구아카몰레의 주요 재료가 바로 아보카도와 실란트로인데 정은정 셰프는 이 점에 착안해 이 두 재료에 오이소박이 속을 무쳐 또 하나의 음식을 창조해 낸 것이다. 도대체 무슨 맛일까, 궁금해 한 입을 맛보고 난 뒤 젓가락 움직이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한국 음식의 느낌이 나면서도 완전 새로운 맛인데 지방이 풍부한 아보카도의 기름진 맛과 실란트로의 상큼함, 거기에 오이소박이 속의 짭조름한 맛이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


발효된 오이소박이 속과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식재료인 아보카도를 섞었을 때 새로운 아보카도 김치가 탄생한 거죠. ‘아보카도가 발효되지 않았는데 그게 무슨 김치야?’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김치속은 충분히 발효됐으니 그것을 이용해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낸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 아닐까요?


요즘 한참 제철인 감으로 만든 깍두기 역시 무척이나 새롭다. 깍두기는 단맛이 있으면서도 입을 개운하게 하는 장점이 있는데 감은 그 자체로 충분히 달기 때문에 감으로 깍두기를 만들 때에는 따로 설탕을 넣을 필요가 전혀 없다. 오이소박이나 김치속을 넉넉히 만들어 두었다가 감 등 제철 과일과 섞어 먹으면 또 하나의 제철 김치가 된다.

정은정 셰프가 가상공간 클래스에서 선보일 또 하나의 김치는 로메인 상추 겉절이이다. 냉장고에 있는 어떤 종류의 잎사귀 야채라 할지라도 썰어서 김치속 또는 오이소박이 속과 함께 무쳐내면 우리 입맛에 맞는 겉절이가 뚝딱 만들어진다.


겉절이라고 꼭 배추를 가지고 만들어야만 하는 건 아닐 거에요. 그리고 그렇게 안 만들었다고 비난을 하는 것 역시 유연성과 융통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요즘 세대에 맞는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주장은 ‘무엇이 전통적인 조리법인가를 규명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전통 음식을 더 널리 현지의 대중들에게 알릴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전통적인 것을 너무 고집하지 말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면서 맞춰 나가자는 얘기다. 변화를 우습게 생각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는 것처럼 음식 문화도 전통적인 것만 고수하면서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다가 현지인들이 변형시킨 새로운 요리가 주류가 되고 나면, 우리는 후발주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한식의 포인트인 발효된 장들, 너무 자랑스럽죠. 그런데 자꾸 100년 된 종가집 장만 찾는다면 그런 장을 구할 수 없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어떻게 한국 음식을 대중화시키겠어요? 구하기 쉬운 간장 한 병을 가지고라도 비슷하게 한국적인 맛을 만들어내고 소개해낼 수 있는 융통성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은정 셰프는 아보카도 김치야말로 요즘 유행하는 키토제닉 다이어트(Ketogenic Diet, 줄여서 키토 다이어트)에도 정말 좋은 음식이라고 보충 설명했다. 최근 20년간 유럽과 미국 세계 각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키토 다이어트는 의학용어로 ‘키토시스(Ketosis) 상태(탄수화물이 아닌 지방을 몸의 연료로 쓰는 상태)’에 머물게 하는 방법으로, 탄수화물 섭취를 낮추고 많은 양의 지방과 적당한 양의 단백질을 섭취한다. 키토 다이어트는 간질이나 치매 등 신경성 질환, 그리고 당뇨병의 예방, 만성질환, 심장혈관 피부 염증성 질환에 효과적이다.

키토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먹는 아보카도는 양질의 지방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키토 친화적 식재료이다. 또한 김치에 들어가는 재료들 역시 저탄수화물이니 키토 다이어트에 이보다 좋은 음식이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가상공간에서 펼쳐질 정은정 셰프의 ‘한국음식 시리즈’ 수업을 통해 더 많은 현지인들이 한국의 맛에 노출되고 일상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라본다.

<가을이 제철인 감을 활용한 감깍두기 - 출처 : 통신원 촬영>

<아보카도 김치 - 출처 : 통신원 촬영>

<감깍두기와 아보카도 김치 - 출처 : 통신원 촬영>

<요리를 선보이는 정은정 셰프 - 출처 : 통신원 촬영>

<촬영 현장에서의 정은정 셰프 - 출처 : 정은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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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