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코로나 시대 성공하는 레스토랑은 이유가 있다

2020-10-07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고 나서 배송 회사, 마스크 제작 회사 등 일부 업종은 예외이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업체들은 엄청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LA의 경우 지난 3월 중순부터 셧다운이 시작되면서 LA 시민들은 식당에서 밥을 먹어본 기억이 가물가물해졌다. 5월 말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과 함께 조심스럽게 비즈니스가 재개됐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흑인 인권 옹호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도 함께 퍼져나갈 것을 염려한 주정부와 시정부가 재셧다운을 결정한 것이다.

다시 배달과 테이크아웃만 허락되는 식당업의 암흑시대를 거치면서 관계자들은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의 식사는 괜찮다는 것에 착안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바로 주차장 공간에 천막을 치고 간이 의자를 놓아 식사를 하게 하는 것이다. 평소였다면 쓰레기통을 옆에 두고 식사를 할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이며 차들이 쌩쌩 달리는 차도에서 먼지를 뒤집어쓰며 밥 먹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지만 외식을 금지당하면서 사람들과의 만남도 금지당했던 LA 시민들은 이렇게라도 외식을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며 주차장으로 옮긴 식당을 찾고 있다.

특히 한국식 바비큐는 시끌벅적 가족 친구들끼리 테이블 위 그릴에 고기를 얹어 굽고 먹는 모든 경험을 아우르는 체험인지라 셧다운 기간 동안 식당들 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었었다. 야외 공간에서의 영업이 허락되기 시작하자 한인 타운의 구이 전문 식당 가운데 하나인 불고기헛(Bulgogi Hut)은 인도와 도로에 좌석을 마련하고 손님들을 맞고 있다. 특히 불고기헛은 차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에 실물 크기의 칼라풀한 소 조형물을 설치해 눈길을 끈다. 불고기가 쇠고기를 이용한 음식임을 이보다 더 잘 홍보할 수 있을까. 파랑을 기조로 한 불고기헛의 소는 하늘색, 빨강색, 검정색 등 화려한 색감이 바라보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불고기헛은 윌셔 블러버드(Wilshire Blvd)와 킹슬리(Kingsley)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다. 윌셔가는 늘 차량의 통행이 많지만 교차 거리인 킹슬리는 윌셔보다는 훨씬 조용한 거리이다. 시에서는 이를 고려해서인지 주차 미터가 들어서 있는 차도를 천막친 간이 식당 공간으로 허락했다. 좌석과 좌석 사이에는 투명한 아크릴 분리대를 설치해 고객들은 더욱 안심하고 바비큐를 즐길 수 있게 배려했다. 물론 처음 마련할 때에는 적잖은 목돈이 들었겠지만 언제 코로나 백신이 개발될 것인지 아직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이와 같은 아크릴 분리대는 코로나 시대에 해볼 만한 투자라 생각된다.

테이블 위에서 고기를 구우려면 불을 피워야 하는데 야외라 불을 켜놓으면 잘 꺼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불고기헛에서는 등산 시 이용하는 철제 바람막이 병풍을 테이블마다 제공하고 있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바람도 점점 세지는데 이처럼 철제 바람막이 병풍을 둘러주면 불이 꺼지는 것을 막으면서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천막 아래와 간이 좌석 벽면에는 아주 작은 크기의 조명이 밝혀져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를 밝혀놓은 것 같은 느낌이 난다.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다가도 분위기가 너무 좋아 보여 차를 멈춘 후, 들어오고 싶어지는 풍경이다.

코로나 사태로 우리들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으로 진입했다. 불고기헛은 배달만 허용되던 시절에도 재빨리 포스트메이츠, 우버잇 등과 연계하여 런치 스페셜 메뉴를 배달 서비스했다. 새롭게 변하는 시대에 맞춰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융통성, 적응성이야말로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덕목이라 하겠다.

<코로나 시대를 맞은 불고기헛 식당의 길거리 좌석 입구에 들어서 있는 칼라풀한 소 형상>

<인도와 차도에 마련한 불고기헛 식당 좌석. 천막을 친 간이 좌석 사이에는 투명한 아크릴 분리대를 놓았다>

<크리스마스 트리 불빛 같은 조명을 설치해 지나가던 사람들도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야외 좌석>

<킹슬리 가에는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와 냄새로 가득하다>

<불고기헛의 간판>

<바람에 구이판의 불이 꺼지지 않게 하기 위해 마련한 철제 바람막이 병풍>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통신원 정보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