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편의점 CU 운영사 BGF 리테일은 몽골 시장에 이어 두 번째 해외 시장으로 말레이시아를 선택했다. 앞서 코로나19 여파로 베트남 진출이 무산된 이후 동남아시아 첫 진출 시장으로 말레이시아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현지 언론은 큰 관심을 보였다. 《더엣지마켓》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2일 BGF 리테일은 말레이시아 편의점 사업체인 마이뉴스 홀딩스와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내년 상반기 중 CU 1호점을 시작으로 5년 내 500개 이상의 점포를 확보할 계획이다. 마이뉴스 홀딩스는 1996년부터 편의점 마이뉴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약 570여 점포를 보유해 세븐일레븐에 이어 업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 BGF 리테일은 말레이시아 편의점 사업체인 마이뉴스 홀딩스와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 출처: 'The Edge Market' >
말레이시아 전문가들은 이번 계약이 양사에게 모두 이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메이뱅크 IB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마이뉴스 음식 제조센터 가동률은 35%이지만 CU와의 라이센스 계약으로 2021년 말까지 7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편의점 음식이 발달한 한국 편의점 CU의 음식을 제조하면서 가동률이 크게 높아지는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뉴스의 창업자인 당타이룩 대표는 “수도권인 클랑밸리(쿠알라룸푸르, 슬랑고르, 푸트라자야)를 시작으로 연내 30~50개의 점포를 확보할 계획”이라며, “현재 마이뉴스 매장의 총이윤(총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제외한 금액)은 30%에서 40%이지만, CU 점포를 운영하면서 이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낙관했다. 하지만 이번 계약이 마이뉴스의 제 살을 깎아먹는 전략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CU와의 라이센스 브랜드 계약으로 마이뉴스 브랜드의 상징성을 자칫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에 당타이룩 대표는 말레이시아 편의점 시장은 아직 확장 중인 상황이기에 이러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슬랑고르 주 수방공항에 위치한 마이뉴스 편의점 (좌), 현지 편의점 해피마트와 업계 1위인 세븐일레븐 (우) - 출처: 통신원촬영>
말레이시아는 글로벌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이 2,300여개 점포를 운영하면서 압도적인 시장 비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업계 2위인 마이뉴스와 3위 훼미리마트가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마이뉴스는 세븐일레븐과 훼미리마트와 달리 현지 편의점 브랜드라는 점에서 현지 기업만의 장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CU와의 협력으로 한국의 편의점 문화가 더해져 성공적으로 K-편의점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여전히 말레이시아 동네마다 소형슈퍼와 소매점이 성업중이며, 편의점 음식보다는 노천식당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이 위험요인이다. 특히, 호커나 푸드트럭에서 판매하는 음식은 눈 앞에서 조리해 맛을 보장하고 편의점 가격과 비교할 때 경쟁력 있다. 또한 호커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을 검토하고 있을 정도로 유서가 깊고, 지금까지도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노천식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레이시아 젊은층 사이에서 불고 있는 한국 문화에 대한 인기는 CU 사업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무슬림에게 성스러운 달인 라마단을 맞아 세븐일레븐은 한국 식음료를 판매하는 서울풀 라마단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무슬림에게 중요한 행사인 라마단 기간에 “당신의 ‘브르부카 푸아사(Berbuka Puasa: 일몰 뒤에 먹는 식사)'와 ’사후르(Sahur: 일출 전에 먹는 식사)'를 유명한 삼양불닭볶음면과 팜 프레쉬 우유로 완성시켜보세요”라는 문구로 행사를 홍보해 한국 먹거리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메이뱅크 IB 리서치에서도 말레이시아 젊은층이 한류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는 점에서 CU의 첫 번째 매장은 주택가 또는 대학가일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라마단 기간에 세븐일레븐에서 진행한 '서울풀 라마단 캠페인' - 출처: 에브리데이온세일즈 홈페이지>
편의점 CU는 국내 편의점 업계 최초로 말레이시아 시장에 진출해 한국의 편의점 문화를 처음으로 말레이시아에 알릴 예정이다.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 한류가 편의점 식문화를 만나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보다 빠르게 편의점 사업이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CU를 통해 한류와 식문화는 말레이시아 생활 깊숙이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는 한류 수요가 높은 국가라는 점에서 그동안 홈쇼핑이나 대형 쇼핑몰에서 한국 상품들이 판매됐다. 이제는 편의점으로 유통판매채널을 새롭게 구축할 수 있어 한류 돌풍은 한층 더 강화될 것이다. 1990년대 초 일본을 거점으로 한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한국으로 확장하면서 오뎅과 삼각김밥, 일본식 도시락 등 일본의 편의점 음식이 한국에 도입됐다. 그렇게 들어온 일본 편의점 음식으로 편의점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일본'으로 자리잡았다. 반면에 말레이시아의 CU를 이용하는 이 세대에게는 편의점이 '일본'이 아닌 '한국'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말레이시아 편의점 업계 3위인 훼미리마트는 일본 음식과 말레이시아 음식을 모두 판매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참고자료 《The Edge Market》(20. 10. 12.) < MyNews to operate South Korea’s CU stores in Malaysia >, https://www.theedgemarkets.com/article/mynews-operate-south-koreas-cu-stores-malaysia 《The Edge Market》(20. 10. 13.) < MyNews expands by bringing in Korean convenience store chain >, https://www.theedgemarkets.com/article/mynews-expands-bringing-korean-convenience-store-chain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