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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국에도 건재한 가을의 영화제

2020-11-23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은 일본 영화산업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동영상 서비스가 급속히 늘어남에 따라 “더 이상 영화관은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이런 말이 무색할 만큼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9일까지 개최된 도쿄국제영화제는 성황리에 치러졌다. 올해 영화제는 해외 관객들의 참석이 어려웠지만, 국내 관객, 영화 산업 관계자들은 작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참가했다. 외국인 영화관계자, 관객들은 온라인으로 질의응답을 할 수 있도록 장치가 마련됐고, 온라인을 통해 영화 관람도 가능했다. 이는 현 상황을 고려한 새로운 방법으로,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도 영화 팬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는 없었던 장점도 있었다.

일본 최대 영화제인 도쿄국제영화제는 올해 33회차를 맞이해 제21회 도쿄필멕스와 연계하여 같은 시기에 열렸다. 그리고 도쿄국제영화제 연계기획 ‘코리안 시네마 위크 2020’에서는 한국영화 여러 편 상영되기도 했다. 도쿄국제영화제는 해외 심사위원의 입국이 어려운 관계로, 기존 경쟁부문이라 불리던 3개 부문은 ‘월드 프리미어’ 그리고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진 감독들의 작품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도쿄 프리미어 2020’ 부문으로 통합했다. 상은 관객이 심사위원이 되는 관객상만이 남았다. 한편, 도쿄 프리미어 부문에는 조바른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이자, 여성 액션 영화인 <슬레이트>가 초청됐다.  

<도쿄국제영화제 현장 – 출처 : 통신원 촬영>

<영화 ‘슬레이트’ 포스터 – 출처 : 컨텐츠빌리지/(주)엠씨엠씨>

한국에서 온라인 질의응답에 임한 조바른 감독은 관객으로부터 “편집이 멋지다. 포스터를 보면 <킬 빌>을 연상되는데, 참고한 영화나 감독은 있는지?”라는 질문을 받았고, “일본 액션 만화나 영화에서 영향을 받았고, 미케다카시 감독이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처럼 만들고 싶었다”라고 답했다. 또한 코로나 시국에서의 촬영에 대해서 “악몽 같았다. 촬영에도 큰 영향이 있었고 예정된 촬영장소가 갑자기 취소되어 새로운 장소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새로 섭외한 장소가 영화와 더 어울렸다”라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 실력자임을 증명했다. 한 손에 인형을 들고 입장하는 등, 장난기 있어 보이는 31세의 조바른 감독은 “다음 작품에서 주연으로 쓰고 싶은 배우는?”이란 질문에 망설이지 않고 바로 “IU! 그리고 BTS 누구라도”라고 웃으며 답해 인상적이기도 했다.

이미 일본 상영이 결정되어 있었던 특별 초대작품에는 연상호 감독의 <반도>가 초청됐다.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아는 <부산행>의 속편인 관계로 티켓은 판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되었다. 영화관에서는 좀비가 관객을 맞이하는 연출로 영화제를 뜨겁게 달궜다. 한편, <반도>의 일본 정식 개봉은 2021년 1월 1일로 예정돼있어 새해를 장식할 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아시아 영화인들이 대담하는 온라인 이벤트 ‘아시아교류 라운지’에서는 <벌새>의 김보라 감독이 일본 여배우 하시모토 아이와 영화에 대한 뜨거운 마음을 나눴다. 두 사람은 첫 만남이었지만, 하시모토 아이가 “<벌새>의 주인공 소녀가 자신인 것 같았고, 매우 감동했다”라고 관람 소감을 말하자 김보라 감독이 “하시모토 아이 씨가 영화 안에서 보여주는 섬세한 표정은 늘 인상적이었다. 오늘 만나게 되어 반갑다”고 인사한 뒤 둘은 바로 터놓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대담은 정해진 시간을 훨씬 넘겨, 나중에 두 사람이 영화를 통해 함께 작업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안기기도 했다.

<아시아 교류라운지, 화면 속 김보라 감독(중)과 하시모토 아이(우) - 출처 : 도쿄국제영화제>

한편, 한국영화와 인연이 깊은 도쿄필멕스에서는 경쟁작, 특별초대작품 등 네 개 부문에서 30개 작품이 상영되었다. 한국작품으로는 베를린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의 24번째 장편영화 <도망친 여자>가 초대되어 일본에서 첫 상영되었다. 꾸준히 인기가 있는 홍상수 감독 작품이지만, “고양이의 명연기도 볼만하다”라는 관객의 감상평도 있었다. 한국문화원이 주최하는 코리안시네마위크는 올해로 20년째를 맞이하지만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매년 게스트를 기대하고 있었던 한국영화 팬도 많았지만, 올해는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온라인 개최로 일본 전국 어디에서도 참가 가능했고, 지금까지 영화제를 찾지 못했던 사람들도 다양한 장르의 한국영화를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상영작으로는 일본 첫 공 개작인 <소리꾼>, <늦여름>, <윤희에게>, <감쪽 같은 그녀> 네 작품과 이번 봄 일본에서 드라마화되어 화제가 된 <청년 경찰>을 포함한 <부산행>, <명당> 총 일곱 작품이 관객이 만났다. 이 중에서도 지난 제40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감독상과 각본상을 수상한 임대형 감독의 <윤희에게>는 일본 홋카이도에서 촬영되었고 일본 배우도 출연해,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코리안시네마위크 포스터 – 출처 : 도쿄한국문화원 제공>

<도쿄필멕스 홍보물 – 출처 : 통신원 촬영>

<영화 ‘윤희에게’ 속 한 장면 – 출처 : 영화사달리기/리틀빅픽쳐스>

“한국에서는 이와이슌지 감독의 <러브레터>가 일본에서보다 인기 있다고 들었고, 그래서인지 러브레터의 영향을 받은 느낌의 작품이다”라고 SNS에 감상평을 올린 사람도 있다. 또한 <감쪽 같은 그녀>의 아역 김수안의 연기력을 보고 “<부산행>에서 주인공(공유)의 딸 역할을 했던 아역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라고 한다. 앞으로 일본에서 개봉이 기대되는 작품이 많아, 만족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개최를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던 영화제였지만 실제로 가보고, 큰 스크린에서 다른 관객과 같은 공간에서 정서를 공유해가며 보는 것이 영화의 묘미가 아닐까 다시 한번 느꼈다.
※ 영화제 정보
- 제33회 도쿄국제영화제, 2020년 10월 31일(토)~11월 9일(월)/개최지: 롯본기 힐스, EX씨어터 롯본기, 도쿄미드타운 히비야, 히비야 스킵광장 외
- 제21회 도쿄필멕스, 2020년 10월 30일(금)~11월 7일(토)/개최지: TOHO CINEMAS Chanter, Human Trust Cinema 유락초, 유락초 아사히홀
- 온라인 코리안시네마위크, 2020년 11월 1일(일)~11월 7일(토)/

 

통신원 정보

성명 : 한도치즈코[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일본(도쿄)/도쿄 통신원]
약력 : 현) 도쿄외국어대학, 국제기독교대학, 무사시대학 강사 리쿄대 사회학과 졸업, 서강대 사회학과 문학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