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온라인 줌(Zoom)에서는 ‘킴스 인/컨비니언스Kim's In/Convenience’라는 제목으로 2020 캐나다한인학생 컨퍼런스가 열렸다. 캐나다 인기 TV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을 차용해서 쓴 제목은 캐나다 한인에 대한 복합적인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다. 모델 마이너리티의 모순(The Model Minority Paradox)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번 행사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지원으로 캐나다한국학연구소(KORE)와 요크대학 공공사회학지원센터(Resource Centre for Public Sociology)의 주관으로 이루어졌다.
< 2020 캐나다 한인 학생 컨퍼런스 포스터 - 출처 : 캐나다한국학연구소 홈페이지>
이번 컨퍼런스는 캐나다 한인과 아시아계 캐나다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판적인 인종 대화 중 세 번째 이벤트로 2020년 8월과 11월 개최됐던 컨퍼런스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었다. 첫 번째 연구는 캐나다의 체계적인 인종차별에 관한 연구와 경험으로, 흑인, 원주민과 유색인종(Black, Indigenous, and People of Colour) 단체를 통해서 듣고, 캐나다 한인단체들이 어떻게 연계 할 수 있는 지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두 번째는 미국 내 아시아인들이 미국의 인종 질서 속에서 어떤 자리매김을 해 왔는지를 역사적으로 고찰한 캘리포니아 대학 클레어 진 킴(Claire Jean Kim) 교수와의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세 번째 이벤트는 앞의 두 주제와 더불어 모델 마이너리티 신화를 살핌으로 더욱 구체화 되었다.
< 캐나다 환경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다이아나 윤이 자신의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 출처 : 2020 캐나다 한인학생 컨퍼런스 줌 미팅 스크린샷>
두 시간을 훌쩍 넘기면서 진행된 이번 행사는 1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단순한 학자들만의 연구 발표가 아니라 캐나다 내 현장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현장 전문가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학술적인 분야로 끌어내려는 시도들이 함께함으로 그 의미를 더했다고 볼 수 있다. 정신과 의사, 영화감독, 환경 운동가 등 다양한 패널들이 참여하여 자신들의 활동 상황과 소수자로서의 경험을 나누었고, 요크 대학의 대학원생들 또한 캐나다 문화 속 인종 담론, 모델 마이너리티의 전형성, 캐나다 한인 청소년들의 정체성 연구 등과 같은 다양한 아젠다들을 발표함으로 대화는 더욱 풍성해 졌다. 이번 행사의 주제인 모델 마이너리티 모순은 북미 사회에서 아시아인들의 성공과 순종적인 태도를 가리키는 소수 민족의 모델(모델 마이너리티)이라는 말이 도리어 인종차별적인 단어로 사용되고 있고, 이는 일종의 신화적인 단어로 북미의 한인들과 아시아인들의 현실과 상반됨을 가리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몇 년 동안, <김씨네 편의점>,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산드라 오 등으로 캐나다 주류 사회에서 전례 없이 아시아인과 한국인에 대한 존재감은 급증했지만, 캐나다 내 한국인들과 아시아계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이러한 사실들이 경험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없다는 문제의식에서부터 이번 논의가 출발한 것이다. 캐나다 내 한국인과 아시아인에 대한 폭넓은 학술적인 논의는 100여 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중간에 자리를 비우지 않고, 끝까지 지킬 만큼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켰음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한국 관련 연구가 캐나다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한국 관련 연구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캐나다한국학연구소에서 진행하는 다음 프로그램들도 한국학 관련 연구와 더불어 다양한 학제간 연구와 학교간 연구가 준비되어 있었다. 캐나다와 한국의 문화 교류는 해를 거듭할수록 확대되고 다양화 되고 있는데, 이는 정부 주도의 한국 문화 소개 뿐 아니라 민간에서 이루어지는 문화 행사와 캐나다 현지인들이 직접 실천하는 문화 활동이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한국 전래 동화를 캐나다인의 시각으로 바꾸어 그림책을 펴낸다거나, 한인 1세의 이민 경험을 토대로 각색한 <김씨네 편의점>의 등장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양국의 문화교류에서 이곳 현지인, 혹은 캐나다 한인들의 실천과 역할의 중요성은 부각되고 있다. 현지의 한국문화 실천을 학문의 영역에서 고민하는 것과 다양한 학문 영역에서 한국과 관련한 주제를 연구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문화 교류라는 측면에서 필수적이다. 캐나다한국학연구소의 다양한 한국 관련 학문적 연구는 문화교류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