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의 오리지널 시리즈인 <킹덤> 시즌 2가 전 세계에 공개된 것과 함께 뉴욕과 LA 할리우드 등 대도시에는 전광판 광고와 함께 대형 옥외 벽화 광고판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킹덤>은 2019년 첫 시즌 공개 직후 전 세계에 한국 드라마 열풍을 불러일으킨 좀비 드라마이다. <킹덤>은 《뉴욕타임스》에 의해 2019 최고의 인터내셔널 TV쇼 TOP10에 선정되기도 했었다. 당시 웨스턴 길(Western Ave.) 선상 2가와 3가 사이, 구체적으로는 웨스턴 애브뉴 248번지(248 S. Western Avenue.)인 한 아파트의 벽면에는 <킹덤>의 포스터를 벽화로 그려 넣어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자극했다. 보통 영화가 개봉되어 극장에서 더 이상 상영하지 않거나 TV 드라마의 경우, 그 시즌이 끝나면 빌보드 광고나 벽화도 사라지기 일쑤지만 어쩐 일인지 <킹덤>의 벽화는 시즌 2가 막을 내린 후에도 사라질 줄을 모른다. 오히려 《넷플릭스》, 시즌 2, 킹덤 등, 본래 홍보의 목적에 쓰였던 타이틀들은 지워지고 불화살이 날아드는 가운데 포효하는 민중의 표정을 그린 벽화, 상투를 튼 남성이 칼을 뒤로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벽화는 그냥 놔두었다. 한 시절만 홍보 목적으로 쓰다가 지워버리기에는 아깝다는 판단에서였던 걸까. 거기다가 한복을 입은 등장인물의 모습을 담은 한국 드라마 홍보 벽화이다 보니 한인타운을 상징하는데도 적격이라는 생각에서였을까. <킹덤> 벽화는 아파트 벽면 두 개에 나누어 그려져 있는데 오른쪽에 그려진 민중들의 모습 벽화는 타이틀만 지워진 채 그대로였고 오른쪽에 그려진 칼 든 남성의 벽화는 타이틀을 지우고 남성의 벽화 아래에 또 다른 벽화가 더해져 있었다. 그림 아랫부분에 @CONRADCOLLECTIVE라는 것을 보고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이는 LA의 아티스트인 알리 콘라드(Alli Conrad)의 벽화, <삶의 얼굴(Faces of Life)>였다. 그녀는 싱가포르와 미국의 다문화 배경에서 자란 아티스트로 아시아에서 보낸 사춘기 기간이 자신의 자아 형성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하고 있다. 그녀는 이미 얼굴(Faces)이라는 주제로 캔버스에 수많은 작품을 그려왔었다. 하지만 벽화 작업은 이번에 처음이었다고 한다. 처음이란 늘 약간의 두려움을 동반하는 법. 그녀 역시 조금은 망설였고 조금은 두려웠지만 “못할 것 뭐 있어. 그저 좀 큰 캔버스라고 생각하고 하면 되지, 뭐.” 하는 심정으로 붓을 들었다. 벽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철골로 된 설치물을 옮겨가며 높은 곳에 올라가 작업을 해야 한다. 그녀는 고소공포증이 있었는데 벽화 작업을 하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설치에 놓은 철골 시설물에 몸도 많이 부딪혔다고 한다. 언뜻 별 것도 없어 보이는 이 작품에 그녀가 투자한 시간은 약 1년. 1년간 고개가 꺾어질 만큼 높은 곳을 바라보며 밀짚모자를 쓰고 작업한 스스로에게 그녀는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잘못될 수 있었던 것과 잘못된 것에 대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에게 웃어주는 것밖에 없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실수 없이는 발전도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녀는 이 벽화를 완성한 이후 벽화 작업에 대해 자신을 갖게 되면서 현재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이런 광고를 하고 있다. 벽면을 보고 있는 것에 싫증나셨나요? 코로나19 기간 동안 당신의 벽에 그림을 그려 넣어 아티스트들과 소규모 비즈니스를 지원해주세요. 지금은 자신의 안전에 투자할 시간입니다. 당신의 집에 활기를 불어넣거나 자신만의 그림 한 점을 갖고 싶다면 지금이 바로 그 프로젝트를 할 시간입니다. 제게 아이디어와 예산에 대해 문자보내주세요. 우리 뭔가 특별한 것을 함께 만들어 봐요. info@conradcollective.com 벽화 <삶의 얼굴>은 1000제곱피트(93제곱미터) 크기로 밝고 화려한 색깔이 <킹덤> 벽화와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녀의 다른 그림들을 웹사이트에서 보니 독특한 주제의식이 예사롭지 않다. 앞으로 그녀의 벽화와 그림을 좀더 여러 곳에서 볼 것 같다는 예감이 틀리지 않기를 바라본다.
<킹덤 포스터로 그려졌던 벽화. 시리즈 공개 이후 타이틀을 지우고 벽화로 전시되고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킹덤 포스터로 그려졌던 벽화. 상투 튼 사내가 칼을 등 뒤로 들고 있는 장면 - 출처 : 통신원 촬영>
<킹덤 벽화 아래 더해진 알리 콘라드의 ‘삶의 얼굴들’ 벽화 - 출처 : 통신원 촬영>
<벽화 작업을 한 아티스트 알리 콘라드 - 출처 : www.conradcollective.com>
<킹덤 벽화 아래에 있는 알리 콘라드의 벽화 ‘삶의 얼굴들 - 출처 : www.conradcollective.com>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