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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BTS의 인기에 편승하고자 하는 정치인의 등장에 필리핀 BTS 팬들 분노

2021-01-20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BTS sa Kongreso에 대한 신문기사.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한류 팬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 출처 : Rappler(좌), Rappler 페이스북 페이지(@rapplerdotcom, 우)
BTS sa Kongreso에 대한 신문기사.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한류 팬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 출처 : Rappler(좌), Rappler 페이스북 페이지(@rapplerdotcom, 우)

의회의 BTS(BTS sa Kongreso)?

최근 필리핀에서는 정치인이 의회에서 다시 활동할 계획을 밝혀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문제의 주인공은 바로 알란 피터 카예타노(Alan Peter Cayetano) 전임 하원의장. 2019년 동남아시안게임 당시 뇌물 수수 의혹을 완전히 벗지 못한 거물급 정치인이다. 정치 명문가 출신답게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등을 두루 역임한 그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측근으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외무장관으로 재직했으며, 2017년 필리핀 외무부 장관 자격으로 한국에 방문하기도 했었다. 2019년 하원의장에 선출되었지만, 작년 10월 정적인 알렌 벨라스코에게 밀려 하원의장직을 사임한 인물이다.

 뜻이 맞는 하원의원들이 모여 정치 그룹을 만들어서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 활동에 나서겠다는 것이야 큰 문제가 될 리 없지만, 새롭게 만든 단체의 이름이 문제였다. 정치 그룹에 'BTS 사 콩그레소(BTS sa Kongreso)'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 소식은 BTS 필리핀 팬들을 분노하게 했다. BTS 필리핀 팬들은 BTS를 '정치적 의도에 의한 보여주기(Political Stunt)'에 이용했음을 비난하고 SNS를 통해 거세게 항의에 나섰다. 페이스북에는 'BTS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 ‘왜 정치인들이 BTS를 이용해 인기를 얻으려고 하는지 필리핀인으로 너무 화가 난다.', '정치적으로 이목을 끌려는 파렴치한 행동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BTS가 필리핀에서 투어하지 않아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라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고, 트위터에서는 만 명 가까운 트위터 유저가 '카예타노는 BTS 이용을 중단하라(#CayetanoStopUsingBTS)'라는 해시 태그의 글을 올려 실시간 트렌드를 기록했다.

 필리핀 내 주요 신문에서도 모두 이 소식을 다루었는데, 주로 BTS 필리핀 팬들의 반응에 초점을 맞추어 기사로 내보냈다. 《래플러(Rappler)》에서는 '쉬었다가 컴백을 준비하는 것은 한국의 아이돌만이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기사를 시작하면서 '케이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이름을 본 따 그 인기에 편승하려는 시도가 명백하다.'라고 사건을 알렸다. 《래플러(Rappler)》에서는 이후 또 다른 기사를 통해 '팬들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Hell hath no fury like a fandom provoked.)'라며, 'BTS의 팬들이 사랑하는 소년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 주었다.'라고 사건을 설명했다. '카예타노의 교활한 속임수(Gimmick)에 대한 트위터에서의 반응'이라는 소제목과 함께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여 팬들이 올린 해시 태그의 내용을 캡처하여 보여주기도 했다.

 더 필리핀 스타(The Philippine Star)》에서도 팬들의 반응에 초점을 맞추어 기사를 올렸다. 해당 기사에서는 일부 팬들 사이에서 이 일 자체가 해당 국회의원에게 무료 홍보가 되기 때문에 반응하지 말고 BTS의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알리자는 움직임이 있으며, 소속사에 보낼 이메일 초안 및 근거 자료가 담긴 구글 드라이브 폴더의 링크가 트위터를 통해 공유되고 있음을 알리기도 했다.

신문에서까지 비난의 여론이 끊이지 않자 카예타노 전 의장은 'BTS는 Back to Service(공직 복귀)를 의미하는 약자이다. 새로운 정치 모임의 이름을 BTS로 명명한 것은 나라에 더 좋은 일을 하려는 것이지 BTS 팬들을 불쾌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라고 해명했지만, BTS의 인기에 편승하려 했다는 비난을 잠재우기는 어려웠다. BTS가 공직 복귀를 의미한다는 설명을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고 해도, 카예타노의 정치 그룹이 총 7명의 의원으로 구성돼 방탄소년단의 멤버 수까지 모방했다는 지적을 피할 길은 없었던 것이다.

한편, 모범적인 팬덤 문화의 본보기라는 아미(BTS 팬클럽)의 힘은 필리핀에서도 대단히 강하다. BTS로부터 받은 긍정적인 영향력을 실천해야 한다며 꾸준한 기부와 자선 활동을 하기도 한다. BTS 이름으로 기부금과 구호 물품 보내기 활동을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나눔 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특히 정국 필리핀 팬클럽인 골든 얼라이언스 필리핀(Golden Alliance PH)에서 정국의 생일에 맞추어 마닐라 동물원의 코끼리에게 음식을 기부한 일은 동물원이 있는 마닐라 지역의 이스코 모레노 시장이 개인 SNS에 감사 메시지를 남기면서 큰 화제가 되었다. BTS의 멤버 지민의 팬클럽도 선행에 동참했다. 2020 Park Jimin Birthday Project란 이름으로 열린 나눔 행사를 개최한 동 팬클럽은 지민의 이름으로 마닐라 San Lazaro 병원 등, 의료진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날 #CayetanoStopUsingBTS 해시태그는 트위터 실시간 1위를 차지했다. – 출처 : INQUIRER.net 페이스북 페이지(@inquirerdotnet)

<이날 #CayetanoStopUsingBTS 해시태그는 트위터 실시간 1위를 차지했다. – 출처 : INQUIRER.net 페이스북 페이지(@inquirerdotnet)>

필리핀 팬들의 반응 – 출처 : 트위터 @bangtanibnida(좌), 트위터 @isfortaeonly(우)
필리핀 팬들의 반응 – 출처 : 트위터 @bangtanibnida(좌), 트위터 @isfortaeonly(우)

<필리핀 팬들의 반응 – 출처 : 트위터 @bangtanibnida(좌), 트위터 @isfortaeonly(우)>

태풍 피해 지역을 위해 'Cagayan needs help' 라는 모금 캠페인을 벌인 BTS 팬클럽의 활동을 알리는 필리핀 현지 신문의 기사. – 출처 : Manila Bulletin

<태풍 피해 지역을 위해 'Cagayan needs help' 라는 모금 캠페인을 벌인 BTS 팬클럽의 활동을 알리는 필리핀 현지 신문의 기사. – 출처 : Manila Bulletin>

※ 참고자료
《The Philippine Star》 (21. 1. 12.) "ARMY tell Cayetano to stop using BTS for clout", https://www..com/entertainment/korean-wave/2021/01/13/2070135/army-tell-cayetano-stop-using-bts-clout
《Rappler》 (21. 1. 12.) "Cayetano’s comeback: Ousted speaker to launch ‘BTS sa Kongreso’ bloc", https://www.rappler.com/newsbreak/inside-track/alan-peter-cayetano-comeback-allies-launch-bts-sa-kongreso-bloc
《Rappler》 (21. 1. 12.) "Alan Cayetano’s gimmick infuriates BTS fans", https://www.rappler.com/nation/alan-peter-cayetano-house-bloc-name-bts-fans
《Manila Bulletin》 (21. 1. 13.) "Angry fans slam, curse Rep. Alan Peter Cayetano for using BTS for politics", https://mb.com.ph/2021/01/13/angry-fans-slam-curse-rep-alan-peter-cayetano-for-using-bts-for-politics
《The Philippine Star》 (21. 1. 13.) "Fans slam Cayetano for using BTS’ name for political agenda", https://philstarlife.com/news-and-views/348103-fans-slam-rep-alan-peter-cayetano-for-using-bts-name-for-political-agenda
《The Philippine Star》 (21. 1. 13.) "ARMY tell Cayetano to stop using BTS for clout",
https://www.philstar.com/entertainment/korean-wave/2021/01/13/2070135/army-tell-cayetano-stop-using-bts-clout
《Manila Bulletin》 (20. 11. 16.) "BTS fans in the Philippines raise P2 million for typhoon ‘Ulysses’ donation drive", https://mb.com.ph/2020/11/16/bts-fans-in-the-philippines-raise-p2-million-for-typhoon-ulysses-donation-drive/

통신원 정보

성명 : 앤 킴(Anne Kim)[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필리핀/마닐라 통신원]
약력 : 프리렌서 작가, 필리핀 정보제공 블로그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