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현직 부통령은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필리핀도 한국처럼 대통령제를 기본으로 한다. 유권자인 국민의 직접 투표로 최다 득표자가 당선된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필리핀에는 부통령이 존재한다는 차이가 있다. 부통령 선거는 대통령 선거와 같이 6년마다 진행하며, 6년 단임제인 대통령과 달리 재임이 보장된다. 2016년 5월 선거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당선만큼이나 큰 화제가 된 것은 바로 여성 부통령의 탄생이었다. 여당 후보였던 마리아 레오노르 레니 제로나 로브레도(Maria Leonor 'Leni' Gerona Robredo) 하원의원이 1천440여만 표(35.11%)를 획득하여 제14대 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당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봉봉 마르코스를 26만3천여 표 차로 따돌리고 부통령 자리에 올랐던 터라 큰 화제가 되었었다.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은 변호사 겸 사회운동가 출신으로 남편인 제시 로브레도 전 내무장관이 2012년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진 뒤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법률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농촌 지역에 방문하여 무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 인권변호사 출신답게 두테르테 정부의 초법적 처형 등 인권 유린에 대해서 지속해서 지적하며 두테르테 대통령을 견제하는 야당 정치인의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이 코로나19 검사로 격리된 동안 한국 드라마와 필리핀 영화를 시청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밝혀 화제이다. 사실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이 한국 드라마의 팬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여가 시간이면 딸들과 함께 한국 드라마를 보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기도 했다. 한류 문화에 대단히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작년 11월 태풍 밤꼬로 인해 필리핀이 큰 피해를 당했을 때는 필리핀 내 케이팝 팬들이 레니 부통령을 통해 태풍 피해자들에게 쌀자루 등 기부금을 전달한 바 있기도 하다. 당시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은 'FILO BLINKS(필리핀 내 블랙핑크 팬클럽)'와 그룹 '트레저(TREASURE)'의 '방예담(BANG YE DAM)' 팬클럽에 감사함을 표하면서 '이 젊은이들은 정말 영감을 준다(These young people are such an inspiration.)'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이 직접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원래 코로나19 팬더믹 전에는 지방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또는 일정을 마치고 호텔에 머무는 동안 아이팟에 영화와 한국 드라마를 다운로드받아 시청하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에는 구호 활동에 바빠서 드라마 시청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라구나와 퀘존주, 비콜 지역 등을 방문한 뒤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RT-PCR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만 했고, 코로나19 음성결과서를 받을 때까지 외출이 금지된 동안에 한국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었다면서 가장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 목록을 공개했다.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이 '또 다른 격리시설(another quarantine post)'이라고 칭하면서 언급한 한국 드라마는 무려 20편 가까이 되는데, 드라마 장르를 보면 대부분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와 멜로 드라마이다.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은 <부부의 세계(The World of the Married)>와 캐슬(SKY Castle)>도 시청했지만, '캐릭터가 너무 사악해서 드라마를 즐기지 않았다.'라고 설명하며 무거운 줄거리보다는 가볍고 재미있는 스토리 라인을 원한다고 드라마 취향을 밝혔다.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공유와 박서준. 공유가 출연한 <도깨비(Goblin)>, <빅(Big)>, <커피프린스 1호점(Coffee Prince)>과 박서준이 출연한 <이태원 클라쓰(Itaewon Class)>, <쌈 마이웨이(Fight for My Way)>도 추천 목록에 올렸다. 더 깊고 진지한 내용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사이코지만 괜찮아(It's Okay to Not Be Okay)>, <나의 아저씨 (My Mister)>, <미스터 션샤인 (Mr. Sunshine)>을 추천한다고 알렸다. 간혹 정치인이나 외국인이 정치적 인기나 대중의 시선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 드라마를 언급하는 예도 있지만,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의 경우 드라마 <닥터스(Doctors)>와 <스타트업(Start-Up)> 등 딸들이 좋아하는 드라마에 대한 메모까지 첨부한 것으로 보아 실제 상당히 많은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았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은 어떤 드라마를 보고 있을까? 스릴러 드라마 <카이로스>를 보고 있다고 한다.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이 추천한 한국 드라마 목록 · 닥터스(Doctors) · 태양의 후예(Descendants of the Sun) · 사랑의 불시착(Crash Landing on You) · 두번째 스무살(Second 20s) · 이번 생은 처음이라(Because This Is My First Life) · 더킹 투하츠(The King 2 Hearts) · 연애의 발견(Discovery of Love) · 내 뒤에 테리우스(My Secret Terrius) · 피노키오(Pinocchio) · 김비서가 왜 그럴까(What's Wrong with Secretary Kim?)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이 페이스북을 통해 올린 한국 드라마 관련 포스팅 – 출처 : Leni Robredo 페이스북 페이지(@lenirobredo)>
<마닐라의 SM쇼핑몰에 부착된 배우 박서준의 화장품 광고 이미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가 인기를 끌면서 배우 박서준이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장소는 마닐라에서도 가장 임대료가 비싸기로 유명한 거리이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 참고자료 《The Philippine Star》 (20. 11. 25.) , https://www.philstar.com/entertainment/korean-wave/2020/11/25/2059378/while-imelda-schweighart-hates-k-pop-leni-robredo-thanks-k-pop-fans 《Manila Bulletin》 (21. 1. 28.) , https://mb.com.ph/2021/01/28/vp-leni-hooked-on-k-dramas
성명 : 앤 킴(Anne Kim)[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필리핀/마닐라 통신원]
약력 : 프리렌서 작가, 필리핀 정보제공 블로그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