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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말레이시아서 호평 일색

2021-03-23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90년 만에 처음으로 동남아시아 문화를 반영한 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Raya and the Last Dragon)>을 공개한 가운데 말레이시아에서도 호평을 얻고 있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분열된 땅 쿠만드라를 되돌리기 위해 라야(켈리 마리 트란)가 마지막 드래곤 시수(아콰피나)와 세상을 구하는 줄거리의 애니메이션이다. 동남아시아 첫 디즈니 애니메이션 소식에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20일 박스오피스를 기준으로 말레이시아에서 4위를 기록하며 초반 흥행 성적을 보이고 있다.
20일 기준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했다 – 출처 : Golden Screen Cinema

<20일 기준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했다 – 출처 : Golden Screen Cinema>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 대한 말레이시아 반응은 폭발적이다. 말레이시아 패션브랜드 칼라퀴샤는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아 디즈니와 합작해 컬렉션을 선보였다. 칼라퀴샤 대표 카이루딘 대표는 “드디어 ‘우리’를 대변하는 디즈니 공주를 갖게 되었다”며 “그것만으로도 디즈니와 합작해 컬렉션을 선보이게 된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밝혔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칼라퀴샤 컬렉션 – 출처 : Calaqisya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칼라퀴샤 컬렉션 – 출처 : Calaqisya>


또한 동남아시아 문화에 대해 깊은 이해를 보였기에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용의 신체 부위인 심장, 꼬리, 발톱, 척추, 송곳니의 이름으로 지어진 다섯 개의 부족은 모두 캄보디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마지막 남은 용 시수는 동남아시아 물의 신인 나가의 전설을 반영해 동남아시아 전통과 문화를 보여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작은 소품도 놓치지 않았다. 라야는 필리핀 전통 살라콧(Salakot)를 쓰고 다니며 사바의 보호동물로 지정된 천산갑과 함께 모험을 떠난다. 또한 동남아시아에서 볼 수 있는 열대과일 잭푸르츠를 말려 먹거나, 레몬그라스, 고추 등 동남아시아 식재료가 들어간 요리를 하는 장면이 들어가 있어 동남아시아 문화가 충실하게 반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 태국 사원의 물의 신 '나가' 형상 – 출처 : 통신원 촬영

<말레이시아 태국 사원의 물의 신 '나가' 형상 – 출처 : 통신원 촬영>


뮤지컬이 중점을 이루었던 기존 애니메이션과 달리 동남아시아 전통 무술 장면을 보여주는 것도 이제까지의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전통 무술 실랏과 태국의 무에타이 등 동남아시아 무술에 중점을 두었고, 라야의 검 역시 말레이시아의 전통검인 크리스의 디자인을 참고해 제작됐다.

말레이시아 벽화에 그려진 왼쪽의 끄다(현 말레이시아) 전사가 크리스를 들고 시암(현 태국) 전사와 결투하는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말레이시아 벽화에 그려진 왼쪽의 끄다(현 말레이시아) 전사가 크리스를 들고 시암(현 태국) 전사와 결투하는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크리스를 참고해 제작된 라야의 검(좌), 이슬람 예술 박물관에 전시된 말레이시아 전통검 크리스(우) - 출처 : Disney(좌), 통신원 촬영(우)
크리스를 참고해 제작된 라야의 검(좌), 이슬람 예술 박물관에 전시된 말레이시아 전통검 크리스(우) - 출처 : Disney(좌), 통신원 촬영(우)

<크리스를 참고해 제작된 라야의 검(좌), 이슬람 예술 박물관에 전시된 말레이시아 전통검 크리스(우) - 출처 : Disney(좌), 통신원 촬영(우)>


이번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아시아 각계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인공 라야의 배역을 맡은 배우는 베트남계 배우 켈리 마린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첫 동남아시아 여주인공을 맡게 됐다. 공동 시나리오 작가로는 말레이시아 작가 아델 림이 참여했고,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인 샌드라 오는 비라나 목소리를 연기했다. 또 동남아시아 건축가, 언어학자, 식물학자 등 각계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제작진은 직접 동남아시아로 사전 조사를 떠나 말레이시아 풍경과 문화를 실감나게 묘사했다.

하지만 이번 애니메이션이 동남아시아 전체를 반영하는데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동남아시아가 11개국 6억 7,300만 명으로 이루어진 거대 지역이라는 점에서 동남아시아를 보여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BBC》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트위터 사용자는 “동남아시아를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영화는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의 문화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제작진은 “이 작품은 동남아시아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으로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나 문화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계 미국인 공동 시나리오 작가도 “유럽에서 전해 내려오는 아서왕의 전설을 읽으면서 독자가 프랑스 문화에 집중하거나, 영국 문화에 초점을 둘 수도 있는 것과 같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공동 시나리오 작가 아델 림은 “우리는 멋져 보일 법한 동남아시아 문화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 그보다 깊게 동남아시아 문화적 영감에 대해 고민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 예로 영화 장면 가운데 라야의 아버지가 딸을 위한 요리를 만드는 장면은 동남아시아인들 모두가 알듯이 우리가 음식을 통해 사랑을 표현하는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방송대학교 데이비드 림 부교수는 “동남아시아는 지역별로 다른 식민지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하나의 문화권으로 보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베트남은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고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의 식민 지배를 받았으며, 이러한 식민 역사로 우리의 정체성과 문화는 일정 부분 달라지게 되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지배를 받은 베트남은 태국보다 프랑스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동남아시아 국가 스스로도 서로를 같은 ‘동남아시아인’으로 보지 않는다며, 그 예로 동남아시아에서 일어나는 음식 원조 논쟁을 예로 삼았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의 대표 음식인 나시르막(Nasi Lemak)을 두고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이에 원조 논쟁이 오고가거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가 치킨라이스(Chicken rice)가 서로 우리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동남아시아를 하나의 지역권으로 보는 것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림 부교수는 따라서 “영화가 동남아시아 지역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은 처사다”고 지적했다.

영화에 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동남아시아를 제대로 그려 놀랐다” “동남아시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줘서 행복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동남아시아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비주류였던 동남아시아 공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향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신호탄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참고자료
《Channel News Asia》 (21. 03. 02.) , https://cnalifestyle.channelnewsasia.com/trending/raya-and-the-last-dragon-adele-lim-disney-crazy-rich-asians-14310372
《BBC》 (21. 03. 07.) , https://www.bbc.com/news/world-asia-56277164

통신원 정보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