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Le Monde)》는 ‘웹툰, 스마트폰으로 보는 한국만화 현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K-Pop과 드라마에 이은 한국 웹툰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였다. 프랑스에서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대면으로 즐기는 문화예술 활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비대면으로 즐길 수 있는 디지털 문화 콘텐츠의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관련 업체 및 언론에서도 새로운 비대면 콘텐츠에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된 한국의 디지털 콘텐츠의 수요 증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본 기사는 서두에 “오랜 기간 한국 만화가 일본 창작물의 그림자 속에 있었다면 2000년대 초부터 한국의 출판사와 기업들은 인쇄된 만화를 끝내고 스마트폰에서 스크롤하여 한 번에 볼 수 있는 새로운 만화인 웹툰에 도전하였고, 한국(2019년 기준 4억 8천만 유로 수익 창출)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전했다. 프랑스 웹툰의 선구자는 델리툰(Delitoon)이다. 2011년 출시한 델리툰 플랫폼이 예상외의 성공을 거두자 프랑스에서 본격적으로 웹툰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델리툰의 창립자 디디에 보르그(Didier Borg)는 2019년 《텔레라마(Télérama)》지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혁명이 만화책 부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직감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전에는 대부분 프랑스어로 번역된 한국 웹툰 시리즈가 서비스되었지만 지난 몇 년간 중국, 일본 또는 유럽 작품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창작 웹툰 ‘Lastman’은 2016년 넷플릭스에서 애니메이션 버전으로 제작되었다. 다른 한편, 델리툰은 무제한 웹툰 서비스 제공이 아닌 각각의 에피소드를 가상화폐로 구매해야 한다. 프랑스 웹툰 시장에 진출한 다른 프랑스 출판사 델쿠르(Delcourt)의 창립자 기 델쿠르(Guy Delcourt)는 “이러한 수익 창출 구조가 작가에게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효과가 입증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트렌드로 살펴본 웹툰의 관심도 변화 - 출처 : 구글 트렌드 스크린샷>
프랑스 웹툰시장은 아직 초기 시장으로 출판사, 웹툰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이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2019년 네이버 플랫폼의 프랑스어 버전 라인 웹툰은 출시한 지 2년이 지난 현재 백만 명이 넘는 독자를 확보하였고, 2020년 프랑스 출판사로서는 처음으로 웹툰 전용 플랫폼 웹툰 팩토리(Webtoon Factory)을 출시한 드퓌(Depuis)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유럽 작가를 섭외하여 오리지널 창작물을 제공하고 있다. 2021년 1월 말에 웹툰 플랫폼 베리툰(Verytoon)을 출시한 프랑스 출판사 델쿠르는 한국 창작물을 제공하고 있다. 구글 트렌드에서 ‘webtoon’을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지난 5년간 프랑스에서는 큰 관심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2020년부터는 50에 불과했던 검색 빈도가 75-100으로 상승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웹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검색 빈도가 가장 높은 검색어는 100, 검색 빈도가 절반 정도는 50, 해당 검색어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0으로 나타남 – 구글 트렌드 참조) 《르 몽드》는 웹툰의 강점을 크게 3가지 요소로 분석했다. 첫째, 기존의 연재만화와 달리 작가의 생각을 무한대로 펼칠 수 있는 자유로운 형식이라는 점이다. 종이 매체의 한계를 벗어나 색상, 음향효과, 음악, 움직이는 이미지를 사용할 수 있고 특정 콘텐츠를 스토리 전개의 시간성에 따라 재생하거나 슬로우 모션 효과를 만들고 때로는 화면을 완전히 빈 공간으로 남길 수도 있다.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유동적인 순서로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프랑스어로 제공되는 네이버(라인) 웹툰 서비스 - 출처 : 네이버 라인 웹툰 서비스 스크린샷>
둘째, 독자의 참여도가 높은 참여적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작품이 출판된 후 작가는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서 팬들과 대화를 나눈다. 독자들 중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웹툰을 다른 언어로 번역하거나 좋아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다른 이야기를 상상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웹툰의 세계를 확장하기도 한다. 온라인 공간을 통한 상호작용은 웹툰 문화의 필수적인 부분이며 작품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독자들은 작품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댓글로 쓰고 평가하고 공유할 수 있다. 커뮤니티에서 인정을 받을수록 웹툰 제공 플랫폼 상단에 노출된다. 한국에서는 많은 신인들이 자신의 작품을 자유롭게 게시하여 테스트해 볼 수 있고 전문가가 되기를 희망하는 수백만 명의 아마추어들이 있다고 전했다. 셋째, 웹툰은 모든 미디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이다. 일부 웹툰은 애니메이션 혹은 드라마로 각색되었다. 또한 프랑스의 경우 만화가 갖는 예술적 가치와 출판 책을 선호하는 시장 특성상 인기 있는 일부 작품은 인쇄 버전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한국의 웹툰이 선구자적인 위치에 있고, 프랑스도 한국식 웹툰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반면 기사의 긍정적인 논조와 달리 댓글들은 다소 부정적(커다란 눈을 가진 경직된 얼굴의 소녀, 콘텐츠의 품질과 관계없는 중독성, 소설과 만화를 읽는 대신 시간을 낭비하는 행위, 웹툰 작가들의 불공정한 처우 등)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앞으로 웹툰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 참고자료 «Le Monde» (2021. 2. 25.) , https://www.lemonde.fr/pixels/article/2021/02/25/webtoons-le-phenomene-des-bandes-dessinees-sud-coreennes-adaptees-au-smartphone_6071227_4408996.html https://trends.google.fr https://www.webtoons.com/fr/
성명 : 지영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프랑스/파리 통신원] 약력 : 현) 파리3 소르본 누벨 대학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