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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동향
2025년 제5호
프랑스
[프랑스] 법원, 핸드백 디자인에 대한 저작권 침해 인정 판결(조희경)
1. 개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 그룹은 S.A.S. 블라오앤코(BLAO&CO)라는 회사가 자사의 ‘켈리(Kelly)’와 ‘버킨(Birkin)’ 가방과 유사한 디자인의 “페이즐리 제인(Paisley Jane)” 이라는 핸드백을 생산 및 판매하였고, 그 핸드백의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NFT)을 발행함으로서 자사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제소함. 1심 파리사법재판소(Tribunal Judiciaire de Paris, 이하 ‘법원’)는 피고의 디자인과 NFT가 원고의 핸드백 디자인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판시함.
2. 상세내용
1) 사실관계
원고 에르메스 그룹이 생산 및 판매하는 ‘켈리’ 가방은 1935년 처음 출시되었고, ‘버킨‘ 가방은 1984년 출시된 모델임. 피고 BLAO&Co는 2021년부터 ’NDG’라는 브랜드의 의류 및 액세서리를 생산 및 온라인으로 판매하였고, 특정 제품의 NFT도 발행함. 원고는 피고가 인터넷, 소셜 미디어 및 NFT 플랫폼에서 원고의 켈리 및 버킨 가방과 유사한 디자인의 ‘페이즐리 제인’이라는 핸드백을 판매하는 사실을 발견하여 해당 가방과 관련 NFT의 판매를 중단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판매가 계속되자 피고를 저작권 및 상표권 침해로 고소함.
(2) 원고 및 피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가 켈리와 버킨 가방의 창작적 부분의 조합을 복제하고, 또한 피고의 침해물 가방의 NFT를 판매하여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총 60만 유로의 손해배상을 요구하였고, 침해 금지 명령, 침해물 폐기처분, NFT 침해물 삭제 및 접근 차단, 사건의 판결문을 일간지 등에 판결 후 3개월 동안 공개, 피고의 광고물에 판결의 주문을 표시할 것 등을 청구함. 피고는 법원에 원고가 당사자 적격성이 없으며, 켈리 및 버킨 핸드백의 독창성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따라서 저작권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언할 것을 요청함. 그 외 기타 원고의 청구도 기각할 것을 요청하였고, 만약 피해가 인정되더라도 손해배상액을 최대 4천 유로로 제한할 것을 요청함.
(3) 판결의 요지
원고의 당사자적격에 대해 법원은 프랑스 지적재산권법은 “정신적 저작물의 저작자는 그 창작 사실만으로 그 저작물에 대해 모든 사람에게 집행할 수 있는 배타적 무체재산권을 향유[하며] ... [저작권법은] “...장르, 표현 형식, 장점 또는 목적에 관계없이 모든 정신 저작물에 대한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저작자의 지위는 반증이 없는 한 저작물이 공개된 사람의 이름에 속한다”고 규정하는 것을 주목함. 법원은 법인이 저작자로 간주될 수 없지만, 다른 저작권자의 주장이 없는 상태에서 명백히 법인의 이름으로 저작물을 유통하는 경우 저작권자로 추정된다고 규정함. 법원은 프랑스 저작권법 제113-1조에 따라 원고가 켈리 및 버킨 가방의 저작권자로 추정되는 것을 확인했고, 원고가 해당 제품이 원고의 브랜드로 판매 및 홍보되는 것을 충분히 입증했다고 인정함.
저작물의 독창성에 대해 법원은 유럽연합사법재판소의 Cofemel 판결을 인용하며, 저작물의 독창성은 저작자의 개성이 반영되어 저작자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선택이 드러나는 것으로 충분하고, 반면 창작의 자유를 행사할 여지가 없는 기술적 고려 사항, 규칙 또는 기타 제약에 의해 선택이 결정된 경우 독창성이 충족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함. 저작권을 주장하는 자가 자신의 개성을 반영하는 요소를 식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경우, 그 독창성을 특징짓는 요소를 식별하는 것은 저작권을 주장하는 사람의 몫이라고도 강조함.
법원은 켈리 및 버킨 가방의 독창성을 평가하며, 켈리 백은 “양면 거젯(gusset), 컷아웃 플랩, 특정 잠금 시스템, 특수 손잡이, 4개의 기본 스터드, 마지막으로 탈착식 어깨끈이 있는 사다리꼴 모양”이고, 버킨 백은 “전체적으로 약간 직사각형 모양, 3단 컷아웃 플랩, 특정 잠금 시스템, 2개의 특수 손잡이, 특정 거젯 및 4개의 기본 스터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관찰함. 법원은 특정 모양, 장식품, 잠금장치 등 제작자의 다양한 미적 선택이 단순히 기술적 요소에 의해 좌우된 것이 아니며 제작자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선택에 의해 두 가방에 독특한 외관을 부여하여 제작자의 개인적인 손길을 보여줬다고 판시함. 법원은 켈리 가방과 버킨 가방 모두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독창적인 저작물이며, 피고의 가방이 원고의 독창적인 표현을 전체적으로 모방했다고 판단함.
피고는 자사의 가방이 원고의 가방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차이점들이 있으며, 특히 캐시미어 페이즐리 원단을 사용하여 소비자에게 원고의 가방을 연상시키기보다는 1960년대 스타일을 연상시킨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저작권 침해는 저작물과 침해 혐의 대상 사이의 유사성을 판단하는 것이지 차이의 정도와 중대성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함.
3. 결론 및 시사점
프랑스 저작권법은 “의류 및 유행의 계절적 산업의 창작물”, 즉 패션 디자인을 특별히 저작물 분류로 명시하며, 이것이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창작물에 해당되는 것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음. 그 범위에는 “가죽제품의 제조 형태”도 포함되어 있기에 핸드백 디자인이 저작권법으로 보호된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음. 유럽사법재판소의 2019년 Cofemel 판결에 의하면 디자인은 디자인으로서 또 저작물로서 중첩적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디자인이 저작물로 보호받으려면 단 2가지 조건(저작물의 독창성과 보호대상의 식별성)만 충족하면 됨. 즉, 디자인의 예술성 등을 고려할 필요는 없음. 하지만 Cofemel 판결은 동시에 이러한 중첩적인 보호는 특정한 경우에만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특히 디자인의 보호와 저작물의 보호는 근본적으로 다른 목적을 추구하는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함. Cofemel 판결문에서 법원은 디자인의 보호는 그 물품의 제작과 생산에 필요한 투자에 대한 수익을 보장하고 경쟁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 한도가 적절하다고 설명함. 원고의 켈리 가방 모델은 이미 1935년에 출시되었음. 버킨 가방은 켈리 가방과 전체적으로 유사하며 디테일에서 다른 부분이 있지만 그 차이점이 과연 저작물로서 보호받을 만큼 독창적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음. 동일한 정보사회지침의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유럽연합의 각 회원국에서 디자인의 저작물성에 대해서 독일의 버켄스탁(Birkenstock) 샌들 디자인에 관한 연방대법원 판결이나, 이탈리아 롱샴(Longchamp)의 르 플리아쥬(Le Pliage) 가방 디자인에 대한 밀란 법원의 판결과 같이, 이 사건과는 상이한 판결이 내려지고 있음. 이 사건은 1심 판결이므로 만약 피고가 항소할 경우, 항소심에서 1심의 판결과 같은 해석을 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