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인터뷰] 충칭 씨난(서남)대학 조참훈 교수와의 만남

2021-03-30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충칭 씨난따쉐(西南大学, 이하 서남대학)의 유일한 한국인 조참훈 교수를 만났다. 간단히 그와의 인연을 얘기하자면 통신원이 중국과 인연을 맺고 왕래한 지 15년이 되었지만, 예술 관련 분야의 특수성 때문에 중국에서 한국인과의 교류가 거의 없었다. 작년 코로나19의 여파로 중국에 1년 동안 입국이 불가능해지면서 충칭 한인회를 알게 되었는데, 한인회의 도움으로 중국에 무사히 출국할 수 있었다. 이전 충칭에서 생활했던 긴 기간 동안 알게 된 한국인보다 코로나19 이후 알게 된 한국인이 더 많으니 통신원으로서는 이번 기회에 참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았다. 조참훈 교수 역시 한인회의 산악회 활동에서 만나게 되어 좋은 인연을 맺어가고 있다..
서남대학 지하철역

<서남대학 지하철역>


10만 명이 넘는 교직원, 학생의 출입이 안면 인식으로 진행된다. 외부인의 출입은 철저히 제한된다.

<10만 명이 넘는 교직원, 학생의 출입이 안면 인식으로 진행된다. 외부인의 출입은 철저히 제한된다.>


즐거운 마음으로 그를 만나기 위해 1시간 30분 동안 경전철을 타고 서남대학으로 짧은 여행을 떠났다. 통신원을 이미 마중 나온 조참훈 교수와 간단히 식사와 다과를 즐기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포즈 요청에 쑥스러워하는 순수한 학자 그 자체였다.

<포즈 요청에 쑥스러워하는 순수한 학자 그 자체였다.>


반갑게 맞이하는 주인장의 모습에 평상시 그의 인품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반갑게 맞이하는 주인장의 모습에 평상시 그의 인품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남대학 외국어학원(한국의 단과대학 개념)에서 한국어 및 언어학을 가르치고 있는 조참훈이라고 합니다.
어떤 계기로 서남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셨나요?
제가 홍콩 이공대학에서 언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그때 당시 교수님께서 충칭의 서남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권유하셨고, 저도 중국어 진수과정을 위해 2009년도에 쩡조우(郑州)와 항조우(杭州)에서 약 2년간 중국 생활을 했던지라 다시금 중국 대륙에서 여러 일을 도전해보고 싶어 승낙하게 되었습니다.
명함을 보니 외국어학원 영어과 교수로 되어 있네요.
네. 얘기하자면 좀 복잡합니다. 사실 서남대에는 한국어과가 아직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현재 가르치는 학생들도 본과생이 아닌 연구생(석사 이상)들이기 때문에 한국어 교육이라기보다 언어학에 대한 연구 수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어와 영어만으로 수업을 진행해도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한국인이니 한국어를 데이터로 한 언어학 이론을 가르치는 것이고, 꼭 한국어, 중국어, 영어 자료를 같이 학생들에게 줍니다. 제가 여기에 있는 이유를 찾아 나가는 거죠. 이건 앞으로를 위해 씨앗을 뿌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올해 9월 신학기부터는 본과생들 대상으로 한국어 강좌도 개설하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기억, 니은부터 가르치는 정말 한국어 수업이죠. 그리고 그와 더불어 한국문화와 관련한 수업들을 진행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중국 내에서도 일류 사범대인 서남대의 도서관. 밤늦게까지 불이 밝혀진다. 엄청난 양의 자료 보유량으로도 유명하다.

<중국 내에서도 일류 사범대인 서남대의 도서관. 밤늦게까지 불이 밝혀진다. 엄청난 양의 자료 보유량으로도 유명하다.>


수업도 하시고, 준비도 하시느라 많이 바쁘실 것 같네요.
꼭 수업 때문에 바쁜 건 아닙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가 있는데, 시간 비중으로는 수업이 3이라면 프로젝트 연구가 7입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지원을 받아 하고 있는 사업이 있는데, 제가 언어학 전공이다 보니 ‘의미론과 관계된 한국어에 나타나 은유(구체적으로 공감각 은유)’를 주제로 코퍼스(corpus)분석 및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그 밖에 또 다른 연구 논문도 진행 중이고요.
수업이 힘들진 않으신가요?
제가 이곳에서 근무한 지 횟수로는 4년 차인데, 중간에 코로나19 때문에 아직 제대로 일을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한국어 수업 관련해서도 준비해야 되는 게 많습니다. 서남대학은 사실 엄청난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학생 수와 교직원 수만 해도 10만 명이 넘고요. 학교 면적도 걸어서 다니지 못할 정도에요(참고로 서남대의 면적은 488만 평방미터로, 서울대학교의 면적인 140만 평방미터보다 3배 이상 크다). 이런 큰 규모의 학교에 아직 한국어과가 없다는 게 정말 아쉽습니다. 아시다시피 충칭이란 도시는 규모가 어마어마한 만큼 학교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제가 알기로 전문대까지 합하면 70개가 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한국어과를 가진 학교가 단 두 학교밖에 없다고 합니다. 현재 일본어를 가르치는 교수님이 중국 동포이신데, 예전에 서남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셨데요. 그때 한국어 강좌에 몇백 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었다고 합니다. 올 하반기부터 그 교수님과 제가 수업을 반반 나눠서 한국어 강좌를 진행한 후 건의를 통해 한국어 강좌를 위해 강사를 늘렸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여러 조건들을 살펴봐야겠지만요. 하나씩 풀어가야겠죠.
학교 규모가 큰 만큼 교내 이동은 1위안(약 170원)을 지불하는 버스를 이용해야 할 정도이다.

<학교 규모가 큰 만큼 교내 이동은 1위안(약 170원)을 지불하는 버스를 이용해야 할 정도이다.>


교내는 웬만한 공원보다 규모가 크다. 해질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교내는 웬만한 공원보다 규모가 크다. 해질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한국어 강좌가 생긴다면 이곳의 학생들에게 반응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옛날에 벌써 좋은 예가 있기 때문에 분명 관심갖는 친구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유일한 한국어 관련 교수다 보니 인력이 부족하고요. 준비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고 학교를 설득해야 하는 문제도 있으니 시간이 걸리겠죠. 그래서 요즘 이 일들을 추진하기 위해서 도움이나 지원을 받을 곳들을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국제교류재단이라든지 기타 한국문화 지원 단체 같은 곳들을 살펴보고 있어요.
기숙사의 모습, 중국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선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한다.

<기숙사의 모습, 중국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선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한다.>


영어 강의실 모습

<영어 강의실 모습>


올 한해 목표 혹은 바람이 있으시다면.
지속적으로 해 나가야 할 목표이자 바람이긴 한데, 한국어과를 만들려고 준비 중인 만큼 준비할 것들이 참 많습니다. 지원을 무턱대고 해달라고 할 수도 없죠. 뭔가 보여주고 나서 그에 맞는 지원을 요청해야 맞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올해 안에 그 출발점으로 한국어 센터를 조직하려고 합니다. 문제는 이 일들을 혼자 한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지요. 많은 분들의 관심이 또 모이면 그게 힘이 되고 그럼 충칭에서 우리나라 문화 홍보를 위한 또 하나의 플랫폼이 생겨나겠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하철역 3번 출구에서 약 350미터 거리에 3번 교문이 있다.

<지하철역 3번 출구에서 약 350미터 거리에 3번 교문이 있다.>


2번 문으로 나가면 서남대 정문이 보인다. 지하철 3번 출구 3번 교문을 강조했던 이유를 이해하게 됐다. 잘못 가면 엄청난 운동량을 감당해야 한다.

<2번 문으로 나가면 서남대 정문이 보인다. 지하철 3번 출구 3번 교문을 강조했던 이유를 이해하게 됐다. 잘못 가면 엄청난 운동량을 감당해야 한다.>


중국은 아침 8시부터 밤까지 수업이 진행된다. 늦은 저녁 9시가 넘은 시각 교내 운동장 아직 많은 학생들이 몸을 단련하고 있다.

<중국은 아침 8시부터 밤까지 수업이 진행된다. 늦은 저녁 9시가 넘은 시각 교내 운동장 아직 많은 학생들이 몸을 단련하고 있다.>


이날 낮부터 만나 저녁 늦은 시간까지 오랫동안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둘 다 공통적으로 중국의 빠른 발전에 긴장했고, 특히나 충칭의 많은 부분에서의 거대함에 놀라워했다. 조참훈 교수의 여러 얘기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말은 “아직 한국분들 중에서 중국에 오시면 뭔가 우월감에 빠지시는 분들이 계세요. 우리가 이제 우월하지 않거든요. 오히려 긴장하고 노력해야 할 때죠. 지금의 중국은 예전과 완전히 다릅니다.”이었다. 아무쪼록 조참훈 교수가 중국에서 올해 원하는 소망들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길 바란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한준욱[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충칭)/충칭 통신원]
약력 : 현)Tank Art Center No41.Gallery Director 홍익대 미술학과, 추계대 문화예술경영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