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는 지난 4월 태국에서 개봉되었지만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어수선한사회 분위기, 적은 개봉관, 잔잔한 이야기 구조 등으로 현지관객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비록 미국영화지만 한국계 감독이 제작, 한국인 및 한국계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한국영화'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또한 지난해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에 이어 올해 배우 윤여정이 <미나리>로 한국인 최초의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한류의 이미지를 드높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인식을 반영하듯 한국드라마 전문 웹사이트 《Korseries》에서 5월 16일 '야이 쁘라텟깐터 미나리: 반텅까울리 '양락' 양아이 나이 아메리카'(이민 가자 미나리: 한국 엔터테인먼트계는 어떻게 미국에 '뿌리'를 내렸는가)라는 제목으로 한류의 미국 도전 역사를 특집기사로 작성했다. 《Korseries》는 2015년 한국드라마 팬사이트로 시작되어 현재는 영화, 아이돌, 뷰티, 여행 등 한국문화 전 분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웹사이트를 비롯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Korseries) 팔로워가 79만 8,500여 명(5월 23일 기준)에 달하는 등 태국 내 한국문화 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온라인 뉴스 매체이다. 최근 서구권 등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한류에 대한 태국인들의 시각을 잘 전달하는 기사라고 판단되어 기사 내용을 요약 및 번역하여 실어본다.
<영화 '미나리'로 보는 한국문화의 미국 도전역사를 기사로 다룬 웹사이트 'Korseries' - 출처 : korseries.com>
소셜미디어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기, '한국'이 우리에게 가진 이미지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한국여자 같다'라는 말이 지금과 달리 칭찬으로 인식되지 않았을 때였고, 한국음식을 중국음식 또는 일본음식과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웠다. 소셜미디어가 세계를 쉽게 연결해준 것은 오래되지 않은 일이며, 인터넷이 없었다면 우리는 코로나19 위기 속에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국민을 돌보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각 나라의 복지와 평균 임금, 지도자 등에 대한 평가 등을 담은 게시물에 붙은 '#야이쁘라텟깐터(통신원주: '이민가자'라는 뜻으로, 태국의 백신 수급 절차 지연 및 코로나 관련 정부의 대응 등에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팽배해지면서 최근 SNS를 중심으로 유행한 해쉬태그)' 해쉬태그가 현재 페이스북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요즘 태국 사람들은 이민을 꿈꾸지만 과거 1960-1980년대 수십만 명의 한국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그 '아메리칸 드림'을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미나리>이다. '순자 할머니'를 맡은 배우 윤여정이 뛰어난 연기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영화 <미나리>는 당초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정이삭 감독은 이 영화가 미국영화라고 밝혔다. 미국 아칸소로 이민 간 한국인 가족이 정착하며 겪는 이야기로 한국 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한국어 연기 장면도 다수 등장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이 '미국 가족'으로 정착하는 과정을 그렸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의 미국 이민 역사는 격동의 한국 경제정치 상황과 연관이 있으며 동시에 미국이 해외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시기와도 겹쳐있었다. 1880년대 말 조선시대 말기 신분제 사회에 평등을 요구하는 '동학혁명'이 일어나면서 한국인의 미국 이민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후 1903년 많은 이민자들이 하와이의 파인애플, 사탕수수 농장에 삶의 터전을 잡으며 이민 1세대를 형성했다. 이민 2세대는 1950년부터 1964년으로, 2차 대전 이후 한국이 남과 북으로 나뉘고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미국 군인들과 결혼해 이민을 떠나는 '전쟁신부'들이 늘어났다. <미나리>가 그리고 있는 세대는 3세대로, 미국이 숙련 노동이민을 필요로 하던 1960년대 중반 이후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방탄소년단 등 세계적 한국 아이돌이 활동하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2020년 아카데미 작품상을수상했으며, 수많은 한국드라마를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할 수 있게 됐을까? 1950년대 미국에서 데뷔한 '김시스터즈'부터 한국 연예계의 미국무대 도전 역사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알려져 있지 않고, 세계 대중문화가 미국 중심이던 시대에 활동했기에 큰 영향력은 가질 수 없었다. 1997년, 한국에 IMF 위기가 닥치면서 '문화수출'은 한국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되었다. 당시 그룹 H.O.T.는 중국에서, 가수 보아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모았으며 그룹 원더걸스는 히트곡 '노바디'의 영어 버전으로 빌보드 차트 76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시기 비, 소녀시대 등을 중심으로 동남아 지역에도 한류 인기가 시작되었으며 소녀시대가 래퍼 스눕독과 콜라보레이션한 노래를 발표한 것을 비롯, 빅뱅의 지드래곤, 2NE1의 CL 등이 미국 프로듀서, 아티스트 등과 작업한 노래를 발표했다. 영화 <미나리>에서순자 할머니가 심은 '미나리'가 드디어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듯 2012년에는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모으며 빌보드 차트 2위에까지 올랐다. 강남스타일 열풍은 세계가 동아시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인 '한국'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미국의 인기 프로그램 <더 베첼러>, <아메리카 넥스트 탑 모델 시즌 21> 등이 한국 촬영을 진행했다. 수많은 케이팝 스타들이 출연하는 '케이콘 아메리카' 행사가 개최되었으며, 케이팝 뿐만 아니라 미국 드라마에 비해 폭력과 성적인 묘사가 적은 한국 드라마가 2014년(드라마 <별에서온 그대>)부터 미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전국에 뿌리 내린 미나리는 이제 수확을 거두게 되었다. '방탄소년단'과 영화 <기생충>이 거둔 성과가 바로 그것이다. 방탄소년단은 2017년부터 미국에 팬층에 생긴 이래 《CNN》 등 뉴스, 유명 방송 프로그램 등에 등장하더니 빌보드 차트까지 점령하게 되었다. 빌보드뮤직어워드, 아메리칸뮤직어워드에서 한국 아티스트 최초의 수상기록을 얻었으며 2021년 그래미어워드 후보에까지 올랐다. 이웃집 소년 같은 친근한 보이그룹의 이미지로 소통을 추구한 전략이 미국 10대들의 마음을 정확히 공략한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2020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외국어 영화로 최초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기생충>의 성공에는 봉준호 감독과 투자자인 CJ엔터테인먼트의 이미경 부회장이 있다. 이미경 부회장은 CJ를 드림웍스의 파트너사로 발전시키면서 스티븐 스필버그 등과 작업했으며 <공동경비구역JSA>, <올드보이>, <기생충>까지 유명 작품들의 성공을 이끌었다. 미국은 자유의 땅이지만 최근 흑인, 아시아인 차별 문제가 불거지고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오늘날 아시아인의 존재감과 번영을 인식하게 되었다. '미나리'는 독특한 야채이지만 호불호를 떠나 그 향기를 맡는 순간알게 될 것이다. '아, 이것은 한국의 향이야'라고. ※ 참고자료 《Korseries》 (21. 5. 16.) <ย้ายประเทศกันเถอะ Minari : บันเทิงเกาหลี “หยั่งราก” ยังไงในอเมริกา>, https://www.korseries.com/minari-how-kpop-industry-take-roots-in-america/
성명 : 방지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태국/방콕 통신원] 약력 : 현) 태국 국립쫄라롱껀대학교 석사(동남아시아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