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은 캐나다를 비롯한 전세계의 문화 예술 전시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모일 수 없고, 거리를 두어야 하는 조건은 전시의 형태와 내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기회가 되어 작가와 관객이 만나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도 했고,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는 지점이 되기도 했다. 재난에 가까운 현시대의 상황을 간과하지 않고, 삶의 불안정성과 변화에 대한 고민을 고스란히 담아 내려는 예술가들의 시도는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완성시키키는 작품이 말해준다. 그러나 작품이 만들어 지기까지의 지리하고 외로운 고뇌와 고민의 흔적의 공간, ‘작업실’은 어쩌면 더 많은 것을 말하고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캐나다 한국문화원이 2021년 전시 시리즈로 준비한 비대면 작가 스튜디오 탐방은 새롭고 의미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2020년 팬데믹이 시작되자, 주캐나다 한국문화원은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한국 문화를 소개해왔다. 영화, 한식, 한글, 케이팝과 같은 콘텐츠들은 온라인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캐나다와 한국 간의 문화교류를 적극적으로 담당하게 되었다. 문화원이라는 공간에서 재현되며 표현되던 전시 분야는 한국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소개하고, 우수한 한국시각 예술 분야 작가들과의 대화 영상을 송출함으로 캐나다 관객들을 만났다.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작품과 한국 예술가들이 캐나다에 물리적으로, 직접 방문하지 않은 상태에서 캐나다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온라인 플랫폼이 가지는 강력한 강점이다. 2021년이 되면서, 문화원은 캐나다 미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작가들의 작업실을 찾아가 작가로서 어떻게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어떠한 작품들을 준비하고 있는지 영상에 담아 소개하기 시작했다. 2월부터 시작된 비대면 작가 스튜디오 탐방은 완성된 예술 작품을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주캐나다 한국문화원에서 전시 분야의 최고 책임을 맡고 있는 최문선 선임연구원은 “캐나다 예술계에서 잘 알려진 한국계 작가들의 활동은 캐나다 현지인들과 한국 미술 문화를 연결하는 중요한 접점이 되기에 이들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2월부터 시작해 지난 6월 25일까지, 총 5명의 한국계 캐나다 작가들의 작업 공간을 보여주었던, 비대면 작가 스튜디오 탐방은 토론토, 오타와, 밴쿠버 등 서로 다른 지역의 서로 다른 작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비슷한 결의 고민과 고뇌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한국계 캐나다 예술인으로, 캐나다에 살고 있는 자신들의 정체성이바로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는 시각 예술의 출발점이었다. 첫 번째로 방문한 윤진미 작가(Jin-Me Yoon)는 제2차 세계대전과 관련한 영화 세트장과 캘거리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 세워진 자신의 작품을 소개했다. 한국의 새만금 방조제가 있는 전라도, 예맨 난민들이 있는 제주도 그리고 인간이 살지 않는 비무장지대(DMZ)에서 실시한 작업들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갔다. 즉 역사적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작업은 예술인으로서 자아와 타자, 경계와 바운더리에 대한 고민을 확장시키며 서로 다른 위치 속에서상호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바람도 보였다. 캘거리 공사 현장에 세워진 그녀의 터널 내부는 한국의 전통 색동이 입혀져 있었다. 그리고 색동으로 만들어진 마스크를 끼고 그녀는 자신의 작업공간을 소개하였다. 그녀가 주목하는 장소와 역사, 그리고 정체성의 얽히고 설킨 관계들이 앞으로도 어떻게 풀어질 수 있을 지 무척 기대를 모은다.
<윤진미 작가 작업실 탐방>
두 번째, 유지니(Jinnt Yu) 작가는 42장의 회색 문을 그린 작품 를 하나하나 넘기며, 자신의 작업과정과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었다. 그의 이야기에는 이민자로서 정착해 가는 자신의 삶을 초대받았으나 초대받지 못한 이중적 관계로 설정하며 고민한 흔적을 보였다. 캐나다 정부로부터 초대받았으나, 이 땅의 원래 주인이었던 원주민에게는 초대받지 못한 자신이 이 땅을 살아가면서 가지는 느낌을 ‘Host’와 ‘Guest’라는 두 의미를 모두 가진 불어, ‘Hôte’로 설명하였다. 회색, 검은색, 하얀색으로 이루어진 42장의 그림, ‘문’은 바로 앞서 설명한 정체성에 대한 ‘Host’와 ‘Guest’의 관계, 인식, 책임감 등으로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소재로 표현했다.
<유지니 작가 작업실 탐방>
세 번째 작가 민지희(Jihee Min)는 조각, 설치, 비디오 아트와 행위 미술을 통해 정체성을 표현하는데, 최근에 캐나다예술위원회(Canada Council for the Arts)와 《CBC》 라디오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작업을 소개하였다. 즉 철새들이 가지는 두개의 고향(HOME)을 이주민의 정체성과 연결시켜 고향을 향한 갈망과 소속 욕구 사이의 투쟁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또한 락다운 상황에서 토론토 시내의 화려한 빌딩을 배경에 두고, 빈 건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움직임, 멸종 위기의 야생 동물들을 사진과 영상 등의 작업을 통해 함께 드러냄으로 인간과 자연, 문명과 야생 등의 주제를 이야기했다.
<민지희 작가 작업실 탐방>
네 번째 작가 김준희(Joon Hee Kim)는 얼굴 너머에 있는 예술가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한국인으로서, 캐나다인으로서, 그리고 김준희로서 가진 다양한 정체성에 주목하며 작업을 펼쳐나가는 과정을 설명했다. 여러 얼굴을 조각한 작품에는 작고 큰 항아리들이함께 부착되어 있는데, 김준희 작가는 “무엇인가를 담고 있는 항아리의 기능이 생각과 가치를 담고 있는 인간의 머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함께 나열하고, 덧붙여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내면 속에 있었으나, 언어로 표현하지 않았던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작품 속에서말하고 있었던 ‘소속감’(Belong)에 대한 열망을 캐나다 미디어가 먼저 알아보았다”고 설명한다.
<김준희 작가 작업실 탐방>
마지막 박준(June Park) 작가는 한국계 캐나다인(Korean-Canadaian)으로 표현되는 ‘Hyhenated Identity’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며, 사진, 비디오, 설치, 글쓰기 등 다방면의 예술 장르를 아우르고 있다. 반려견의 소리가 들리는 자신의 작업 공간에서 자신의 최근 작업을 소개하고 있는 영상은 캐나다 알곤퀸 ‘색채의 집’이라는 개인 공간에 담아내는 작업, 그리고 대학의 한 벽면을 노란색으로 칠하고 그 위에 다시 흰색을 덧바르는 작업을 설명하였다. 특히 후자는 노란색 즉 아시안으로 살지만 캐나다인의 정체성인 흰색을 바름으로 숨겨진 정체성, 보이지 않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특히 그는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이름’에 관한 것임을 밝히며, 이주민의 역사와 정치적 행위 등으로 표현되는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다고 했다.
<박준 작가 작업실 탐방>
이처럼 소개된 한국계 캐나다 작가들은 모두 캐나다 미술계가 주목하며 캐나다 미술관 큐레이터들이 그 행보를 궁금해하는 아티스트들이다. 최문선 선임연구원은 “한국계 캐나다 예술가라는 그들 자신의 정체성과 이에 대한 고민과 고뇌는 그들의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배어있으며, 이러한 자연스러운 행보는 캐나다의 다문화적인 맥락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최근 캐나다 예술계는 코로나19 속 발현되는 현대적인 이슈들에 관심을 가지며 다양성에 대해 더욱 높은 관심을 보내고 있어 한국계 캐나다 예술인들과 예술계 종사자들(큐레이터)들의 활동은 더욱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 사진 출처 주캐나다 한국문화원 유튜브 채널(@Korean Cultural Centre Canada), https://www.youtube.com/channel/UCmmpfFNh3NCIed90L1N1zKw통신원 정보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