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서부 불어권 지역에 위치한 아름다운 호수를 자랑하는 뉴샤텔 시에서는 해마다 7월이 되면 뉴샤텔 국제판타스틱영화제(Neuchâtel International Fantastic Film Festival)로 거리가 활기를 띈다. 지난 7월 2일부터 시작된 9일간의 일정은 7월 10일을 마지막으로 깊은 여운과 감동을 남기며 성황리에 그 막을 내렸다.
<2021 뉴샤텔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야외 상영회 – 출처 : Miguel Bueno/NIFFF 제공>
예술감독 로익 발체스치니(Loïc Valceschini)는 ”이번 NIFF 페스티발은 팬데믹 이후 스위스에서는 처음으로 팬더믹 이전과 비슷한 형태의 오프라인 축제였다는 점에서 더욱이 NIFFF 관계자들뿐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더 특별했다.“고 설명한다. 작년 은 영화제가 2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였음에도 불구하고, 팬데믹으로 행사 개최가 무산되면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행사 오픈 여부는 2021년 5월 말이 되어서야 결정되었다. 이번 영화제는 정부가 공표한 극장 이용 허용 기준인 기존 극장 관객 수의 3분의 2, 약 100석으로 제한하여 온라인 상영과 야외 상영을 접목시킨 하이브라이드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영화제가 개최된 총 9일 동안 오프라인 현장에는 약 34,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2021 뉴샤텔 국제판타스틱영화제 대상작, 노아 허턴(Noah Hutton) 감독의 ‘랩시스(Lapsis)’ - 출처 : NIFFF 제공/Couple 3 Films>
영화제 개막식을 장식한 미국 노아 허턴 감독의 <랩시스>를 시작으로 영국 벤 휘틀리(Ben wheatley) 감독의 <인 더 어스(In the Earth)>, 필리핀 도도 다야오 감독의 <미드나잇 인 어 퍼펙트 월드(Midnight in a Perfect World)>, 스웨덴 프리다 켐프(Frida Kempff) 감독의 <노킹(Knocking)>, 프랑스 루도빅 부케르마(Ludovic Boukherma), 조란 부케르마(Zoran Boukherma) 감독의 공동작인 <테디(Teddy)>, 영국 리 헤이븐 존스(Lee Haven Jones) 감독의 <그녀는 만찬에 초대받지 않았다(The Feast)>, 일본 칸 에구치(Kan Eguchi) 감독의 <더 페이블(The Fable: The Killer who doesn‘t Kill)>과 주타 야마구치 감독의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Beyond the Infinite 2 Minutes)> 등, 32개국의 장·단편 영화 총 100여 편이 10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소개되었다. 2021년 영화제에서 주목할 점은 아시아영화(New Cinema from Asia) 섹션을 편성하여 그동안 유럽 대중들이 제한적으로밖에 접할 수 있었던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6편의 장편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에는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대만의 차세대 영화인들을 조명하는 포르모사 판타스티카(Formosa Fantastica)를 선정하여 <마이 미씽 발렌타이(My missing valentine)>, <겟 더 헬 아웃(Get the hell out)>, <우리 뜻대로(As we like it)> 등 총 12편의 대만의 장·단편 영화들이 소개되었다. 이번 영화제에 조명된 한국영화는 조경훈 감독의 애니메이션 공포영화 <기기괴괴 성형수(Beauty water)>, 이철하 감독의 <오케이 마담>, 그리고 단편으로 정승희 감독의 <보이지 않는 눈>이었다.<뉴샤텔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예술감독 로익 발체스치니(Loïc Valceschini) - 출처 : Claire Zombas/NIFFF 제공>
통신원은 행사 중 영화제 예술감독 로익 발체스치니와 잠시 인터뷰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아시아계 영화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며 아시아 나라별로 가지는 영화들의 특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좋아하는 한국 감독이 있느냐는 필자의 질문에는 봉준호, 박찬욱, 강제규, 김기덕 감독 등을 꼽았다. 특히 류승완 감독의 영화에 많은 찬사를 보냈다. 2007년 봉준호, 류승완 감독은 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개인적으로 만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한국영화가 스위스에 알려지게 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 그는 블록버스터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세계적으로 한국영화를 알리는 발판을 마련했던 강제규 감독의 영화 <쉬리>를 언급하며 당시의 느낌도 덧붙였다. 2000년대 <올드보이>, <추격자>, <친절한 금자씨> 등으로 초창기 스위스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알려졌었던 한국영화는 미디어의 영향으로 현지 관객들에게 점차 가깝게 다가오기 시작했고, 최근 케이팝, 한국드라마의 인기, 넷플릭스의 영향과 젊은 세대들의 편견 없이 쉽게 타문화를 수용하는 태도는 문화의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영화제에서 소개된 한국영화에 대해 질문하자 조경훈 감독의 <기기괴괴 성형수>는 스위스 사람들에게 이색적인 주제인 한국의 외모지상주의를 공포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해 그 참신함을 보여주고 싶었고, 이철하 감독의 <오케이 마담>을 통해서는 한국영화의 액션 코미디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겨 분위기가 전혀 다른 두 영화를 선정했다고 덧붙였다.<2021 뉴샤텔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상영된 조경훈 감독의 ’기기괴괴 성형수‘ - 출처 : NIFFF 제공/에스에스애니멘트/스튜디오애니멀>
사실 뉴샤텔 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20년의 역사를 보유한 영화 축제다. 스위스에서는 유일한 국제 판타스틱영화제로 독보적인 위치를 선보이며 유럽에서도 상당한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설립 배경을 살펴보면 유령 이야기, 공포, 사이버 펑크, 외계인 이야기 등, 판타지 장르 영화의 위상이 그리 높지 않았던 20년 전으로 돌아간다. 소수의 마니아만이 관심을 가지는 일종의 ’틈새 장르‘였던 판타지 장르를 타겟으로 삼고 뉴샤텔 지역의 학생들이 힘을 모아 설립한 영화제는 스위스 영화 산업이 당시 추구했던 사실주의에 대한 도전이었고, 좀비 영화로만 치부했던 편견에 대한 반격이었다. 초창기 영화제 관계자들과 함께한 20주년 기념 인터뷰를 통해, 작은 그룹으로 시작해 20년간을 이어오면서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현재 스위스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기까지 보이지 않았던 노력과 수고를 느낄 수 있었다. 뉴샤텔 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관객의 75%가 34세 미만의 젊은 관객층이다. 소개되는 영화들도 젊은 감독들의 작품이 대부분이다. 감독들이 자신의 첫 작품, 혹은 두 번째 작품을 영화제에 선보인다는 점 역시 특징이다.<2021 뉴샤텔 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관객 선정 최고의 아시아 영화, 이철하 감독의 ’오케이 마담‘ - 출처 : NIFFF 제공/사나이픽처스/영화사 올(주)>
영화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시상식에서는 미국 감독 노아 휴턴의 <랩시스>가 국제경쟁 부문에서 뉴샤텔시에서 수여하는 상이자, 동 영화제의 대상(International Best Film) 격인 Narcisse HR Giger상을 수상했다. 베스트 유럽 판타지 영화상(Silver Méliès Award for Best European Film)에는 아일랜드 크리스 바우흐 (Chris Bauch) 감독의 <보이즈 프롬 카운티 헬(Boys from County Hell)>이 선정됐다. 국제비평가상(International Critic's Award)은 영국 리 헤이븐 존스(Lee Haven Jones) 감독의 <그녀는 만찬에 초대받지 않았다>가 받았다. 베스트 제작상(Imaging The Future Award for Best Design Production)과 RTS 관객상은 스위스 팀 펠라움(Tim Fehlbaum) 감독의 <타이즈(Tides)>, 관객들이 뽑은 최고의 아시아 영화는 한국 이철하 감독의 <오케이 마담>, 청소년 상은 영국 프라노 베일리 본드(Prano Bailey-Bond)의 <검열(Censor)>이 수상했다. 단편영화 수상작으로는 스위스 조더 폰 로츠(Joder von Rotz) 감독의 <리틀 미스 페이트(Little Miss Fate), 잔-데이비드 볼트(Jan-David Bolt)의 <플렘(Phlegm)>, 벨기에 자비에르 세론(Xavier Seron) 감독의 <스퀴시(Sprötch)>가 선정되었다.통신원 정보
성명 :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위스/프리부르 통신원] 약력 : 현) EBS 스위스 글로벌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