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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녹인 한국 공포영화 등장...문화대국으로 성장 기대

2021-08-31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매년 여름철이면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다양한 공포영화들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개봉한 김용완 감독의 미스터리 영화 <방법: 재차의>는 한국의 ‘재차의’와 인도네시아의 주술사인 ‘두꾼(Dukun)’을 혼합해 혼합된 아시아적인 공포물을 그려내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은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在此矣)가 벌이는 연쇄 살인 사건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번 영화의 각본을 쓴 연상호 감독은 조선 초기 문신인 성현(1439-1504)의 수필집 '용재총화'에 등장하는 재차의를 보고 그 유래를 파헤치다 인도네시아 흑마술사인 두꾼에 닿게 됐다고 한다. 나홍진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공포영화 <랑종>도 한국 귀신 이야기가 아닌 태국의 민간신앙을 다루면서 국내 관객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처럼 한국 공포물은 동남아시아의 괴담과 귀신을 녹여내면서 색다른 공포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귀신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 지평을 아세안 지역으로 확장하면서 범아시아적인 공포물로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믿음이 강하고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아세안 지역에는 귀신이나 혼령에 대한 소재가 풍부하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말레이계·중국계·인도계 등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슬람교, 불교, 도교 및 힌두교 신자가 믿는 다양한 영적 존재를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이슬람 신자가 대부분인 말레이계 사이에서는 주술사 두꾼과 흑마술에 대한 믿음이 강하고, 귀신과 괴담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말레이시아 공포 영화는 말레이계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토대로 한 작품이 대부분이며, 역대 말레이시아 박스오피스에 이름을 올린 공포영화 모두 말레이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반면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의 경우 불교와 도교를 비롯한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이 강해 매년 음력 7월이 되면 저승문이 열리는 귀월(鬼月)을 준비한다. 올해 귀월은 8월 8일부터 시작되어 지금 길거리 곳곳에서는 귀신에게 바치는 과일과 향, 공양물들을 볼 수 있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은 귀신이 저승에서 쓸 수 있도록 종이로 만든 돈부터, 대저택, 외제차 등 다양한 공양물을 불태우면서 저승에서 불편 없이 지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귀월이 되면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은 종이돈과 과일 등의 공양물을 바친다
귀월이 되면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은 종이돈과 과일 등의 공양물을 바친다
귀월이 되면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은 종이돈과 과일 등의 공양물을 바친다
귀월이 되면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은 종이돈과 과일 등의 공양물을 바친다

<귀월이 되면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은 종이돈과 과일 등의 공양물을 바친다>

또한, 이승을 떠도는 귀신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광둥어와 조주어 등 다양한 중국 방언들로 진행되는 다양한 공연을 연다. 이러한 공연은 귀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 열리는 것이기에 관객석 첫 줄은 귀신을 위해 자리를 비워두어야 한다. 귀월 동안 이승에 머문 귀신들이 공연과 공양물에 만족하면 귀신의 왕인 다시예(Da Shi Ye)는 귀신들을 데리고 저승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은 귀월의 마지막 날에 종이로 만든 다시예를 태우고 만찬을 즐기면서 귀월이 무사히 끝난 것을 축하한다.
귀신에게 바치는 대저택

<귀신에게 바치는 대저택>

귀신의 왕 다시예는 귀월의 마지막 날 귀신들을 데리고 저승으로 돌아간다.

<귀신의 왕 다시예는 귀월의 마지막 날 귀신들을 데리고 저승으로 돌아간다.>

말레이시아에 이주해 살아가는 중국계 후손들은 중국의 조상숭배 문화를 그대로 이어간다. 조상의 영혼을 섬기고 후손에게 가호를 기원하는 귀월은 우리가 추석을 맞아 제사를 하고 조상의 묘소를 돌보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말레이시아는 한국 문화와 닮은 점이 많아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문화협력의 잠재력이 높다. 또한 말레이시아만이 아니라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지역은 귀신이나 괴담 등 초자연적 소재가 풍부한 덕에 ‘공포영화강국’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소재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구성하는 연출력이 부족한 탓에 할리우드 영화를 모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다.

아세안에 다양하고 독특한 공포 소재가 있다면, 한국은 현재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 강국이자 한류의 본산지다. 아세안 지역의 다양한 소재와 탄탄한 연출력을 갖춘 한국이 만나 협업한다면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색다른 공포물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대중문화에 있어 현재 세계적으로 그 지평을 확장 중에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문화대국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류에 맞게 소재의 다양성을 수용함과 동시에 시장 확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포용해나간다면 진정한 문화적인 대국(大國)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 참고자료
《The Star》 (21. 8. 8.) , https://www.thestar.com.my/news/nation/2021/08/08/no-hungry-ghost-fest-again
《중앙일보》 (21. 8. 9.) <태국 무당·인도네시아 흑마술…확장하는 K호러, 연상호 '뉴욕서 굿하는 내용도'>, https://www.joongang.co.kr/article/24123900#home

통신원 정보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