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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 캐나다에서 더딘 불로 타오르다

2021-12-09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Manhwa”, n. - A Korean genre of cartoons and comic books, often influenced by Japanese manga.

“만화”, 명사 - 한국 만화, 만화책 장르로, 종종 일본의 망가에서 영향을 받기도 함

지난 9월 옥스퍼드 사전에 수록된 26개의 한국어 중 ‘만화’라는 단어에 대한 설명이다. 최근 북미에서는 한국 만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그래픽 노블’은 출판계에서도 작은 카테고리로 여겨지고 있지만, 북미 시장 내에서 이들은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한국 웹툰이 영미권에 소개되면서, 그래픽 노블과 웹툰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영어권 독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북미 내 한국 만화의 인기를 조명한 기사 - 출처 : 퍼블리셜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 웹사이트

<북미 내 한국 만화의 인기를 조명한 기사 - 출처 : 퍼블리셜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 웹사이트>


몬트리올에 본부가 있는 캐나다 출판사, 드론앤커털리(Drawn and Quarterly)는 2017년 홍연식의 <불편하게 행복하게(Uncomfortably Happily)>를 시작으로 한국 작가들의 책을 꾸준하게 영어로 번역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북미의 영어권 독자들이 한국의 만화를 실제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드론앤커털리는 시골로 이주한 도시 부부의 이야기, <불편하게 행복하게> 출간 이후, 홍연식 작가의 <엄마의 식탁’(Umma’s Table)>, 앙코 작가의 <열아홉(Nineteen)>과 <나쁜 친구들(Bad friends)>, 김금숙 작가의 <풀(Grass)>, <기다림(The waiting)>을 비롯해 마영신의 <엄마들(Mom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한국 작가들의 책을 출판하고 있다.

드론앤커털리의 편집장 트레이시 휴런(Tracy Hurren)은 북미에서 출판, 문학 유통, 에이전트들을 대상으로 하는 출판 전문잡지, 《퍼블리셜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와의 인터뷰에서, 2017년 <불편하게 행복하게> 프랑스어 번역본에서 처음 발견한 한국 만화와의 특별한 만남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독특한 이야기를 가진 한국 작가뿐 아니라, 한국어 번역도 정말 중요한데, 캐나다 밴쿠버의 자넷 홍(Janet Hong, 홍지명) 씨와 함께 작업을 할 수 있어서, 훨씬 더 좋은 한국 만화책을 북미에 소개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자넷 홍이 번역한 책 중에서, 위안부 이야기를 다룬 김금숙의 <풀>은 2019년부터 2020년 만화계의 거의 모든 상을 휩쓸었는데, 미국 뉴욕 타임스와 영국 가디언, 미국 도서관 협회 잡지인 북리스트에서 뽑은 2019년 최고의 그래픽 노블 작품 목록에 포함됐다. 또한 코믹 산업의 아카데미 상이라 불리는 2020년 아이스너 상(Eisner Award)에서 3개 부분, 최우수 작가상, 최우수 국제도서상, 최우수 현실기반작품상을 수상하였으며, 오스카상으로 비유된는 2020년 하비상(Harvey Award)에서 한국 도서 처음으로 올해의 도서상, 국제도서상 두 개 부분에서 수상하였다. 그 외에도 링고상(Ringo Award)을 비롯한 총 13개 부분에서 수상하였다.

자넷 홍이 번역한 마영신 작가의 <엄마들> 또한 2021년 하비상과 링고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전쟁 후 이산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김금숙 작가의 <기다림>이 The waiting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면서, 2022년 미국 도서관협회의 카네디 메달(ALA’s Carnegie Medal)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었는데, 만화책으로는 이 분야에 처음으로 노미네이트 되었다. 또한 <기다림>은 미국의 가장 권위있는 출판업계 잡지, 《퍼블리셜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가 선정한 2021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한국 만화가 영어로 번역되면서 북미권에 알려지기 시작하자, 북미 코믹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러 언론들은 한국 만화책이 가진 차별점으로 스토리의 힘을 강조하였는데, 마영신 작가의 <엄마들>을 리뷰한 《스크롤 인》(Scroll In)의 비빅 베네제스(Vivek Menezes)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통해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의 집단적 불안감을 대변하고 싶다”는 말을 인용하며, 비슷한 이유로 “이러한 점은 마영신 작가의 <엄마들>에서도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기자는 “마 작가의 만화가 모든 이들이 외면하고 있는, 도시의 노동계급과 중년 직장 여성의 삶을 깊게 조명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캘거리 헤럴드(Calgary Herald)의 댄 브라운(Dan Brown) 역시, “한국 엄마들의 이야기가 보편적인 매력으로 전 세계를 매료하고 있다”며, “일직선으로 된 줄거리가 아니라, 우회하고 우회하며, 플롯 아래의 또 다른 플롯이 존재하는 이 글에서, 고군분투하는 인간들의 생생한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드론앤커털리 캐나다 출판사에서 진행한 김금숙 작가의 온라인 대담 행사 장면 - 출처 : 드론앤커털리

<드론앤커털리 캐나다 출판사에서 진행한 김금숙 작가의 온라인 대담 행사 장면 - 출처 : 드론앤커털리>


지난 11월 3일에는 김금숙 작가의 <기다림> 캐나다 출간 기념으로 온라인 대담 행사가 진행되었다. 한국문학번역원 주관으로 열린 이 행사는 출판사 드론앤커털리와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인 알렉서 치(Alexander Chee)와 함께 진행되었는데, 인터뷰 내내 <기다림>이 준 스토리의 감동과 그 작업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김금숙 작가는 “전쟁과 이산가족은 한국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경험한 일”이라며 “책에 드러난 여성을 통해 이들이 가진 생존에 대한 몸부림뿐 아니라 기다림과 희망을 함께 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또한 만화책에 색깔을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흑백이라는 단순함과 붓의 터치, 선을 강조함으로 이들의 삶이 가진 무게와 그들의 외로움 등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만화라는 장르가 다른 장르와 가진 차별점은 각 내면의 파동을 오래도록 울릴 수 있다는 것”이라며 “고요한 내면을 언급하는 장면에 머물러, 스스로의 목소리로 듣고 보고 해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퍼블리셜스 위클리》는 “한국 만화가 드디어 북미에서 인기몰이를 시작하고 있다”며 “드론앤커털리 출판사에서 나온 한국 만화들의 잇따른 수상 소식과 온라인 웹툰들의 출판 계획 등이 바로 그러한 현상의 증거”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이 가진 스토리가 영화와 드라마를 넘어, 문학과 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캐나다에 전달되고 있다. 자넷 홍이라는 번역가를 믿는 출판사들과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 두 언어를 전달하는 문학 번역가들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다.

※ 참고자료
https://www.publishersweekly.com/pw/by-topic/industry-news/comics/article/87045-korean-comics-gain-popularity-in-north-america.html
https://scroll.in/article/974451/reading-yeong-shin-mas-moms-to-understand-why-the-korean-wave-has-swept-through-parts-of-india
https://lfpress.com/entertainment/books/brown-korean-mothers-story-has-universal-appeal
 

통신원 정보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