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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한국문화원, '한지 예술의 모든 것' 전시

2021-12-17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뽕나무 수액을 가공하여 시간의 무게를 견디고 몇 년이 지나도 본연의 고유한 유연성을 유지하는 한지는 한민족의 오랜 지혜와 전통이 깃들어 있는 종이 이상의 예술 작품이다. 이러한 한지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전시회, ‘한지의 모든 것(Carta Coreana)’을 통해 이탈리아인들과 만난다. 동 전시는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 주최로, 1985년 한국공업진흥청으로부터 700년 보존 가능 품질을 인증받아 2002년 국제품질 인증1(ISO2001)을 획득해 1,600년 간 그 명맥을 이어온 공을 인정받은 원주 한지의 원주시·원주한지개발원이 함께 하며, 유럽에서 유일하게 종이를 직접 만드는 로마 미술아카데미(Accademia di Belle Arti)가 공동 주최로 참여한 가운데, 카를로빌로티박물관(Museo Carlo Bilotti)에서 전시된다.
카를로빌로티박물관 홈페이지 내 ‘한지의 모든 것’ 전시 안내문 – 출처 : Museo Carlo Bilotti

<카를로빌로티박물관 홈페이지 내 ‘한지의 모든 것’ 전시 안내문 – 출처 : Museo Carlo Bilotti>


천 년 이상 지속된다는 한지가 고서와 미술 복원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은 두 나라 모두에게 의미가 있어 보인다. 로마미술아카데미 원장 세실리아 카소라티(Cecilia Casorati)는 “한지의 우수성과 가치를 진보적이고 현대적인 세계 시장에 알려 다양한 미술작품에 창의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주안점”이라고 밝혔으며, 오충석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장도 “한국에서는 한지가 일상에서 매우 실용적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이번 로마 전시회에서는 한지가 전통과 현대 미술을 아우르는 특별한 매체로 해석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메인 프로그램 또한 예술 작품으로서의 한지를 알 수 있게 하도록 기획되었다. 로마예술아카데미는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예술가들과 젊은 신인 작가들이 골고루 포진된 한국 작가 15명과 이탈리아 작가 33명의 초청하여 현대 미술, 회화, 드로잉, 조각, 멀티미디어 설치 작품 등 미술 최신 경향을 알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고전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다.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젊은 예술가들이 한지를 가지고 자신의 창의력을 어떻게 구현해 내는지를 눈여겨보는 재미가 있다. 바탕재로의 단순한 쓰임이 아니라 한지를 태우고, 자르고, 붙이는 등의 캐스팅 기법, 버닝 기법, 커팅 기법, 꼴라쥬, 테어링, 설치물 등 다양한 기법이 작가의 철학과 작품 세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전시 중인 한지 작품들 - 출처: Museo Carlo Bilotti
전시 중인 한지 작품들 - 출처: Museo Carlo Bilotti

<전시 중인 한지 작품들 - 출처: Museo Carlo Bilotti>


또한, 눈처럼 흰 바탕색과 둥근 형태의 보름달 같은 달항아리 전시회 파트도 있다.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은 동 전시에 대해 “조선 시대의 백자, 달항아리는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정서가 가장 잘 표현된 예술품의 하나로, 이번 전시에는 한국의 품성을 닮은 다양한 달항아리를 한곳에 모아 기물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구절판, 오합상자, 색실 상자 등 한국에서만 사용되었던 독특한 기물을 재현하고 현대적으로 해석한 한지함 전시 파트에서는 한지가 한국인의 실생활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엿볼 수 있다. 가늘게 자를 종이를 꼬아서 끈을 만들어 엮는 지승기법은 휴지나 파지를 버리지 않고 활용하고자 한 조선시대 특유의 공예기법으로 누구나 쉽게 제작할 수 있어 조선시대 서민 계층에 널리 유행되었다고 한다. 한지를 겹겹이 두드려 가죽처럼 만드는 줌치기법, 다양한 색을 교차로 엮는 색지 기법 등이 쓰인 옷과 모자, 지갓과 같은 머리 장식, 왕과 왕비의 복식도 선보인다.

한편, 이탈리아와 한국 한지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이탈리아 로마에 설립된 종이박물관에는 한국 국립문화재연구소와 전주시청 등에서 지원한 한지 전시물이 박물관의 비중 있는 위치를 차지해 전시되고 있다. 관람객들이 박물관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전시물인 한지 관련 전시는 문방사우와 한지로 제작된 전통 인형, 인조실록 영인본(원본을 사진 촬영한 뒤 복제한 책) 인쇄본 등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다.

또한 이탈리아에서는 전주 한지, 신현세 전통한지공방(경남 의령) 등에서 제작한 한지가 문화재 보존·복원 용지로 인증받아 사용되고 있으며, 청빈한 삶으로 유명한 로마 가톨릭 수도사 성 프란체스코의 친필 기도문과 6세기 비잔틴 시대 복음서, 이탈리아 화가 피에트로 다 카르토나의 17세기 작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18쪽짜리 자필 노트인 ‘새의 비행에 관한 코덱스’가 한지로 복원되기도 했다.

※ 참고자료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 https://italia.korean-culture.org/ko/759/board/524/read/112445
Museo Carlo Bilotti, http://www.museocarlobilotti.it/it/mostra-evento/carta-coreana-hanji

※ 작품 정보
1) Riccardo Ajossa,Gradazioni di sambuco di fine estate 1, carta Hanji tinte con colori naturali, 107x82cm
2) Claudia Hyunsook, Nuvole n.271, tecnica mista su carta Hanji, 150x100x4cm

통신원 정보

성명 : 백현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탈리아/피사 통신원]
약력 : 전) 뮤지컬 <시카고>, <스팸어랏>, <키스미 케이트>, <겨울 나그네>, <19 그리고 80>, <하드락 카페> 등 출연 한영 합작 뮤지컬 작, 연출 현) 이탈리아 예지 그로토프스키-토마스 리처드 워크센터 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