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여러 가지 미디어 가운데 전국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매체를 꼽자면 아직까지도 무료 지상파 텔레비전으로 볼 수 있다. 좌우로 길게 뻗어 있는 인도네시아의 광활한 지리적인 특성이나 도시를 벗어난 지역에서는 아직 통신 및 인터넷 인프라가 원활하지 못한 것을 감안한다면 접근성 면에서 지상파 텔레비전을 대체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1만 9,000여 개에 이르는 섬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는 일찍부터 위성을 이용하여 텔레비전을 방송해왔기 때문에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TV만큼은 볼 수 있다는 것도 그 위상을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다. 대도시 이외에서는 아직까지도 TV를 중심으로 가족들이 둘러앉아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경우가 많고, 해가 지고 나면 유일한 여가 활동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광고 매체에서도 TV 광고 비중이 가장 큰 편이다. 연예인의 인지도를 비롯하여 만화, 드라마 등 각종 트렌드들이 TV에서 방영하는지의 여부가 전국구로 발돋움할 수 있는지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이렇듯 지상파 텔레비전의 위상이 아직 높은 곳에서 인도네시아 TV 채널은 한국 애니메이션을 지속 방영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지난 몇 년간으로 시기를 한정해서 보자면 인도네시아 국내를 포함한 전체 애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인도네시아 어린이들은 한국 만화와 함께 성장한다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꼬마버스 타요’ 유튜브 인도네시아 채널(좌), ‘뽀로로’ 유튜브 인도네시아 채널(우) - 출처 : 각 채널 유튜브 공식 페이지>
2010년 이전만 하더라도 인도네시아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 스튜디오들은 아웃소싱 산업에 더 집중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체 IP를 가지지 못한 상태여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전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 한국 애니메이션이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현지 애니메이션, 말레이시아, 미국, 일본 등이 같이 경쟁을 하고 있다. 2013년 <라바>와 <뽀로로>가 인도네시아 공중파 TV에서 방영하면서 K-애니메이션 진출의 물꼬를 튼 이래 <타요>, <안녕 자두야>, <로보카 폴리>, <콩순이>, <또봇>, <미니특공대>, <고고 다이노>, <슈퍼윙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프랜쥬>, <시크릿쥬쥬>, <빼꼼>, <몬카트>, <티버스터> 등 수많은 작품들로 범위를 넓히고 있고 한국 애니메이션을 방영하지 않는 인도네시아 지상파 텔레비전을 찾을 수가 없을 정도로 키즈 대상 주요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는 실정이다. 주요 지상파 채널인 《RTV(Rajawali TV)》에서는 조나쯔리나(Zona Ceira)라는 특정 방영 시간대를 만들어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아동 콘텐츠를 방영하면서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만화를 중심으로 편성하여 대표적인 K-애니메이션 시청 채널로 꼽히기도 한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일찌감치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고 있어서 TV에서 상영하여 인지도를 높인 이후에 캐릭터 상품, 머천다이즈, 장난감 등 다양한 2차 부가 상품들이 잘 나와 있는 것도 특징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한국 애니메이션 IP를 활용한 라이브 뮤지컬이나 이벤트 행사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어 주요 도시의 쇼핑몰에서 공연되면서 눈앞에서 만나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주인공으로 포지셔닝을 하고 있어 현지 애니메이션이나 기타 다른 나라의 만화들과 차별성을 보이기도 한다.
<인도네시아 ‘아기 상어’ 뮤지컬 라이브 공연 광고 - 출처 : 수라바야 행사장 뚠중안 플라자몰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tunjunganplazasby)>
한국 애니메이션은 지상파 TV 이외에 다양한 유통 채널을 통해 그 인기를 확산시키고 더 충성도가 높은 팬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점도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인터넷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는 곳에서는 OTT나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에 맞추어 영상물을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재 <런닝맨(애니메이션)>, <브레드 이발소>, <신비아파트>, <로봇트레인>, <라바 아일랜드>, <또봇V> 시리즈가 인도네시아어 더빙이 완료되어 있고 지속적으로 한국 애니메이션들이 추가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튜브에서는 <타요>, <뽀로로>, <핑크퐁>, <로보카 폴리>, <또봇>, <몬카트>, <레인보우 루비> 등이 인도네시아어로 구성한 별도의 공식 계정을 개설하고 TV보다 더 많은 에피소드들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어서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새로운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꼬마버스 타요>의 인도네시아 채널 ‘타요 버스 끄찔(Tayo Bus Kecil)’은 한국 채널 구독자 숫자인 237만 명을 훨씬 뛰어넘는 731만 명의 구독자로 확보하고 있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인도네시아 애니메이션산업협회 간 MOU 체결(좌), 한국 P&E-인니 Hidayah Insan간 MOU 체결(우) - 출처 : 통신원 촬영>
인도네시아는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면서 중산층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14세 미만의 어린이 인구가 전체의 25.8%(2021년 기준)인 7,000만 명에 이르고 있어 앞으로 애니메이션의 소비가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이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인도네시아를 주요 소비 시장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또 한 편에서는 현지 스튜디오와 함께 애니메이션 작업 아웃소싱을 통해 공동제작을 진행하는 경우도 갈수록 늘어가고 있어 양국간의 활발한 교류는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교류들은 팬데믹으로 국가간 이동이 어려운 와중에도 많은 결실을 맺으면서 비대면 화상 수출 상담회 개최, 양국 애니메이션 협회 간 MOU 체결, 신규 애니메이션 진출 등 현재 진행형인 모습이다. K-애니메이션은 한류 콘텐츠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성인이 된 이후에 다른 한류 콘텐츠로 확산을 위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고 한국문화를 가장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는 한류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정서를 포함한 K-애니메이션이 인도네시아에서 더 큰 모습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다음 세대 한류 확산을 위한 새로운 창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성명 : 신진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인도네시아/자카르타 통신원] 약력 : 현) 인도네시아 온라인 게임 퍼블리셔 근무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