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의 해가 저물고 2022년 임인년의 해가 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로 지구촌이 떠들썩하다. 급증하고 있는 확진자의 수자 때문이다. 외출하는 것이 꺼려지고 조심스러워지는 것은 호주 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 무엇을 하며 지낼 것인가는 모든 사람이 해결해야 할 난제가 되었다. 하루 종일 침대 위에서 지낼 수도 없고 독서만을 할 수도 없다. 일상에서 즐거움을 얻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오징어 게임' 포스터 – 출처 : 넷플릭스(www.netflix.com)>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많은 이들이 드라마나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시대의 흐름에 맞춰 넷플릭스(Netflix)를 비롯한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오징어게임(Squid Game)>은 이곳에서도 보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호주 언론이나 교육계에서는 아이들이 집에서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게임들을 친구와 함께 즐기고 있다며 우려의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호주에서도 <오징어 게임>은 MA15+(Mature Accompanied 15+)로 15세 이상만 관람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부모의 계정을 사용해서 아이들이 볼 수 있으니, 부모들에게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 시청을 하지 못하도록 특별히 주의를 당부한 것이다. 전 세계의 어른들에게 화제가 된 <오징어 게임>을 시청하지 못하는 연령대의 어린이들에게 호주 《ABC ME》 채널이 12월 초 반가운 시리즈물을 준비했다. 제목은 <본 투 스파이(Born to Spy)>로, 제목에서 액션 및 어드벤쳐 장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드라마의 주인공으로는 두 명의 한국계 배우, 임바다(Ocean Lim, 박민 역)와 김한나(Hannah Kim, 박유나 역)가 캐스팅되었다. 호주 TV 시리즈에서 아시안계 특히 한국계가 주인공에 캐스팅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역사적인 시점인 것이다. 시리즈 크리에이터는 저스틴 플린(Justine Flynn), 프로듀싱은 나오미 저스트(Naomi Just), 앤지 필더(Angie Fielder), 폴리 스테인포드(Polly Steinford)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 시리즈물은 호주의 영상산업지원기관 스크린 오스트레일리아(Screen Australia)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다. 영상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펴고 있는 호주 정부의 기조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남매 역할로 나오는 한국계 김한나(좌), 임바다(우) 배우 – 출처 : smh.com.au, 호주 ABC 방송사>
남매 역할의 박민(임바다)과 박유나(김한나)는 현재 새로운 재미를 찾아 헤매는 중이다. 부모님이 자신들에게 편지를 남기고 갑작스럽게 잠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남매는 자신의 부모가 국제 스파이로 활동하고 있으며, 뭔가 석연치 않은 상황에서 종적을 감췄다는 사실을 찾아낸다. 총 10회차로 제작된 이 드라마를 마침 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집에서 즐기고 있다. 시리즈 제1화는 12월 10일, 《ABC ME》 채널에서 오후 5시에 방영되었으며, 매일 1화씩 10일에 걸쳐 공개되었다. 1화에서는 한식당에서 가족이 식사하는 장면에서는 “나중에 부모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대사를 아들 민이가 하는데, 다음 날 아침 실제로 부모가 사라졌다. 그리고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아침상이 차려져 있어, 민은 의구심에 찬 눈초리로 현 상황을 이해하고자 한다. 민과 유나 남매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행방이 묘연해진 부모에 대한 단서를 하나씩 찾아내기 시작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부모가 스파이로서 실행해야 할 사안이 적힌 리스트(to do list)를 발견하고, 리스트를 근거로 하나씩 의구심을 풀어나간다. 지난 1월 1일에는 2022년 새해특집으로 해당 채널에서 1회부터 10회까지 순차적을 재방영되어, 많은 어린이에게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한국-호주 드라마 시리즈 '본 투 스파이' 관련 현지 일간지 시드니 모닝헤럴드지의 기사 – 출처 :smh.com.au
지금까지 호주공영방송에 한국계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시리즈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영화, 한국드라마 그리고 케이팝 등 한국의 대중문화가 높은 관심을 받는 가운데, 이번에 제작된 어린이용 드라마 <본 투 스파이>의 제작 및 방영은 그야말로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 <본 투 스파이> 시리즈를 제작하고, 책임 프로듀서를 맡은 저스틴 플린은 《시드니모닝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은 대단하다. 그런데 대단한 드라마적 특성은 성인에 한해서라고 할 수 있으며, <오징어 게임>은 15세 이상 관람가로 나이 제한이 설정되어 있어, 어린이들에게는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제작자인 그녀 자신 역시 “20여 년 동안 한국의 콘텐츠들을 보면서 영감을 얻어왔으며, 한국문화는 호러(horror)가 유명하지만, 애니메이션 분야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라고 덧붙였다. 플린 씨는 “아이들이 한국의 쇼에 열광하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의 나이에 알맞은 시리즈물을 <오징어 게임>처럼 즐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본 투 스파이> 시리즈를 만드는데, 창의적인 부분과 문화적인 부분에 도움을 준 영화감독으로 전 호주한국영화제 예술감독인 데이비드 박(박동석)은 “호러물에 아이들이 매료되는 이유는 아이들이 영상에서 마주치는 장면들과 자신들이 살고 있는 현실의 세상에 차이가 있고 그점이 흥미로워 콘텐츠를 소비한다”고 설명했다. <본 투 스파이>를 시작으로 한국문화 관련 콘텐츠들이 제작되어, 현지인들에게 우리 문화가 한 걸음 더 가까이 근접해나가기를 기대한다. ※ 참고자료 《Sydey Morning Herald》 (21. 12. 4.) Kids want to watch Squid Game? Get them onto this Korean-Australian series instead, https://www.smh.com.au/culture/tv-and-radio/korean-australian-tween-adventure-in-born-to-spy-20211126-p59ck3.html
성명 : 김민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호주/시드니 통신원] 약력 : 현) Community Relations Commission NSW 리포터 호주 동아일보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