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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72회 시드니영화제 초청작 <침범>의 김여정, 이정찬 감독

2025-07-09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시드니에는 매년 이맘때 열리는 대표적인 문화 축제가 2건이 있다. 쌀쌀한 겨울의 시드니 도시 전역을 화려한 빛으로 물들이는 비비드 시드니(VIVID Sydney)와 국제 영화 축제인 시드니영화제(Sydney Film Festival)가 그 주인공이다. 비비드 시드니는 서큘러 키, 달링 하버 등 주요 명소에서 빛과 음악의 예술이 어우러지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그 시각 시드니에 있는 모든 이에게 설렘과 감탄의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시드니영화제는 12일간 열리는 호주의 대표적인 영화 축제로 매년 11만 명에서 18만 5,000여 명이 이 찾는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인의 축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2019년 시드니 필름 어워즈를 수상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올해는 한국 영화 <침범(SOMEBODY)>,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WHAT DOES THAT NATURE SAY TO YOU)>, <엄마와 곰(The Mother and the Bear)> 세 편이 초청됐다. 통신원은 2025년 초청작 <침범>의 김여정, 이정찬 감독과의 만남을 통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침범'의 김여정 사진 영화 '침범'의 이정찬 감독

< 영화 '침범'의 김여정, 이정찬 감독 - 출처: 시드니영화제, 감독 제공 >

영화 <침범>이 제72회 시드니영화제에 공식 초청됐습니다. 이번 초청 소식을 들으셨을 때 어떤 감정이 드셨나요?
김여정 감독: 부산국제영화제와 홍해국제영화제를 통해 많은 관객을 만난 경험이 늘 기쁘고 소중했습니다. 호주에 계신 관객분들도 직접 만나 뵐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점이 아쉽네요. 호주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보시고 어떻게 느꼈을지 무척 궁금하네요.
이정찬 감독: 초청 소식에 매우 기뻤고 개인적으로 호주를 두 번 방문한 경험이 있어 더욱 반가웠습니다. 김 감독과 같은 마음으로 많은 관객이 우리 영화를 봐주시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시드니영화제 초청이 감독님들께 어떤 의미가 있나요?
김여정 감독: 개봉을 마치고 이제 막 OTT 서비스로 넘어가는 시기임에도 호주의 영화관에서 다시 상영된다는 소식에 비록 직접 참석하지는 못하지만 아주 기쁘고 설레는 마음입니다.
이정찬 감독: 역사 깊은 시드니영화제에 초청받은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며 이번 기회를 통해 호주에서 정식 개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영화 '침범'의 한 장면- 영은(배우 곽선영)

< 영화 '침범'의 한 장면- 영은(배우 곽선영) - 출처: 시드니영화제, 블루파이어스 스튜디오,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제공 >

영화 <침범>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나 출발점은 무엇이었나요?
김여정 감독: 네 명의 여성이 각자 지키고자 하는 것을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정찬 감독: 김 감독은 반려견과 함께하며 느꼈던 감정에서 출발한 <나의 아이>라는 시나리오를, 저는 기숙사에 숨어든 정체불명의 여성 이야기를 모티프로 쓴 <손톱>이라는 시나리오를 작업하고 있었는데요. 두 인물이 마치 시간차를 둔 동일 인물처럼 느껴져 서로의 이야기를 합쳐보자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저희가 새롭고 강렬한 미스터리 스릴러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컸고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들이 하나로 엮어져 작품 <침범>이 완성됐어요.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나요?
김여정 감독: 각기 다른 형태의 모성을 지닌 인물들이 예기치 못한 사건 앞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관객들이 '모성이란 무엇인가'를 자연스럽게 고민해 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특히 소현과 혜영의 성장 과정을 통해 모성의 다층적인 의미와 인간성에 관한 질문을 담고자 했습니다.
이정찬 감독: 타고난 성향을 지닌 소현이 혜영으로 자라나는 과정을 통해 사회가 쉽게 타자화하는 존재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를 묻고 싶었습니다. 관객들이 혜영에게 감정 이입하며 자신과 사회의 시선을 되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두 분이 공동 연출을 맡으셨는데 연출 과정에서의 협업 방식이나 역할 분담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김여정 감독: 이 영화가 과거와 현재로 나뉜 구조라서 1부는 제가 2부는 이정찬 감독이 맡아 연출을 맡았습니다. 키를 쥔 감독이 배우와의 소통과 현장 연출을 주도했고 다른 감독이 미술 등 제작 전반을 보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정찬 감독: 프리 단계에서 충분히 토론하고 합의한 덕분에 현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역할을 나눌 수 있었고 데뷔작인 만큼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됐어요.

영화 <침범>을 제작하면서 가장 도전적이었던 순간은 언제였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김여정 감독: 영화 <침범>을 연출하기 시작한 순간부터가 곧 도전의 연속이었어요. 이 감독과 제가 오랜 친구이긴 하지만 옴니버스가 아닌 한 편의 영화를 두 명이 함께 연출한다는 것은 저희에게 있어 큰 과제였어요. 각색 단계부터 긴 시간을 함께하며 의견을 조율했습니다. 현장에서 이견이 생기면 스태프나 배우들이 혼란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매 순간 소통에 집중했어요. 작품이 완성된 지금, 그 도전을 잘 극복해냈다고 생각됩니다.

영화 <침범>의 배우 캐스팅 과정은 어땠나요? 캐스팅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점은 무엇이었나요?
김여정 감독: 배우 곽선영 씨는 밝고 귀여운 이미지뿐만 아니라 차갑고 무게감 있는 면이 인상 깊었고, 그 부분이 '영은'이라는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캐스팅하게 됐습니다. '소현' 역의 배우 기소유 씨는 아역임에도 연기력과 태도가 성인 못지않았고, 배우 유리, 이설 씨 역시 작품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질문이 많았던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연기력뿐만 아니라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중요하게 봤습니다.
이정찬 감독: 저는 신선한 조합을 중시했어요. 배우 유리 씨는 스릴러 장르에 대한 애정과 묵직한 에너지가 있었고, 배우 이설 씨는 귀엽고 독특한 매력이 '혜영'이라는 캐릭터와 잘 맞았습니다. 배우 본연의 무늬와 매력이 캐릭터와 잘 어우러지길 바랐고 그렇게 완성된 조합이 관객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꼭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배우가 있으신가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김여정 감독: 토니 콜렛, 염혜란, 조승우, 애드워드 노튼, 야쿠쇼 코지처럼 뛰어난 연기력과 강한 설득력을 가진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습니다.
이정찬 감독: 배우 이병헌과 조승우의 현실적이고 힘 있는 연기 스타일에 매력을 느껴 꼭 함께 작업해 보고 싶어요. 이번에 함께했던 배우 곽선영과도 앞으로 더 깊은 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계획 중인 작품이나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김여정 감독: SF와 느와르 장르의 영화를 준비 중이고, 빠른 시일 내 관객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정찬 감독: 오컬트 장르를 기반으로 한 가족 드라마 시나리오를 완성해 제작을 추진 중이고, 앞으로 시리즈물 작업에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제72회 시드니영화제에 초청된 김여정, 이정찬 감독의 데뷔작 <침범>은 아동복지에 깊은 관심을 가진 현지 관객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 감독이 각기 다른 시나리오를 합쳐 탄생시킨 이 작품은 모성과 성장과정과 기억, 그리고 사회적 시선을 가미시키며 관객들의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앞으로 김여정, 이정찬 감독은 한국 영화계에서 새로운 시각과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는 주목할 만한 인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생각된다. 김여정 감독과 이정찬 감독의 작품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사진출처    
- 시드니영화제, 김여정, 이정찬 감독 제공
- 시드니영화제 , 블루파이어스스튜디오,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제공
   

통신원 정보

성명 : 김민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호주/시드니 통신원]
약력 : CMRC(Community Migrant Resource Centre) 가족 서비스 프로젝트 관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