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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말레이시아국립대학교 외국어번역학과 류승완 교수와의 인터뷰

2022-03-17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외국인들이 크게 늘었다. 이에 2014년 한국관광공사 쿠알라룸푸르 지사에서 세종학당 운영을 시작했고, 2020년에는 한국교육원이 문을 열면서 현지인들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쉽게 공부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한국어를 배우겠다고 나서는 외국인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1980년대만 하더라도 자발적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80년대 중반부터 ‘한국의 성공을 배우자’는 동방정책을 펼치면서 한국어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류승완 교수도 이때 학술진흥재단의 교환교수로 말레이시아 국립대학교에 부임해 1993년부터 한국어교육을 담당하였으며, 세종학당 학당장과 말레이시아 한국인학교 교장을 역임하며 한국어, 한국문화 보급은 물론 재외한국인 자녀 교육에 앞장서왔다. 한국어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만큼 해외 한국어 사업에 대한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통신원은 류승완 교수를 만나 말레이시아 한국어 교육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말레이시아 국립대학교 외국어번역학과 류승완 교수

<말레이시아 국립대학교 외국어번역학과 류승완 교수>


안녕하세요 교수님. 교수님께서는 1990년대 초부터 말레이시아 국립대학교(National University of Malaysia: UKM)에 재직하시면서 한국어 보급에 힘써오셨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2000년대 드라마를 주축으로 한 한류 열풍이 있기 전인 1990년대에는 한국어 학습 수요가 지금과 달랐으리라 생각됩니다. 지난 30여 년 간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요즘에는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말레이시아인들이 상당히 늘었지만, 1990년대 초반에는 그 수가 아주 적었습니다. 1980년대 모하마드 마하티르 전 총리가 시행한 동방정책으로 말레이시아 공무원과 대학생, 엔지니어들이 한국에서 유학하며 한국어와 문화를 배웠습니다. 이에 말레이시아 정부도 대학에 한국어 과정을 개설하기 시작했습니다. 말라야대학과 말레이시아국립대학이 처음으로 한국어 과정을 개설했고, 학술진흥재단은 현지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교수와 교사를 파견했습니다. 그렇게 저도 1993년 말레이시아 국립대학교에 처음 오게 됐습니다.

마하티르 총리가 한국국빈방문후, 말레이시아 국립대학교에서 개최한 국제 심포지움에 개회사 후
질문자로 선발된 류승완 교수와 대담 후 촬영한 기념사진

<마하티르 총리가 한국국빈방문후, 말레이시아 국립대학교에서 개최한 국제 심포지움에 개회사 후 질문자로 선발된 류승완 교수와 대담 후 촬영한 기념사진>


1990년대까지만해도한국어 수강생이 한 학기에 15명에서 20명에 불과했던 반면 일본어 강좌는 인기가 많았습니다. 당시에는 외국어를 수강하려면 교수실이나 강사실에 가서 서명을 받아야 했는데, 일본어를 수강하기 위해 새벽부터 늘어선 줄은 100m가 넘게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일종의 경쟁심이랄까요? 한국어 수업을 인기 강좌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강사를 초빙하고 한국어 프로그램을 학생 중심으로 개편하는 등 정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한국어 강좌는 이후 외국어 강좌 가운데 가장 많은 수강생과 인기있는 외국어로 우뚝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년 전 20명에 불과했던 한국어 수강생이 지금은 매학기마다 최소 200명이 등록 수강하고 있으며 수강 대기 인원도 많아졌습니다. 한국어 수강을 원하는 학생들을 모두 받으려면 한 학기만 해도 500명, 600명을 대상으로 수업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수강생 숫자가 너무 많아서 생기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학생수를 150명에서 200명으로 제한해 수업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에는 소수의 대학만이 한국어 강좌를 제공한 반면, 이제는 한국어 수강생이 크게 늘어 한국어 강좌를 개설하는 여러 국립 및 사립대학교의 숫자도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주말레이시아 한국대사관이 2006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한국어 말하기대회를 말레이시아국립대학교(세종학당)와 말라야대학교(한국-말레이시아 연구소)가 2017년부터  공동 개최하고 있다.위 사진은 2021년 대면, 비대면 두개의 방식으로 열린 제16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 당시 모습이다

<주말레이시아 한국대사관이 2006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한국어 말하기대회를 말레이시아국립대학교(세종학당)와 말라야대학교(한국-말레이시아 연구소)가 2017년부터 공동 개최하고 있다. 위 사진은 2021년 대면, 비대면 두개의 방식으로 열린 제16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 당시 모습이다>


세종학당에 학당장으로 부임하시면서 한국어 교육과 홍보를 위해 힘쓰고 계십니다.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들에게 세종학당은 어떤 역할과 의미를 갖는지 궁금합니다.
세종학당은 한국어만이 아니라 한국 역사, 정치, 경제 등 모든 방면을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종학당이 설립되어 좋은 점은 현지에서 할 수 있는 문화활동과 대외활동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입니다. 세종학당재단이 한국어 및 문화관련 교재, 자료를 지원해주고 강좌를 위한 교원지원금 그리고 문화강좌활동을 지원하면서 끄다주의 말레이시아 북부대학, 사라왁의 말레이시아 사라왁 대학 등 비수도권 국립 대학들을 대상으로 한국문화특강을 개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세종학당이 없었을 때는 꿈도 못 꿨던 일이죠. 세종학당이 생기면서 대학 이외에 정부기관 등 많은 곳에도 한국 문화 강좌를 열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해부터 말레이시아 국제통상산업부(MITI)에 한국어 교원을 파견해 한국어 수업을 개최하고 있고, 한국관광공사에서는 현지인을 대상으로 문화 체험 키트, 한국음식 만들기 등의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말레이시아 국립대학교 방이세종학당에서는 2018년부터 말레이시아 공립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캠프를 개최하고 있다.
2021년에는 온라인으로 한국어 캠프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말레이시아 국립대학교 방이세종학당에서는 2018년부터 말레이시아 공립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캠프를 개최하고 있다. 2021년에는 온라인으로 한국어 캠프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의 수요가 드라마나 케이팝을 즐기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한국과 관련한 취업 욕구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베트남 등 인접 국가의 경우 한국어능력시험(TOPIK, 토픽)을 응시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는데, 말레이시아는 어떠한가요?
말레이시아에서 토픽이 처음 실시된 것은 시험 제도가 잘 알려지지 않던 2005년입니다. 당시 한국의 국립국제교육원에서 시험 응시료 30링깃(약 8,000원)을 지원했고, 시험 분위기도 시험 후 점심을 마련해서 응시자들과 함께 시험후 같이 먹는 등 가족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2021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제78회 토픽 응시자는 약 800명이었습니다. 주로 취업을 목적으로 시험을 접수하는 다른 주변 국가와는 달리, 말레이시아 응시자는 순수하게 한국어를 좋아하고 관심이 있어 자기 실력을 검증하고자 시험을 접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말레이시아 토픽 시험장에서 발생한 부정행위는 거의 없었습니다.

현지인만이 아니라 말레이시아 내 한인 사이에서도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입니다. 1974년 12월 개교한 말레이시아 한국인학교는 한인 차세대들이 한국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한국인학교가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말레이시아 한국인학교는 한국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 그리고 말레이시아 정부 산하의 비영리단체로 정식 등록돼 있습니다. 한글만 가르치는 한글학교와 달리 한국인학교는 한국어 외에도 국어, 영어, 수학, 사회, 음악 등 정규 교과목을 가르치는 곳입니다. 한국어 못지않게 국사와 사회, 문화교육에 힘쓰고 있으며, 한국을 올바로 알릴 수 있는 효율적인 교육방법에 대해서도 늘 연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방학을 맞아 한국의 할아버지 댁을 찾은 한 아이들 가운데 서울은 알지만 전라도, 경상도 등 다른 지역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한국의 지리와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사회과목을 신설했습니다.

한국인학교는 아이들이 끈끈하게 교류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에도 신경을 씁니다. 국제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주말에 한국인학교를 찾는 이유도 주변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한국친구를 사귀고 함께 뛰어 놀면서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인들만이 아니라 현지인들과의 교류도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2018년에는 한국인학교가 마련한 ‘설날 큰잔치’에 말레이시아 외교부 차관과 1,000여 명의 교민, 현지인 등을 초청해 서로 함께 즐기고 알아가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재작년에는 한인학교 개교 45주년을 맞아 모하마드 마하티르 전 총리가 축하서한을 보내주었고 말레이시아 장관 등 내외빈이 참석하여 한인학교 개교 45주년을 함께 축하해주기로 확정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코로나19로 무한 연기되면서 한국 문화 축제를 열지 못하고 있으나, 앞으로도 말레이시아와 한국의 교류를 계속해서 강화해 나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어 교육의 방향과 미래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과거에는 한국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들이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정부와 한국대학교들이 교원양성과정을 개발하고 활성화시키면서 자격있는 한국어 교원 숫자도 많이 늘어났고 급증하는 한국어 수강자의 요구에 잘 부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한국 교육부나 문체부도 교육원이나 문화원, 세종학당과 같은 교육기관을 설립하여, 교재 개발 및 보급 등 전세계에서의 한국어 교육 확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은 한국어, 한국문화 등의 미래를 위해 아주 바람직한 정책의 시행이라고 판단됩니다.

최근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설학원도 많아지면서 현지에서 한국어를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과열되는 문제를 목도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만큼, 금전적인 보상 그 이상의 가치를 중시하고 한국어를 알리면 좋겠습니다. 또한 한국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학생들을 친구나 가족처럼 대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금껏 잘해온 것처럼, 연대와 상생 정신을 갖고 양국 협력에 앞장서는 사람들이 있기에 미래가 밝아 보입니다.

통신원 정보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