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언론분석] 홍상수 〈인트로덕션〉, 스위스 개봉 시작

2022-03-21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한류의 물결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고 그 범주 역시 점점 다양하게 확장되어 가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권을 중심으로 시작한 한류의 물결이 자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콧대 높기로 유명한 그래서 타문화에 대해 보수적인 유럽땅에 자리를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특히 스위스의 경우, 2000년대 초반 쉬리, 여고괴담, JSA 공동경비구역,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 빈집 등이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스위스 문화 시장에 서서히 진입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세계적인 트렌드에 별로 민감하지 않는 스위스인들에게도 케이팝, 한국드라마의 경우 젊은층을 중심으로 상당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고 한국 영화의 경우 세대를 불문하고 그 인지도와 호평의 정도는 어느 유럽 국가와 비교해 볼 때 밀리지 않을 것이다. 이는 해마다 각종 페스티발에서 꾸준히 새로운 한국 영화와 감독들을 소개하고 있고 주변국인 프랑스, 독일의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 영화의 스위스 극장 개봉은 쉽지 않다. 대부분이 주변국의 영화배급사로 들어와 잠시 지나가는 형태로 주변국에 비해 스위스 개봉은 항상 한 걸음 늦다.

홍상수 감독의 첫 번째 스위스 극장 개봉작 ‘인트로덕션’ – 출처 : Sister Distribution 제공

<홍상수 감독의 첫 번째 스위스 극장 개봉작 ‘인트로덕션’ – 출처 : Sister Distribution 제공>


올해2월 홍상수 감독의 <인트로덕션>이 제네바에 위치한 씨스터 영화배급사(Sister Distribution)를 통해 극장에서 개봉했다. 그의 작품 중 스위스 극장 개봉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 이후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은 제네바블랙무비영화제(Black Movie Festival), 뉘샤텔국제판테스틱영화제(NIFF), 취리히영화제(ZFF), 프리부르국제영화제(FIFF), 로카르노국제영화제(Locarno Film Festival) 등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어 스위스 영화 시장에서 그에 대한 인지도는 단연코 믿어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그의 영화가 극장 개봉까지는 오랜 시간의 기다림이 있었다. 다음은 스위스 불어권 라디오 방송 《라디오 보스토크(Radio Vostok)》에 출연한 씨스터 영화배급사 아벨 다부와이엔 (Abel Davoine) 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사실 스위스는 작은 영토와 인구수에 비해 다양한 언어 사용 국가로 언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는 문화 시장 규모가 작고 복잡해 상업성에 있어 어려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번 <인트로덕션>의 경우, 이런 이유로 오스트리아의 ‘필름가르텐 영화사(Filmgarten Distribution)’와 함께 결속했다. 사실 2005년 그의 작품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로 2주 정도에 걸쳐 스위스 극장에 보급하기도 했었다.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은 비슷하면서도 다른듯한 느낌을 주는데 얼마 전부터 그의 작품에 조금씩 변화가 보이고 있다. 특히 <인트로덕션>에 많은 변화가 있음을 느꼈다.

영화 <인트로덕션>은 2월 중순부터 제네바 개봉을 시작으로 스위스 불어권 지역 이후 독일어권 그리고 오스트리아 지역으로 전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홍상수 감독의 첫 번째 스위스 극장 개봉작 ‘인트로덕션’ – 출처 : Sister Distribution 제공

<홍상수 감독의 첫 번째 스위스 극장 개봉작 ‘인트로덕션’ – 출처 : Sister Distribution 제공>


홍상수 감독에 대해 영화평론가 마튜뢰뵈르(Mathieu Loewer)도 스위스 불어권 신문 《르 꾸리에( Le Courrier)》에서 다음과 같이 평하고 있다.

홍상수, 그는 작품을 구성하는 영화의 가치보다 더한 가치를 지닌 불변의 형식과 집착을 기르는 예술가 중의 한 사람이다. 그의 영화들은 한국 최고의 영화감독으로 알려진 봉준호, 박찬욱 감독의 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형식으로 펼쳐진다. 그는 그에게 속하는 미니멀한 문법을 세련되게 다듬어 영화에 표현하고 있다. 간결하면서도 불완전한(Laconique et lacunaire) 나레이션은 대화가 행동을 대신하고 선험적으로 무해한 긴 장면들을 요약해서 이끄는 상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의 작품들은 휴먼 코미디처럼 유백색의 흑백으로 뒤덮여 단조적이면서도 우울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그의 영화에서는 술이 혀를 풀어주지 않을 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유난히 담배를 많이 피는 것을 볼 수 있다. 영화 <인트로덕션> 역시 예외는 아니다. 60분이 조금 넘는 분량은 세가지 에피소드로 펼쳐진다. 수줍으면서도 우유부단한 청년 영호에게 나이든 배우는 “뭐가 됐건 남자가 여자를 안는 건 다 사랑이고 좋고 아름다운 것”이라며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기도 한다. 영화 포스터는 무언가를 설명하기라도 하듯 커플은 얽혀있지만 세상에서 혼자임을 암시하고 있다.

사실 홍상수 감독은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에서는 개인의 사생활로 인해 오랫동안 논란을 빚고 있어 그의 작품성에 대한 관심은 다소 가려진 듯하다. 반면 현지 평론가들의 비평들을 살펴보면 그의 작품성의 변화, 독특한 촬영기법, 그가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있는 메세지들에 대해 초점이 모아지고 있으며 해마다 또 다른 모습으로 새로운 작품들을 가지고 유럽의 크고 작은 영화제에서 선보이고 있는 그의 예술적 창작성에 대해 극찬이 끊이지 않는다.

※ 참고자료
《Radio Vostok》 (22. 2. 14.) LE CINÉMA DE HONG SANG SOO DISCRET EN SALLES, https://radiovostok.ch/le-cinema-de-hong-sang-soo-discret-en-salles
《Le Courrier》 (22. 2. 10.) Hong Sang-soo en salle, https://lecourrier.ch/2022/02/10/hong-sang-soo-en-salle
씨스터 영화배급사 <인트로덕션> 소개 자료 

통신원 정보

성명 :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위스/프리부르 통신원]
약력 : 현) EBS 스위스 글로벌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