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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분석] 스위스 새로운 영화법 「렉스 넷플릭스」와 언론의 한류 콘텐츠 조명

2022-03-30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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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시작된 코로나19의 여파로 외부 활동이 제한된 상황은 스위스인들의 문화 생활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2021년 8월 말에 발표된 디지모니터(Digimonitor) 집계에 따르면 스위스에서 넷플릭스(42%)와 더불어 플레이 스위스(10.2%), 디즈니 플러스(9.7%), 애플 TV(4.8%), 아마존(4.5%) 등 OTT(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사용자가 부쩍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넷플릭스의 경우 코로나 이후 1년 만에 50만 명이 넘는 신규 사용자를 보유하게 되었고, 현재 넷플릭스 이용자만 280만 명이 넘는다고 발표했다.

한편, 지난 1월 넷플릭스는 10% 요금 인상을 발표하여 현재 표준 요금의 경우 월 18.90프랑(약 24,600원), 연간 226.80프랑(약 29만원)에 달하고 있다. 미국(연간 176.40프랑, 약 23만원),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163.20프랑, 약 21만원), 노르웨이(130.80프랑, 약 17만원)과 비교해 볼 때 현저히 높은 금액이다. 반면 스위스 영화의 경우 넷플릭스에서의 공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미약한 상황이며 스위스인들 조차도 구태여 찾아서 보려 하지 않는다고 언론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스위스 독일어 공영 방송 SRF에서 제작한 7개 드라마, 넷플릭스 공개 – 출처 : SRG 제공

<스위스 독일어 공영 방송 SRF에서 제작한 7개 드라마, 넷플릭스 공개 – 출처 : SRG 제공>


지난 2021년 9월 스위스 정부는 스트리밍 기업자들을 상대로 향후 스위스 수익금의 4%를 스위스 영화 제작 산업에 투자하라는 골자의 제안을 했다. 이 제안은 이번 5월 15일 새로운 영화법인 「렉스 넷플릭스(Lex Netflix)」이라 명명되며 국민 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이번 사안은 스트리밍 플랫폼 및 스위스에 광고 창구가 있는 외국 방송국 모두를 포함한다. 수익금의 4% 면 1,800만 프랑으로, 한화 24억원 상당이다. 이는 스위스 영화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크나큰 희소식이며 더불어 스위스 영화 산업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까지 스위스 영화 산업에 대한 투자는 정부, 칸톤(지방), 그리고 공영방송국 《SRF(Schweizer Radio und Fernsehen)》 단 세 군데의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기에 그 규모가 상당히 미약한 것은 사실이다. 대중에게는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스위스 영화인들은 적은 투자액에도 불구하고 다큐멘터리, 해외 영화사와의 공동 작업으로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열렸던 제72회 베를린영화제 국제 경쟁 부문에 스위스, 프랑스, 벨기에 합작품인 영화 La ligne (The Line)과 스위스와 독일 합작품인 Drii Winter(A Piece of Sky)가 진출했다. 영화 Unruhe(Unrest)의 제작자인 스위스 감독 시릴 쇼이블린(Cyril Schäublins) 씨는 인카운터 경쟁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대중들에게 스위스 영화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이번 5월에 예정된 국민투표에 기대를 걸어 볼 만 하다.

제72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인카운터 경쟁부문 감독상 수상 스위스 감독 시릴 쇼이블린의 영화 '불안(Unruhe)' – 출처 : SRG 제공

<제72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인카운터 경쟁부문 감독상 수상 스위스 감독 시릴 쇼이블린의 영화 '불안(Unruhe)' – 출처 : SRG 제공>


사실 스위스의 경우 한국 영화에 대한 인지도는 상당하나 드라마에 대한 인지도는 청소년들과 젊은 층들을 위주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미디어 매체가 한국 드라마에 대해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9년, 현빈과 손예진 주연의 <사랑의 불시착>이 스위스 베르너 오버랜드(Berner Oberland)를 중심으로 촬영을 하면서이다. 드라마 소개와 함께 촬영지를 소개하면서 여행 추천 장소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어 <이태원 클래스>가 스위스 청년 사이에 인기를 얻고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 역시 부쩍 증가했다. 무엇보다도 작년 가을, 전 세계적 돌풍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은 그 정점을 찍으면서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지난 1월 넷플릭스 코리아가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발표와 함께 한국 콘텐츠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쏟아지면서 스위스 언론들 역시 한국 문화산업에 대한 분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스위스 베른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촬영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 출처 : 베르너 자이퉁 제공, TVN/Netflix

<스위스 베른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촬영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 출처 : 베르너 자이퉁 제공, TVN/Netflix>


다음은 지난 3월 초 스위스 독일어 공영방송 《SRF》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대해 세계인들이 열광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2019년 오스카 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이어 코로나로 침체된 2021년, 넷플릭스의 폭넓은 보급과 함께 전 세계를 열광시켰던 <오징어 게임>, 그리고 올 1월 또 다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좀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스위스 대중들의 기대와 인기의 정도는 점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은 현재 세계적 문화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1997년 동아시아 경제가 흔들리던 무렵 한국 정부는 문화산업 수출을 강하게 장려하고 나섰다. 이는 경제 활성 이외에도 세계에 자국의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키고자 함이기도 했다. 수십년 간 한국의 영화 사업은 정부의 보호와 장려 속에 국제적 성공을 준비했고 법적으로도 한국 영화관은 1년에 적어도 두 달 정도는 국내 영화를 상영해야 하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베른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촬영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 출처 : 베르너 자이퉁 제공, TVN/Netflix

<스위스 베른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촬영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 출처 : 베르너 자이퉁 제공, TVN/Netflix>


《SRF》의 영화 편집자 에노 라인(Enno Reins) 씨도 “케이팝과 로맨스 드라마가 이웃 아시아권 국가에 자리를 잡았다면 유럽에서는 괴물, 좀비가 등장하는 공포 장르물이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아시아를 넘어 지역적 확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어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폭력성, 코미디, 긴장감, 감동 등 여러 감정들이 교차하는 미묘한 결합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여러 가지 장르의 복합성에 거리낌이 없다. 모두가 보고 싶어하지 않는 현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공감을 얻어내기도 한다. 따돌림, 사회적 제약 및 부의 불평등의 문제 등 한국 사회에 대한 따가운 사회적 비판은 종종 잔인하기까지 하다”며 콘텐츠 내적 요소에 대해서도 조명했다.

마지막으로 에노 라인은 “한국 콘텐츠는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세계적 이슈에도 시선을 돌리고 있으며 정교한 반전, 강렬한 연기, 폭력적인 장면 등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영화와 시리즈들의 탄생을 보장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며 글로벌 콘텐츠로서의 면모에 대해서도 집중했다.

※ 참고자료
《SRF》 (22. 3. 2.) Warum Südkorea Serien-Hits am Laufmeter produziert, https://www.srf.ch/kultur/film-serien/koreanische-filme-und-serien-warum-suedkorea-serien-hits-am-laufmeter-produziert
《SRG Insider》 (22. 2. 8.) 7 SRF-Produktionen, die es auf Netflix geschafft haben, https://www.srginsider.ch/service-public/2022/02/08/srf-produktionen-auf-netflix/
《CASH》 (22. 3. 8.) Bundesrat Alain Berset präsentiert Argumente für "Lex Netflix", https://www.cash.ch/news/politik/bundesrat-alain-berset-praesentiert-argumente-fuer-lex-netflix-1922978

통신원 정보

성명 :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위스/프리부르 통신원]
약력  : 현) EBS 스위스 글로벌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