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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타헤나국제영화제 개막과 〈혼자 사는 사람들〉 상영

2022-03-31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제61회 카르타헤나국제영화제(Festival Internacional de Cine de Cartagena de Indias, FICCI)가 막을 내렸다. 본 영화제는 1960년에 시작되었으며, 라틴아메리카의 영화제 중 가장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콜롬비아 현지 시간으로 지난 16일 오후 7시 30분 아돌포 메히아 극장(Teatro Adolfo Mejía, TAM)에서 콜롬비아 영화인 La Roya로 문을 열었으며, 21일까지 총 6일 동안 진행되었다. 지난 2월 16일에 있었던 FICCI 공식 기자 회견에 의하면 올해는 38개국에서 온 154편의 영화가 관객들을 만났다.
 

아돌포 메히아 극장 외관(좌)과 제작자와의 대화 행사(우)

<아돌포 메히아 극장 외관(좌)과 제작자와의 대화 행사(우)>


축제 기간 동안 각 영화는 평균 두 번 상영되었고, 극장과 카르타헤나 구시가지 거리, 극장 등 카르타헤나 중심지 여러 곳에서 상영되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 산업 관계자들의 네트워킹을 위한 세미나, 영화 제작자와의 대화 등 풍성한 행사가 같이 진행되었다. 축제 기간 동안 개막식과 폐막식, 인디아 카탈레나 수상식을 제외한 모든 영화 관람은 무료로 대중에게 개방되었고, 미리 홈페이지를 통해 등록한 사람들에게는 우선적으로 상영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다.

구도심에 위치한 야외 상영장

<구도심에 위치한 야외 상영장>


다만, 코로나로 인해 이전과는 달리 미리 등록한 사람들이어도 하루에 두 편까지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제한되었다. 또한, 실내 극장에서 진행되는 경우 영화 상영 내내 마스크 착용은 필수였고, 백신 접종 카드 혹은 백신 접종자에게 팔찌를 제공하여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했다. 현재 콜롬비아는 야외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고 덥고 습한 카르타헤나의 날씨 때문에 거리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홍승은 감독의 ‘혼자 사는 사람들’ 상영관 입구

<홍승은 감독의 ‘혼자 사는 사람들’ 상영관 입구>


이번 영화제에는 홍승은 감독의 2021년 작품 <혼자 사는 사람들(aloners)>이 픽션 부분에 출품되어 3월 17일 목요일 오후 2시와 20일 일요일 오후 9시 카르타헤나 보카 그란데 몰에 위치한 시네 콜롬비아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콜센터 직원으로 일하는 진아(공승연 분)의 일상을 통해 고독하면서도 타인에게 무관심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린 영화로 한국어로 상영되었고, 스페인어권 영화제인 만큼 영어와 스페인어 자막이 동시에 제공되었다.

통신원은 두 번의 상영 중 1회차 상영분을 관람하러 갔는데, 1회 차 관람의 경우 130석의 좌석이 가득 차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총 90여 분의 상영 시간 동안 몇 번씩 관객들의 웃음이 터졌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관객석에서 박수가 이어졌다. 영화가 끝난 후 대다수 관객들이 “대단하다(Excelente)”, “아주 색다르다 (Muy diferente)” 등 긍정적인 평을 나누며 상영관을 떠났다. 2회차 관람의 경우 일요일 밤이라 다소 상영 시간이 안 좋다고 느낄 수 있지만, 지난 21일이 공휴일이었던 걸 고려하면 시간 배정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느껴졌다.

영화에 대한 의견을 공유해준 다니엘 씨

<영화에 대한 의견을 공유해준 다니엘 씨>


영화가 끝난 후, 옆좌석에 앉았던 다니엘 씨와 영화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는 카메라 감독이면서 사진작가입니다.”라며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한 다니엘 씨는 영화를 고른 이유로 “저는 한국 영화에 관심이 많은데, 이 영화의 제목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또, 저도 혼자 살고 있어서 더 시선이 가기도 했고요.”라고 대답하며 “개인적으로도 이런 잔잔한 영화를 좋아해요. 그래서 좋았고, 잘 만든 영화라고 느꼈어요.”라고 부연했다. 기억에 나는 장면을 묻자 카메라 감독답게 영화 속 독특한 카메라 앵글이 사용된 장면을 꼽았고, 회사에서 흔히 말하는 “진상 고객들과 통화하는 장면을 인상적이었다”라고 대답했다. 콜센터에 고객으로 전화해 본 적은 있지만, 콜센터 직원으로 전화를 받아본 적은 없기 때문에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을 한 문구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표현하고 싶냐는 질문에 잠시 고민 후, 영화를 통해 자신의 이런저런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며 “내면으로의 여행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커피숍에서 만난 후안 씨와 릴리아나 씨

<커피숍에서 만난 후안 씨와 릴리아나 씨>


다니엘 씨와 대화를 나누고 커피숍에서 다음 영화를 기다리는 데 옆 테이블의 커플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나 <혼자 사는 사람들>을 보고 나왔나 싶어서 말을 걸어보았는데, 후안 씨와 릴리아나 씨는 “아쉽게도 못 봤어요. 이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 보였어요, 그런데 영화를 관람하지 못해서 아쉬워요.”라며 “제가 이번 영화제에서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 중 1위였어요. 지금은 다른 영화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에요.”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두 분은 메데인에 살고 있지만 FICCI에는 2016년 이후 계속 오고 있다며 “여기에서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2016년 이후로 매해 영화제에 오고 있어요.” 라며 한국, 중국,일본 등 아시아 영화를 좋아한다고 첨언했다. 특히 좋아하는 한국 감독이나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냐는 물음에 “홍상수의 영화나 이창동, 봉준호의 영화도 좋아해요. <기생충> 영화 중 김기택(송강호)이 박동익(이선균)의 차를 운전할 때 박동인이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하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난다”며 빈부 격차를 보여주는 매우 강렬한 장면이었다고 밝혔다.

영화와 관련된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영화제 특성상 한국 영화가 콜롬비아 대중들에게 사랑받는다고 해석하기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카르타헤나 국제영화제에 이번 <혼자 사는 사람들>을 비롯, 김기덕 감독이 특별 초청되거나 홍상수 감독의 <강변 호텔>과 <그 후> 등 한국 영화가 꾸준히 노출되는 건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한국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영화가 콜롬비아에 꾸준히 소개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최민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콜롬비아/메데인 통신원]
약력 : 현) EBS 글로벌 리포터 (콜롬비아, 메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