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에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7월 7일 방영을 시작한 <이태원 클라쓰>의 일본 리메이크 작품 <롯본기 클라쓰>의 첫 시청률은 9.8%로 기대보다 다소 아쉬운 출발을 했다. TV아사히 목요일 밤 드라마 <롯본기 클라쓰>는 배경인 서울의 '이태원'을 도쿄의 '롯본기'로 대체했으며, 주연은 일본 인기 배우인 타케우치 료마가, 외식업계 사장 역할은 카가와 테루유키가 맡았다. TV아사히는 시청자 층을 끌어올리기 위해 거액의 예산을 투자했으나, 한 자릿수 시청률로 인해 촬영 현장 분위기는 매우 우울했다는 후문이다. TV아사히의 목요일 저녁 메인 시간 대의 드라마 첫 회는 기본적으로 두 자릿수 시청률로 시작한다. 따라서 올해 최고의 기대작이었던 <롯본기 클라쓰>의 첫 시청률은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다.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다수의 언론은 '사실 방송 업계에서는 <롯본기 클라쓰>의 추락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원작인 <이태원 클라쓰>가 일본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주요 시청자 층이 극단적으로 젊다는 것인데, 아사히TV의 주요 시청자 층은 50대 이상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복수극인 동시에 로맨스를 담은 <롯본기 클라쓰>의 소재는 높은 연령층에게 시선을 끌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일본에서 리메이크 방영된 '롯본기 클라쓰' - 출처: TV아사히>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의 성공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TV아사히에서 리메이크한 한국 드라마 <싸인>은 첫 회 시청률 14.3%로 무난하게 출발했지만,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드라마 <싸인>은 해부의에 의한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됐는데, 일본 내 큰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았다. 반면 <롯본기 클라쓰>는 처음부터 고등학교에서의 왕따 이야기를 다뤘다. 현재 일본에서 왕따는 사회적으로 커다란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한 학생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장면을 시청하는 것 자체가 버거운 시청자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주연 배우 타케우치 료마가 박서준의 헤어 스타일을 그대로 모방해 어색함을 자아냈다. 원래 인기 드라마가 방영하면 예능이나 개그 프로그램에서 주인공을 따라하며 우스꽝스러운 연기를 선보이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신드롬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태원 클라쓰>도 수많은 일본의 예능인들이 박서준의 헤어 스타일을 따라하며 콩트를 했다. 이러한 이유로 시청자들은 타케우치 료마의 헤어 스타일 때문에 연기 시청에 몰입하기 어려웠다는 반응이다. 또 다른 문제점을 꼽자면 원작 그대로를 현지화하는 과정에서 어딘가 모르게 어색해졌다는 점이다. 원작에서는 김동희(장근수 역)가 초조한 마음에 담배를 피우기 위해 병원 밖으로 나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롯본기 클라쓰>에서는 비가 오는 와중에 병원 밖 벤치에 앉아 과자를 먹으면서 기다리는 장면으로 방영됐다. 원작을 본 일본 시청자들은 특히 이 장면에서 '콩트를 하는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롯본기 클라쓰>의 시청자 중에는 <이태원 클라쓰>의 팬이 많기 때문에 방영 직후 원작과 비교하는 글들로 트위터 창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리메이크 드라마를 시청한 후 오히려 원작이 그리워졌다.', '또 다시 <이태원 클라쓰>가 보고 싶어졌다.'는 의견이 SNS을 가득 채우면서, 넷플릭스 상위 10위권 밖에 머물던 <이태원 클라쓰>가 최근 10위권 안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 드라마의 리메이크가 모두 실패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태원 클라쓰>의 리메이크에 관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사회나 문화 차이가 너무 컸다는 생각이다. 일본에는 재벌이라는 개념도 없을뿐더러, 만약 일본의 대기업 창업자나 그의 일가가 이와 같은 행동을 한다면 여론이 들끓을 것이다. 이처럼 한국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일본 시청자들에게 매우 비현실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드라마 <굿닥터> 이후 또 다른 리메이크 작품의 흥행을 기대하던 일본 방송가의 고민이 또 다시 깊어질 듯하다. 사진출처: TV아사히 공식 홈페이지, https://www.tv-asahi.co.jp/
성명 : 박하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일본(오사카)/오사카 통신원] 약력 : 현) 프리랜서 에디터, 한류 콘텐츠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