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생 캄보디아계 감독인 데이비 초우(Davy CHOU)가 연출한 영화 <리턴 투 서울(Return to Seoul)>이 지난 21일 저녁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첫 시사회를 가졌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프랑스문화원에서 열린 이날 시사회는 자크 펠레 프랑스대사와 키우 칸하릿 공보부장관을 비롯한 주요 정계인사들과 현지 영화 팬들, 그리고 유명 배우들과 영화계 종사자들이 다수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제66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대상의 영예을 차지한 <잃어버린 사진(The Missing Picture)>으로 유명한 캄보디아계 프랑스 감독인 리피 판(Rithy Pann) 감독의 뒤를 이어 캄보디아 영화계를 이끌 젊은 감독 데비 초우(38)는 무대 앞에 설치된 포토존 앞에 서서 시사회를 찾아 온 손님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건네며 반갑게 맞이했다. 통신원 역시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르종티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화이트빌딩> 특별 시사회 이후 약 5개월여 만에 다시 만난 그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이날 현지 방송사와 기자들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다만 아쉽게도 이 영화에 출연한 한국 출신 배우들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영화 <리턴 투 서울>은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예술가 박지민과 우리에게 친숙한 연기파 배우 오광록과 김선영 등이 출연해 한국 영화 팬들의 관심마저 끌고 있는 캄보디아 영화이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가 공동 합작했지만 오광록, 김선영 외에 왕년의 유명 배우 허진 등 한국 배우들이 이 영화에 대거 참여했으며 영화 촬영도 대부분 한국에서 마쳤다. 대신 영화 속 대사는 영어와 프랑스어, 한국어가 자유롭게 혼재돼 다국적 영화라는 인상을 남긴다.
<영화 제작에 참여한 영화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 중인 데비 초우 감독 - 출처: 통신원 촬영>
이 영화는 우리들에게는 숨기고 싶은 아픈 상처로 남아 있는 입양아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6·25 전쟁 이후 해외 입양아가 22만 명에 이른다는 실제적 통계까지 친절히 보여주면서 한국 사회가 그동안 애써 눈 돌리고 있었던 슬픈 현실들을 환기시킨다. 하지만 영화는 한국의 해외 입양문제를 소재로 다뤄 온 기존의 영화들과는 확실히 거리를 둔다. 시사회를 앞두고 무대에 오른 데비 초우 감독은 현지 영화 팬들에게 자신이 만든 영화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38살 젊은 나이에 오로지 영화에 대한 열정만으로 가득찬 데비 초우 감독은 피부색은 캄보디아인이지만 프랑스에서 태어난 사람답게 특유의 유머 감각을 과시했다. 자신이 연출한 영화에 대해 진솔하면서도 진지하게 설명하려 애썼고 자신이 추구하는 영화적 가치, 그리고 영화적 세계관에 대해서도 솔직담백하게 털어놓았다. 감독은 덧붙여 자신이 원하는 연기를 위해 박지민 배우와 상당히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늦은 밤까지도 연기와 영화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거꾸로 보면 배우 박지민이 얼마나 이 영화 한 편을 위해 열정과 혼신을 다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아버지 역의 배우 오광록 역시 국내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배우 박지민에 대해 '그녀는 촬영 전부터 프랑스 제작사나 감독과 집중적으로 연기 훈련을 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연기 실력에 놀랐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무대 인사에 나선 데비 초우 감독과 특별 초대손님 자크 펠레 프랑스 대사 - 출처: 통신원 촬영>
감독은 친부모를 찾는 과정을 귀향에 비유한 서정적인 초반부터 자유분방한 젊음의 일탈을 보여주는 중반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영화에서 신중현의 명곡인 <꽃잎>과 <봄비>, <아름다운 강산> 등이 흐르기도 하는데 영화 분위기와 제법 잘 어울린다. 마치 한 편의 한국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데비 초우 감독은 2011년 다큐멘터리 <달콤한 잠>부터 꾸준하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한국에서의 살아있는 체험이 캄보디아 출신 프랑스인 감독의 시선으로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국인의 심리를 또 다른 시각에서 적나라하게 그리게 해준 셈이다. 영화는 토론토영화제 디스커버리,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등에도 공식 초청됐다. 햄튼국제영화제와 아테네국제영화제에서는 수상을 하기도 했다. 이어 내년에 열릴 미국 아카데미까지 초대를 받는 겹경사를 맞았다.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최종 출품작으로 선정된 것이다. 주요 외신들은 내년 초 열리는 제95회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에 영화 <리턴 투 서울>이 캄보디아 대표 출품작으로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 부문에는 국가당 한 편만 출품할 수 있다. 어쩌면 내년 아카데미 영화제에 한국과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2편의 영화가 금년 칸 영화제에서처럼 서로 경쟁하며 한국 배우들이 나란히 무대에 오르는 진풍경이 펼져질지도 모르겠다. 현재 영화 <리턴 투 서울>은 이번 시사회를 마친 직후 캄보디아 현지 극장에서 일제히 개봉해 현지 영화 팬들을 만나는 중이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성명 : 박정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캄보디아/프놈펜 통신원] 약력 : 현) 라이프 플라자 캄보디아 뉴스 매거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