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의 위기는 비단 한국의 문제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직격탄을 맞은 스페인 영화관은 스트리밍 서비스, 비싼 영화 티켓 가격, 숏폼에 익숙해진 젊은 관객들의 외면 등 다양한 이유로 산업의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물론 점진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2023년에는 7,780만 명의 관람객이 영화관을 찾았으며 이는 전년대비 26% 증가한 수치였다. 2022년에는 영화 관객수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기록된 평균 수치에 비해 40% 감소했지만 2023년에는 그 감소폭이 24%로 줄어들어 전년대비 16% 감소했다. 위기설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이 가운데 스페인 문화부는 영화관 관객의 유치와 65세 이상의 사람들이 문화적 다양성에 접근할 권리를 증진하기 위해 2023년부터 영화관에 보조금을 지급해 65세 이상에게 영화 티켓을 2유로(약 3,000원)에 제공하는 '시니어 시네 프로그램(programa Cine Sénior)'을 실행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영화관이 스페인 영화산업과 해당 도시에 중요한 문화, 사회, 경제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으로 변화가 발생한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영화 관람 습관을 회복하기 위해 공적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스페인영화협회(FECE)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다른 인구 집단에 비해 65세 이상의 사람들이 이전의 영화 관람 습관으로 돌아가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집단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 연령대 간 눈에 띄는 차이가 관찰됐는데 2021년부터 2022년 사이 20세~24세의 49.3%가 1년에 한 번 이상 영화관에 갔지만, 노년층에서는 그 비율이 6%로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2024년(5월부터 12월까지) 전국의 영화관을 찾은 시니어 관객은 169만 758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티켓 판매량의 33.4%를 차지하는 수치다. 2024년 프로그램보다 고령자 관객이 82%로 증가했다. 이제 위 프로그램 덕분에 화요일은 주말 관객이 몰리는 토요일과 관객들의 날로 지정돼 영화 티켓이 반값인 수요일에 이어 주중 세 번째로 가장 좋은 날이 됐다. 시니어 시네 캠페인 기간 동안 화요일 전체 관객의 영화관 입장 횟수는 전년대비 23% 증가했고, 2023년 화요일의 총관객수는 409만 2,992명이었지만, 2024년에는 505만 1,848명으로 증가했다.
<스페인 문화부가 2023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시니어 시네 프로그램 - 출처: 시니어 시네 홍보 영상>
더욱이 이 프로그램이 단순히 영화관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시기 노년 관객들이 선택한 영화가 대부분 스페인 영화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스페인 자국 영화는 2020년부터 흥행 수익보다 더 많은 공공 지원금을 받고 있다. 2024년 기준 국가 일반 예산에 할당된 1억 6,700만 유로를 지원받았는데 불과 8,227만 유로의 수익을 거두었다. 지난 5년간 2억 8,200만 유로의 적자를 기록했다. 스페인 영화는 국가 총예산에서 매년 영화 관련 예산을 늘려 점점 더 많은 지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시니어 시네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관을 찾는 65세 이상의 관객들이 많아지면서 스페인 자국 영화에 호재가 된 것이다. 물론 이 관객수가 10년 동안 스페인 현지 관객들에게 점점 외면받고 있는 스페인 영화를 살리는 결정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2024년 기준 스페인 전 지역 420개의 영화관의 참여 속에서 3,000개의 스크린을 확보한 프로그램은 스페인 영화관 및 영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스페인 문화부에서는 2025년 3차 프로그램 진행을 계획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왜 젊은 관객들을 더 고려하지 않는가라는 비판도 있지만 위 프로그램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깊이 남은 상처를 치료하고 노인들이 영화관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좋은 동기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영화관에 가는 것은 사회적 투쟁이어야 한다."는 엠바하도르 영화관의 관계자의 말처럼 어려움의 겪고 있는 영화관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사회적 도움과 노력을 통해 영화관에 가는 것을 습관이자 문화생활로 만들 필요가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https://www.cultura.gob.es/actualidad.html - https://www.fece.com/ - https://www.cineytele.com/2025/01/08/espana-la-taquilla-espanola-arranca-2025-entre-exitos-consolidados-y-senales-de-desgaste/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한국어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