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 17(编号17)>이 중국에서 3월 7일 대대적 상영을 시작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미 영화 <기생충>을 통해 중국인들에게도 아주 잘 알려진 감독이다. <기생충>뿐만 아니라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등 그의 영화는 상당히 잘 알려져 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 또한 상당한 기대를 모았다. 할리우드와 만난 한국 대표 영화감독의 신작이 중국에서는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두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개봉한지 2주가 지난 3월 20일의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미키 17>은 큰 기대와는 달리 17위라는 다소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 '미키 17'의 포스터가 다른 영화 포스터와 함께 티켓 판매대에 진열돼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1위는 한국에서도 매체를 통해 여러 소식을 전한 <너자2>다. <너자2>는 3월 21일 기준 개봉 52일째를 맞이하고 있고 3억 명이 넘는 관객이 극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로 실제 <너자2>를 두 번 이상 관람한 사람들을 통신원 주변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정말 두 번 이상 본 관람객들은 애국을 위해 영화관을 찾았을까. <너자2>의 온라인 관람평을 살펴보면 상당히 좋은 평가가 많고 평점 또한 현재 상영작들 중 가장 높은 9점 이상을 기록 중이다. 주변에 워낙 많은 중국 친구들이 <너자2>를 관람했다 보니 물어보면 정말 열에 아홉은 좋은 평가를 내놨다. 통신원이 관람평을 내놓자면 분명 좋아할 만한 요소는 상당히 많았다고 생각된다. 다만 이 영화가 중국의 신화 소설을 다루다 보니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외국인에게는 감흥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부분이 있다. 하지만 매체에 보도된 것처럼 <너자2>의 흥행을 애국주의로만 몰고 가기에는 높은 기술과 영화 경쟁력을 다방면에서 조명하지 못하고 편협하게 판단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 중국에서 대흥행을 일으킨 영화 '너자2'의 홍보물이 모든 영화관 입구를 장식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제 세계적인 감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봉준호 감독의 <미키17>은 왜 성적이 저조할까. 사실 성적이 저조하다고 볼 수는 없다. 개봉한지 2주밖에 되지 않았고 상영은 하고 있지만 충칭 같은 도시는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극장과 시간이 제한적이다. 3월 7일 개봉 소식을 듣고 극장을 찾았지만 규모가 작은 극장에서는 아예 개봉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극장들도 일주일에 정해진 요일과 시간대에만 상영을 하는 곳이 다반사였다. 물론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 <너자2>처럼 대중적인 작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유를 들 수 있기는 하다. 보통의 남녀노소 누구나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보니 관람평에서도 영화의 난해함을 이야기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찾아보는 사람들의 경우 한국 영화에 대한 기대가 있고 한국의 깊이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영화의 깊이와 발상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중국 누리꾼들은 대부분 호평을 내놓고 있지만 일부 누리꾼은 "대중적으로 보았을 때 난이도가 있고 후반부는 조금 지루할 수도 있다."는 댓글로 취향에 따라 <미키17>에 대한 호불호가 나뉠 수 있음을 전했다.
< '编号17'로 중국 개봉한 '미키 17'은 상영 15일째 중국 내 전체 영화 매출에서 0.4%의 비율로 17위를 차지하고 있다 - 출처: '猫眼专业版' >
<초반 평점은 8점이었으나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 출처: '猫眼电影' >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영화감독, 그리고 지속적으로 경쟁력 있는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한국의 영화산업. 하지만 규모 면에서 중국의 영화산업은 자국 시장만으로도 세계 시장 규모를 따라잡고 있다. 그만큼 중국의 영화 시장은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한국의 영화산업이 반드시 고려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올해 중국에서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는 수없이 많으며 이미 흥행 대열에 올라와 있다. 반면 한국 영화는 한편도 찾아볼 수 없다. 할리우드 영화로 분류된 한국 감독의 영화를 만나볼 수 있다는 것으로 그저 만족해야 한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다시 10년 전처럼 길거리 어디에서나 한국 영화를 접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케이팝을 들을 수 있는 그날을 고대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마오옌전문판(猫眼专业版), https://piaofang.maoyan.com/ - 마오옌영화(猫眼电影), https://mbd.baidu.com/ma/s/dTNZzZ7V
성명 : 한준욱[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충칭)/충칭 통신원] 약력 : 일사광선(一丝光线) 스튜디오, 아트노벰 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