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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콜롬비아 중앙은행의 문화국장 앙헬라마리아페레즈

2023-01-31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한국도자기전이나 세종문화아카데미를 통해 한국문화를 소개한 바 있는 보고타황금박물관은 '방코 데 라 레푸블리카(Banco de la República)'라 불리는 콜롬비아 중앙은행 소속 박물관이다. 흔히 각국의 중앙은행은 화폐를 찍어내는 등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일을 역임한다. 박물관을 운영한다고 해도 화폐박물관 같은 금융과 관련된 박물관만을 운영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화폐박물관을 통해 한국 화폐의 역사나 가치를 알리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해 국민들이 경제에 대해 더 친근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반면 콜롬비아 중앙은행은 자국의 통화 관련 정책을 세울 뿐만 아니라 화폐박물관 외에도 콜롬비아 전역의 황금박물관, 도서관, 문화센터 음악행사 등을 운영한다. 통신원은 콜롬비아 중앙은행의 문화국장인 앙헬라 마리아 페레즈(Ángela María Pérez)와의 인터뷰를 통해 콜롬비아의 중앙은행 문화국이 하는 일과 현재 진행 중인 도자전 등에 대해 알아봤다.

콜롬비아 중앙은행의 문화국장 앙헬라마리아페레즈(Ángela María Pérez)- 출처: 앙헬라마리아페레즈 제공

<콜롬비아 중앙은행의 문화국장 앙헬라마리아페레즈(Ángela María Pérez)- 출처: 앙헬라마리아페레즈 제공>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앙헬라 마리아 페레즈(Ángela María Pérez)입니다. 콜롬비아 중앙은행의 문화국장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콜롬비아 중앙은행의 문화국은 어떤 일을 하나요?
문화국의 주된 역할은 콜롬비아 문화유산의 보존, 연구와 더불어 이를 대중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콜롬비아 전역의 29개의 도시에서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콜롬비아인들이 문화유산을 통해 자긍심을 얻는 것은 물론, 창의성을 계발해 문화유산을 비평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콜롬비아 중앙은행이 주관하는 문화 행사는 전 세계 다른 중앙은행과 비교해 볼 때 그 규모나 범위가 가장 큰 쪽에 속합니다. 해마다 약 6,500건의 문화 행사를 진행하는데 저는 행사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문화국이 박물관이나 도서관 등 여러 문화기관을 운영한다는 것이 생소한데요.
1930년대 포포로라는 유물을 중앙은행에서 구매했는데요. 그 후 유물의 수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전시 공간을 찾으며 박물관의 규모를 갖추게 됐습니다.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진 또 다른 박물관인 보테로 박물관의 경우, 보테로 화가가 직접 자신 작품들과 소장품을 기증한 바 있습니다. 콜롬비아인들에게 서양 거장들의 작품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한 거장의 큰 선물이죠. 

도서관은 시민들이 독서하고 책을 대여하거나 워크숍, 강연 등 다양한 교육 일정을 제공하는 가장 접근성 높은 기관이에요. 도서관 방문객 수는 연평균 약 800만 명이며 온라인 도서관은 연간 약 2,000만 명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콘서트관에서는 콜롬비아의 전통음악뿐만 아니라 재즈나 클래식 등 소규모 악단 위주로 각종 음악 연주회가 진행됩니다. 또한 청소년을 위한 음악 수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작년 보고타의 황금박물관에서 한국의 문화콘텐츠를 많이 접할 수 있었는데요. 현지인의 반응은 어떤가요?
콜롬비아에서 한국도자전을 개최해 매우 기쁘며 한국을 더 알아갈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콜롬비아와 한국의 관계가 시작됐고 긴 수교 관계의 역사가 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한국 문화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였습니다. 케이팝의 인기 상승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콜롬비아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문화 행사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저도 일부 프로그램에 참가했는데 불교와 유교에 대한 콘퍼런스뿐만 아니라 케이팝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어요. 또한 보고타세종학당의 도움으로 진행한 나전칠기, 한글, 캘리그래피, 매듭, 태권도, 전통음악 등 다양한 한국문화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한국도자전이 한국의 오래된 자기들을 전시하면서도 현대 작품까지 전시한다는 점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전통과 기술이 현재까지 어떻게 이어지는지 볼 수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특히 다수의 콜롬비아인들은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상에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자기를 많이 사용하는 만큼 한국의 도자기 제작 기술에 대한 궁금증을 영상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더불어 지난해 상반기 보고타국제도서전에서 주빈국으로 한국이 초대됐던 것도 콜롬비아인들이 한국문화를 접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저는 지난 도서전에서 처음으로 은희경 작가의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와 같은 한국 문학을 접하며 첫 눈에 반했습니다.

지난해 국제도서전과 한국도자기전은 양국의 교류에 있어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작가들이 콜롬비아에 와서 세미나를 개최하며 콜롬비아 독자들과 대화를 나눴죠. 콜롬비아 아이들은 한국의 전통의상 한복을 입어보거나 전통놀이를 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영화 <기생충> 역시 콜롬비아인들의 눈길을 끌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속에 등장한 모든 장면이 콜롬비아를 떠오르게 했어요. 사회 계층에 따라 지하, 반지하, 1층 이상으로 구분된 거주 공간이 콜롬비아의 산기슭을 타고 지어진 집들을 상기시켰어요. 메데인에서 산기슭을 따라 층층이 지어진 집들과 아파트들을 볼 수 있는 것처럼요.

콜롬비아 중앙은행의 문화국에서는 올해 어떤 계획이 있을까요?
올해는 콜롬비아 중앙은행이 개국한지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100주년 기념으로 역사와 관련된 책자들을 제작 중입니다. 특히 은행의 역사와 그동안 진행한 문화활동을 담는 것을 중점으로 두고 있습니다. 또한 화폐박물관(Casa de la Moneda), 카르타헤나의 제누(Zenu)박물관, 그리고 아르메니아의 킴바야(Quimbaya)박물관이 재개관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콘서트, 비디오 아트, 원주민 예술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준비 중입니다.

사진출처
- 앙헬라마리아페레즈(Ángela María Pérez) 제공

통신원 정보

성명 :최민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콜롬비아/메데인 통신원]
약력 : 현) EBS 글로벌 리포터 (콜롬비아, 메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