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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분석] 영화 〈리턴 투 서울〉, 스위스 관객들을 만나다

2023-03-22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2022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진출작으로 소개된 영화 <리턴 투 서울>의 스위스 상영은 작년 9월 취리히영화제를 통해서 진행됐다. 당시 영화 <리턴 투 서울>은 'RETOUR À SÉOUL'이라는 불어 원제목으로 소개됐으며 영화제에는 프레디 역을 맡았던 배우 박지민이 참석했다. 이후 지난 1월부터 스위스 곳곳의 영화관에서 계속 상영을 이어오며 여러 영화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사실 영미, 프랑스 영화들이 상영관을 차지하는 것이 일례인 스위스 영화 시장에서 아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아시아인이 주인공인 영화가 이토록 오랜 기간 상영을 이어온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캄보디아계 프랑스인 데이비 추(Davy Chou) 감독은 그의 친구이자 프랑스로 입양된 한국계 로흐 바두플레(Laure Badufle) 씨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빈곤했던 그 시절, 많은 아이들이 해외로 대량 입양되던 시대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은 것이다. 1958년부터 2004년까지 22만 1,190명의 한국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됐다고 한다. 영화 <리턴 투 서울>은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그림자로 남은 불편한 진실이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을 거리낌 없이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70년대 곡 <꽃잎>이 흐르는 게스트하우스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프랑스로 입양된 25살의 프레디는 일본 여행이 목적이었으나 부득이한 기후 변화로 한국에 도착한다. 호기심과 설렘으로 입양센터를 방문한 프레디는 점점 자신의 뿌리를 찾아 헤맨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모든 주변인들과 어느 지점에서 갈등을 겪는데 갈등을 무시하거나 과장된 몸짓으로 표현해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을 함께 느끼게 한다. 2년, 5년, 1년 세 단계로 나뉘어 표현된 8년의 시간 속에서 다시금 한국행을 택하는 그녀의 심리적 변화를 느낄 수 있다.

현재 스위스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있는 영화 '리턴 투 서울' - 출처: 영화 배급사 Frenetic Films

<현재 스위스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있는 영화 '리턴 투 서울' - 출처: 영화 배급사 Frenetic Films>

독일어권 영화 평론가 베아테 스타이니거(Beate Steiniger) 씨는 《MAXIMUM CINEMA(맥시멈시네마)》에 영화 <리턴 투 서울>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데이비 추 감독은 빈곤이 만연했던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자녀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던 한국 대량 입양의 긴 그림자를 떠맡았다. 주인공 프레디의 부모 찾기는 사실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부모와의 재회는 그녀의 내면을 치유해 주는 낭만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관람객은 프레디가 태어난 문화와 성장한 문화 둘 중 어느 곳에 속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그녀는 거의 강박적으로 서울로의 귀환을 수차례 시도하며 자신의 머리를 자르거나, 클럽에서 무의식적으로 춤을 추는 등 여러 은유를 통해 감정을 표현한다. 강렬한 음영이 담긴 장면과 음악은 프레디의 양면적이고 상충되는 감정을 잘 전달한다. 데이비 추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한 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대면시켜 관객들의 생각을 자극하는 방식을 택해 감독 자신은 미니멀리스트의 태도로 일관한다."

다음은 불어권 영화 매거진 《Ciné-Feuille(씨네푀이)》 비평가 앙뚜완 로샤(Antoin Rochat) 씨의 평이다.

"주인공 프레디는 빠르게 자신의 강한 성격을 표출하지만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뿌리를 뽑고 다른 세상에서 새로운 존재를 찾기 위해 힘든 시기를 겪는다. 배우 박지민은 확신 있는 시선으로 프레디라는 배역을 소화해 관객들의 감정을 자극한다. 특히 친부모를 만나는 장면에서 그녀가 느끼는 많은 감정적 충격은 관객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이 밖에도 스위스 불어권 공영방송 RTS, 불어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 《Le Temps(르 떵)》, 《Daily Movies(데일리 무비즈)》 등 여러 매체에서 호평을 하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2011년 다큐멘터리 영화 <달콤한 잠(LeSommeil d’or)>으로 여러 영화제에서 이름을 알렸던 데이비 추 감독의 작품성에 대한 평론도 있으나 무엇보다 배우 박지민의 호소력 있는 연기력에 대해 많은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녀의 반항적인 눈빛과 당혹스러운 몸짓으로 표현된 주인공의 분노와 극단적인 내적 갈등은 데이비 추 감독의 클로즈업을 통해 관객들이 확실히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어떤 평론가는 현재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서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한국이 여전히 왜 해외입양을 하는가에 대해 "뿌리를 중시하는 한국인들만의 특별한 가족 문화 때문"이라고는 의견을 더했다.

영화 <리턴 투 서울>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언뜻 입양아의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더 나아가 자신의 정체성, 소속감을 찾아가는 이민자들의 이야기로도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 <리턴 투 서울>의 한국 개봉은 2023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다. 이미 해외의 수많은 영화제에서 수상을 거머쥐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영화 <리턴 투 서울>이 한국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 영화 배급사 Frenetic Films 공식 홈페이지, https://frenetic.ch/

참고자료
- 《MAXIMUM CINEMA》 (2023. 2. 8). «Retour à Séoul» von Davy Chou, https://www.maximumcinema.ch/retour-a-seoul-von-davy-chou/
- 《Ciné-Feuille》 Retour à Séoul Critique(Antoin Rochat), https://www.cine-feuilles.ch/film/7340-retour-a-seoul
- 《RTS》 (2023. 1. 31). 'Retour à Séoul', la naissance d’une femme, https://www.rts.ch/info/culture/cinema/13734136-retour-a-seoul-la-naissance-dune-femme.html
- 《Daily Movies》 (2023. 1. 30). Un Retour à Séoul trop occidentalisé, fragmenté et long., https://www.daily-movies.ch/un-retour-a-seoul-trop-occidentalise-fragmente-et-long
 

통신원 정보

성명 :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위스/프리부르 통신원]
약력 : 현) EBS 스위스 글로벌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