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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위스 로잔에서 만난 젠드리 김금숙 작가

2023-04-14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얼마 전 우연한 기회로 프랑스에서 출간된 한국 도서를 찾던 중 젠드리 김금숙 작가(Keum Suk Gendry-KIm)의 도서들을 접했다. 남녀노소 불문 인기 장르로 꼽히는 '베데(B.D, Bande Dessinée)' 부문에서 그녀의 작품 『개(La saison des pluies), 2022』, 『기다림(L’attente), 2021』, 『시베리아 딸, 김 알렉산드라(Alexandra Kim, la Sibérienne), 2020』, 『준이 오빠(Jun), 2020』, 『나목(L’arbre nu), 2020』, 『풀(Les Mauvaises herbes), 2018』, 『지슬(Jiseul), 2015』 등이 불어 번역본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풀』과 『준이 오빠』는 서점 파요(Payot)에서 인기 도서(PAYOT AIMER LIRE)로 선정된 바 있다.

사실 한국 작가의 번역도서가 지속적으로 출간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들었기에 작가님에 대한 정보를 더 찾아보았다. 김금숙 작가는 2020년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뉴욕 코믹콘에서 하비상 최우수국제도서를 수상했으며 2022년 이산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기다림』으로 하비상 최고국제도서 후보로 선정된 바 있다. 한국의 정서를 흠뻑 담고 있는 흑백의 삽화들은 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녀의 작품 중 가장 잘 알려진 『풀』과 『기다림』이 어두운 한국의 슬픈 역사를 다루고 있음에도 외국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금숙 작가는 유럽을 수시로 방문해 독자들과의 만남을 가지는데 스위스의 경우 작년 여름 로잔에서 이미 행사가 끝난 상태이다. 2022년 말과 올해 초 노르웨이,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기다림』 번역본이 출간되면서 작가님의 유럽 방문이 있었고 스위스 로잔에서 그녀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상)유럽에서 '그래픽 노블'로 인기를 얻고 있는 김금숙 작가, (하)도서 '풀', '기다림', '개' - 출처: (상)김금숙 작가 제공, (하) 통신원 촬영
(상)유럽에서 '그래픽 노블'로 인기를 얻고 있는 김금숙 작가, (우)도서 '풀', '기다림', '개' - 출처: (상)김금숙 작가 제공, (하) 통신원 촬영

<(상)유럽에서 '그래픽 노블'로 인기를 얻고 있는 김금숙 작가, (하)도서 '풀', '기다림', '개' - 출처: (상)김금숙 작가 제공, (하) 통신원 촬영>


작가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세종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프랑스로 유학의 길을 떠났습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예술대학에서 조형예술 박사과정까지 공부했는데 타국에서 전업 예술가로만 활동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생계를 위해 파리에서 한국 만화를 번역하는 일을 시작하면서 저만의 작품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욕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첫 작품을 혼자 준비해 여러 출판사에 보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시간을 갖고 재작업을 했죠. 그러던 중 기회가 주어져 『아버지의 노래(Le chant de mon père), 2012』를 프랑스에서 출판하며 작가로 데뷔했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은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 장르로 분류하는데요. 장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유럽에서 제 작품은 '그래픽 노블과 만화를 합친 듯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유럽 및 영미권에서 그래픽 노블은 코믹, 유머, 만가, 베데 등으로 불리며 남녀노소 상당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래픽 노블은 1910년 영국 작가가 역사 및 사회적인 내용을 판화 형식으로 출판한 것을 시초로 1970년대 재조명 받았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삽화를 통해 이야기를 끌어가는 장르입니다. 한국에서는 만화는 아이들만 읽는 장르로 여겨 독자층이 그리 많지 않아 안타깝기도 합니다.

현재 여러 작품들이 영어, 불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대략 2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됐다고 들었습니다. 작품에 대한 세계 독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초반에는 제 작품의 대부분이 아주 한국적인 내용들을 다루고 있기에 해외 독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반응들이 상당히 좋아 매우 기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일본 독자들과의 만남입니다. 뜻을 함께 하는 분들이 펀딩을 통해 『풀』을 출판해 주셨고 젊은이들을 위해 판매가도 절감했습니다. '작가와의 만남'에서 동경신문, 아사히신문 등 여러 매체의 여성 기자님들과 극우파에 반대 입장인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모두 조심스럽고 예의 바르게 질문을 하셨고 알지 못했던 일본군들의 만행, 나약한 여성들이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실에 많이 공감하고 가슴 아파하셨습니다. 일본 서점 역사책 섹션에 『풀』이 진열된 모습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작품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다루고 있는데 『풀』은 소외되고 나약했던 당시 여성들의 삶과 인권을 다룬 작품입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의 취약한 환경에서 나약한 아이들과 여성들의 많은 사례는 침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2021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기다림』은 2022년 3월 제네바도서전에 초대됐고 제네바적십자박물관(Muséeinternational de la Croix-Rouge et du Croissant-Rouge)에서의 전시,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세계 인권 및 평화 운동가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유럽, 영미권 독자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만남이 있을 때마다 많이 감동합니다. 사실 유럽인들이 동아시아의 역사를 접하기는 쉽지 않고 일본 문화가 좋은 이미지로 알려져 있어 제 작품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는 후기를 전해 듣고 있습니다. 기자들도 한국의 어두운 역사를 접했다며 많은 관심을 보였고 스페인의 경우 내전을 겪었기에 공감대가 많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이번 발렌시아 국제만화축제에서는 작품 『풀』이 최고상(Premio Antifaz al MejorCómic Internacional)을 수상했습니다. 만화 아라고네스 수상(The Best Foreign Novel at the Premios del Cómic Aragonés)에 이어 스페인에서 두 번째로 수상한 셈입니다. 대부분의 해외 독자들은 제 작품 중 한 작품을 접한 후 다음 작품도 계속 찾아 읽어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품 소재를 어떻게 찾으시나요?
작품에서 다루는 소재는 사실 제가 오랜 시간 동안 관심을 둔 부분입니다. 조형 예술을 할 당시에도 같은 소재들을 이용해 작품에 활용했습니다. 수년간 이미 준비된 소재들이 확보돼 있기에 2012년 첫 작품이 출간된 이후로 그래픽 노블 작가로 활동하며 오랜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여러 권의 책들을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유럽에서도 한국의 웹툰이 젊은층에서 점차 알려지고 있는데요. 웹툰 작품을 해 보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최근 웹툰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상업 영화와 인디 영화가 차이가 있듯 웹툰은 제 스타일과는 다른 듯합니다. 웹툰은 웹에서 넘겨 보는 형식으로 다양한 테크닉을 요하는 부분이 있죠. 저는 제가 좋아하는 붓그림의 형식과 스토리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최근 한일 관계가 또다시 이슈로 떠오르는데요. 문화예술 방면에서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도 먼 나라가 일본이라는 말이 가장 적합한듯합니다. 오랜 역사가 담겨있어 한일 관계는 참 예민하고 어렵습니다. 많은 일본인들이 역사적 사건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사죄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 입장에서는 작품을 통해 대화와 공감으로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얼마 전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기다림』 번역본이 출간돼 밀라노, 발렌시아와 마드리아를 방문했습니다. 바르셀로나 만화 페스티벌에 초청돼 방문할 예정입니다. 4월 초 한국에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어떤 반응을 해 주실지 기대되네요. 앞으로도 열심히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김금숙 작가 제공

통신원 정보

성명 :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위스/프리부르 통신원]
약력 : 현) EBS 스위스 글로벌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