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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글 서예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에디트 처카(Edit Csajka) 인터뷰

2025-04-16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지난 3월 28일 금요일 18시(현지 시간) 주헝가리한국문화원(원장 유혜령)은 헝가리 서예 커뮤니티 문방사우가 주최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전시 오프닝을 문화원 2층 전시장에서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윤동주 시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 엄선된 14편의 시를 바탕으로 판본체, 정자체, 흘림체 등 다양한 한글 서체로 총 21개의 두루마리 작품을 선보였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오프닝에 참석해 작품을 관람하는 현지인들의 모습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오프닝에 참석해 작품을 관람하는 현지인들의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특히 이번 전시는 헝가리인으로 구성된 문방사우가 조직한 다섯 번째 전시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깊다. 문방사우는 2017년 봄 문화원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서예 강좌(강사 문창식) 당시 수강생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서예 동호회에서 출발했다. 이후 초창기 서예 수강생 4명이 현지에서 전문 서예 지도자로 성장하며 서예 보급과 교육의 전도자로 자리매김했다. 서예에 대한 이들의 열정과 포부를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통신원은 문방사우 대표 에디트 처카(Edit Csajka)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헝가리 서예 커뮤니티 문방사우를 대표해 에디트 처카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오프닝에서 축사를 하는 모습

<헝가리 서예 커뮤니티 문방사우를 대표해 에디트 처카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오프닝에서 축사를 하는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안녕하세요. 문방사우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문방사우 서예 그룹은 2017년 2월 주헝가리한국문화원 서예 강좌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강좌를 담당하신 문창석 선생님께서 저를 포함해 서예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던 이들을 중심으로 부다페스트에 문방사우 동호회를 만들 것을 권유하셨어요. 서예에 대한 열정을 가진 이들이 문방사우 활동을 통해 똘똘 뭉쳤고 취미를 넘어 전문적으로 서예를 수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결과 초창기 서예 수강생 4명이 현재 헝가리에서 서예 지도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문 선생님의 끊임없는 지도와 수강생들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처음 문방사우가 조직되고 9년이 됐는데요. 현재 문방사우 회원은 얼마나 되나요?
처음에는 7명으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회원 수가 14명으로 늘었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문방사우에 가입하고 싶어 하는데 자격 요건이 까다롭습니다. 저희가 정해 놓은 기준이 매우 높거든요. 그래서 문방사우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자격시험을 거쳐야 해요. 저희의 모토는 '목표 없는 성공은 없다'입니다. 이를 조금 더 확장해 생각해 보면 하나의 서예 그룹이 공동 목표 없이 운영된다면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개별적으로 활동하게 되고 결국 그룹이 쉽게 해체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 성취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공동체를 유지하기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무엇보다 문방사우의 목표를 이해하고 지향하는 사람만 신규 회원으로 받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최소 3년(6학기) 이상의 한글 서예 학습 경험이 있어야 하며 대중이 참여하는 워크숍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등의 특정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현재 서예 지도자로 활동하는 네 명의 선생님이 신규 회원가입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번 전시의 의도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특히 윤동주 시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기리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문방사우는 2021년부터 매년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는데요. 이것이 저희 문방사우 활동의 공동 목표와 개인적 성과를 함께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전 전시는 한국어로 번역된 요제프 아틸라(József Attila)의 시, 신사임당의 서화, 그리고 한국의 현대시를 주제로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배경에는 영화 <동주>가 있습니다. 문방사우 회원들이 함께 영화를 감상하고 윤동주 시인의 예술 세계와 비극적인 삶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에 2021년 은퇴 후 미국에서 거주 중이신 문 선생님과 윤동주 시인에 대해 논의하며 기획하게 됐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윤동주 시인의 독창적인 시 세계를 기리고, 윤동주 시인의 시를 헝가리 관객들에게 보다 가깝게 소개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헝가리에서 한국 서예에 대한 인지도가 궁금합니다. 문방사우 그룹은 헝가리에서 한국 서예를 활발히 알리고 계신데요. 반응은 어떤 가요?
자부심을 가지고 말씀드릴 수 있는 점은 한국의 한글 서예가 헝가리에서 한식, 케이팝, 전통 무용과 더불어 가장 인기 있는 한국의 문화예술 활동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는 것입니다. 현재 문화원에서 다섯 개의 서예 강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터터(Tata) 지역에서도 문화원의 지원을 받아 서예 강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한 학기에 약 70명의 현지 학생들이 서예를 배우고 있습니다. 다양한 한국문화 행사에서 많은 헝가리인들이 서예 체험을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높은 관심과 애정이 저희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합니다.

헝가리에서 한국 서예가 더욱 뿌리내리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현재 한국 서예는 이미 헝가리에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부다페스트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강좌와 다양한 문화 행사에서 서예가 소개되고 있으며 저희는 페이스북 계정도 운영 중입니다. 헝가리 전역에서 서예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으며 문화원의 도움으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 한국의 서예 전문가가 직접 현장 강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거나 문방사우 회원들이 한국을 찾아 정기 서예 연수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합니다. 또한 헝가리 내 여러 도시에서 한국 서예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주요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저희는 지속적으로 서예 실력을 향상하는 한편 헝가리 전역에서 가능한 많은 서예 관련 행사를 기획할 계획입니다. 보자기, 민화 분야와 협업하는 등 다양한 전시를 기획 중입니다. 이를 통해 단순한 예술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문방사우라는 작은 공동체가 더욱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앞으로의 저희 활동을 기대해 주세요.

정성스럽게 한자 한자 써 내려간 윤동주 시인의 시가 문화원 전시장을 가득 메웠다. 이번 전시를 위해 수많은 밤을 지새웠을 문방사우 회원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오프닝에 참석한 현지 관람자들에게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열정을 직접 설명하는 회원들의 모습을 통해 한국의 전통문화가 유럽 한복판인 헝가리에서도 살아 숨 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방사우의 열정, 엄격한 회원 관리, 그리고 문화교류를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 의지는 앞으로 서예를 비롯한 한국의 전통문화가 국제 무대에서 더욱 빛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유희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헝가리/부다페스트 통신원]
약력 : 『한국 영화 속 주변부 여성과 미시 권력』 저자